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화. 순장
4월, 봄볕이 찬란하고 바람은 맑아서 나들이하기에 좋았다.
온 성안에 봄볕이 넘실거리는 가운데, 황도의 공군왕부만은 엄동설한 속에 갇힌 듯 우중충하기만 했다.
왕부 안팎으로 눈부신 흰 비단이 주렁주렁 걸려 무겁고 슬픈 분위기가 가득했다.
군왕부 가운데 정원에 있는 사당에서 때때로 찢어질 듯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백모소가 있는 성휘원은 이 군왕부와는 동떨어진 듯 그저 고요했다.
“측비.”
벽흔이 흰옷이 놓여 있는 나무 쟁반을 들고 왔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백모소에게 고했다.
“오늘은 왕비마마의 출상일입니다. 온 집안이 통곡 중인데, 측비께서도 상복으로 갈아입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벽흔은 긴장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소공자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부터, 측비의 성격은 나날이 이상해져 갔다. 그래서 그녀와 벽락조차도 종종 측비가 두려웠다.
연한 파란색 옷을 입은 백모소는 창가에 기대서, 산들바람을 따라 정원의 버드나무 몇 그루에서 잎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백모소는 벽흔을 쳐다도 보지 않고 싸늘하게 뱉었다.
“난 아직 산후조리 중이니 가지 않겠다. 나 하나 빠져도 아무 상관없을 걸.”
그렇게 말하는 백모소의 눈은 더욱 차갑고 우울한 빛을 띠었다.
‘나 말고 파의도 있는데, 뭘.’
아이가 세상을 떠났는데 한 달도 못살고 요절했다고 위패를 세워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장례도 치르지 않았으며 묘도 만들지 않았다.
그저 목갑에 넣어 묻었을 뿐이었다.
이내 백모소가 주먹을 꽉 쥐자, 하얀 손등에 시퍼런 힘줄이 불룩 튀어나왔다.
그녀의 아이는 본시 만인지상의 귀한 대접을 받았어야 하는데, 최연연 그 악독한 것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최연연, 죽어 마땅한 것! 갈가리 찢어 죽여도 모자랄 판에 최연연 고것이 죽었다고 곡을 하라니, 말도 안 돼!’
벽흔과 벽락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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