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8화. 황제의 성지
작디작은 동챗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가끔씩 한유균이 손에 들고 있는 발랑고를 동, 동, 동 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자 백모소가 미간을 확 찌푸리고 아이를 꾸짖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렴 젖혀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청람색 배자를 입은 벽흔이 종종걸음으로 안에 들어왔다.
벽흔은 눈앞의 두 여인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곧장 무릎을 굽히며 보고했다.
“측비, 본채에서 세자를 데리고 함께 곡하러 본채로 오라는 기별이 왔습니다.”
백모소는 냉혹한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름이 진 치마를 펴면서, 유모더러 한유균을 안으라고 분부했다. 그러고는 아의모를 향해 살짝 예를 표하고 말했다.
“관 선생, 저랑 균이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백모소가 떠나자, 아의모는 백모소와 아이의 뒷모습을 목송했다. 아의모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지면서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복은 화를 부르고, 화는 복을 부른다.’는 옛말이 있었다. 계획을 적절히 잘 세운다면, 가장 큰 위기도 가장 큰 기회로 바뀔지도 몰랐다. 그럼 백월은 이 대유 강산을 손에 넣게 될 것이었다.
백월의 선조들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 왔던 그 꿈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백모소와 한유균이 떠나자 성휘원도 조용해졌다.
* * *
본채는 엉엉 울며 곡하는 소리와 슬피 우는 소리 때문에 비통한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사흘간 영구를 안치한 뒤에는 공군왕비 진씨의 발인 의식이 있었다. 진씨의 관은 한 무리로 이루어진 인마(人馬)들에 의해 군왕부 밖으로 호송됐다.
공군왕부 하인들은 남몰래 수군거렸다. 평범한 백성도 삼일장을 치르는데, 계왕비인 진씨는 신분이 고귀하니 사십구재를 지내는 건 당연하거니와, 칠일장도 충분히 치를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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