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2화. 봄 사냥 (1)
동쪽 지평선에서 샛별이 떠오를 때쯤, 각 가문의 사람들이 막사에서 나와 사냥대가 있는 동쪽으로 향했다.
사냥대는 사병들이 산에서 베어 온 나무로 지었다. 사냥대 근처에는 사람들이 꽤 모여서 삼삼오오 무리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남왕은 사냥대에 서서 옆에 있는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보기 드물게 희색을 띤 얼굴이었다.
그러니 곁에 있는 그 젊은이가 세자 소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직철(直裰)을 입은 것만 봐도 문인의 향기가 풍겨, 관직에 오른 서생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젊은이의 왼쪽 어깨에 눈처럼 하얀 깃털을 지닌 독수리가 앉아 있었다. 독수리는 아직 성체가 아닌데도 예기를 품고 있어, 얼음처럼 파란 눈으로 쏘아보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학자처럼 보이는 젊은이와 날카로운 기운을 지닌 독수리라니 이상한 듯 싶지만 묘하게 어울렸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조용히 눈빛을 나누며 생각했다.
‘안일후는 폐하께서 보낸 사람인데, 왕야나 세자와도 잘 지내는 것을 보니 보통 인물이 아닌가 보군.’
이때, 저만치서 있던 무리로부터 또렷하고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형수님!”
돌아보니 얼굴이 어려 보이는 한 젊은이가 싱글거리면서 젊은 부부를 향해 갔다. 그의 곁에는 푸른 옷을 입은 소저가 있었다. 바로 부운학과 한기하였다.
부운학이 부르는 소리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저만치서 자주색 옷을 입은 젊은이와 같은 색 승마복을 입은 부인이 나란히 사냥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름답고 우아한 남녀는 걸어오면서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내가 시시때때로 아내와 걸음을 맞추는 것을 보니, 꽤 사이좋은 부부로 보였다.
“소학아.”
소혁이 나른하게 부운학과 인사를 나누었다. 세 사람은 같이 사냥대로 걸어가 먼저 진남왕에게 예를 행했다.
그러고 나자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소혁에게 인사했다. 사냥대 주변은 곧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다른 가문 사람들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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