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화. 숙명 (4)
“전하.”
백모소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지금은 칼끝을 숨기고 몰래 세력을 키우실 기회입니다. 5황자 전하께서 앞서가도록 놔두세요. 오히려 뒤를 막아 주니 더 잘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5황자 전하도 벌써 아홉 살이 되셨습니다. 그러니 점점 장성하실수록 폐하의 황권에 위협이 되시겠지요.
그때가 되면 5황자 전하와 맞설 사람은 전하 한 분만이 아닐 겁니다. 적서(嫡庶)간의 전쟁에서는 최후의 승리를 얻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한능부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소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백모소는 자신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한능부를 보며 속으로 기뻐했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좀 더 자신의 의견을 보였다.
“전하, 지금은 태자 책봉 걱정보다는 전하께서 현재 쥐고 계신 인맥을 확실히 잡아 두시는 게 급선무입니다. 다른 황자 전하들께 기회를 주지 마세요. 예를 들면…….”
거기까지 말한 백모소는 일부러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
“평양후가 있겠군요. 평양후는 어림군 대권을 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예전에 있던 앙금을 풀고 다시 좋은 관계를 회복하세요. 어차피 2공주마마께서는 세상을 떠나셨으니, 맺힌 원한도 연기처럼 사라질 겁니다.”
백모소의 말에 한능부의 눈이 반짝 빛났다. 백모소가 지금 해준 말은 한능부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곡가월이 서융으로 시집가게 되면서, 평양후부는 2공주와 원수지간이 되었다. 그 이후로 평양후와 평양후 부인은 줄곧 한능부를 쌀쌀맞은 태도로 대했는데, 누가 봐도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 때문에 한능부도 한동안 화가 났었다. 하지만 2공주가 세상을 떠난 건 사실이니, 슬픔에 빠져있기 보다는 차라리 2공주의 죽음을 빌려 평양후부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는 게 나았다.
한능부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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