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4화. 죗값을 치러야 할 때 (2)
사일봉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서융에 몸을 의탁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선 서야왕 고서지(高西止)는 본인의 힘만으로 서융의 열두 부족을 통합했다. 이처럼 기백 넘치고 능력 있는 고서지는 대유의 선황에도 견줄 만한 사람이었다.
한 나라의 주인이라면 마땅히 사람을 포용할 줄 알아야지, 대유 황제처럼 속이 좁아서는 안 됐다.
그렇게 처음 서융에 도착했을 때 사일봉은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고서지가 계속 그를 기용하지 않으니, 그는 수개월 동안 서융에서 한가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 사일봉은 공을 세우고 고서지의 신임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관 부인을 떠올렸다.
그래서 일부러 비취성으로 관 부인을 찾아가, 관어백이 황궁 감옥에서 구출되었으니, 그와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속였다.
하지만 실제로 사일봉이 관 부인을 데려간 곳은 바로 서융 도성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바로 그녀를 고서지에게 바쳤다.
고서지가 사일봉에게 관 부인을 네 손으로 직접 죽이라고 명하자, 사일봉은 두말 않고 기꺼이 그리했다.
그때부터 겨우 고서지의 중용을 받게 된 사일봉은 그의 휘하에 있는 주요 장수 중 한 명이 되어 서융의 삼만 대군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는 당시 그 일을 두 서융왕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구 년 뒤 진상이 폭로되고야 말았다.
어쩐지 관어백이 관가의 옛 부하였던 자신을 거두어들이고도 계속 중용하지 않더라니,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관어백은 정말로 참을성이 대단한 자였다.
사일봉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쓴웃음을 짓다가, 언제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래, 관어백은 구 년 동안 원수와 칩거할 정도로 인내심이 대단한 자다. 그러니까 진남왕부도 내 예상과 달리 황제의 손에 제거되지 않았고, 관어백의 조력 아래 서융도 얻어냈지……. 난 어떻게 해도 관어백이 될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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