689화. 결별 (1)
내실 안은 또다시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번 일은 분명 그의 잘못인데, 오히려 먼저 성질을 내다니!’
백모소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결국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떨어지고 말았다.
“한능부! 한능부…….”
백모소는 창가에 엎드려 고통스럽게 목메어 울었다.
‘이 정도까지 그 사내를 사랑하는데, 어째서 하늘은 이런 식으로 날 희롱하는 거야? 아니, 하늘이 아니지……. 이건 소혁과 남궁월, 두 사람이 날 해친 거야!’
두 사람은 저번에 관어백과 합작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백모소를 모함해 제대로 망신을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한능부를 모해해 백모소의 사랑까지 망가뜨리려고 했다.
두 사람 때문에 백모소는 처음엔 존엄을 잃었고, 이번에는 사랑을 잃었다.
백모소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되더니, 눈에서 화염이 화르르 타올랐다. 가슴 속 원통함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이건 다 소혁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남궁월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건 다 배후에서 자신을 해치려고 한 남궁월의 짓이었다.
백모소는 갑자기 연탑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방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서성이던 벽흔과 벽락은 방금 전 3황자가 침울한 얼굴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아가씨가 3황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황후는 이미 의지를 보내 아가씨를 3황자의 측비로 세우셨다.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아가씨가 3황자와 화해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 성가신 일이 생길 수가 있었다.
“아가씨!”
벽흔은 방을 나오는 백모소를 보자마자 기쁜 눈빛으로 급히 달려가 백모소를 반겼다.
‘드디어 아가씨께서 나오셨구나. 분명 현실을 직시하셨을 테지…….’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백모소는 이렇게 말했다.
“정월재에 좀 다녀와야겠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 백모소는 뜰 밖으로 바로 나가 버렸다.
‘정월재?’
벽흔과 벽락은 서로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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