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3화. 땅을 파다
이윽고 반하가 울면서 다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세자비!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그저 소인의 가족에게만 화가 미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어떤 벌을 내리시든 간에 소인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녀는 비굴하게 바닥에 엎드려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궁월이 싸늘한 시선으로 반하를 내려다보았다.
반하는 아마도 좋은 딸이고, 좋은 아내이고, 좋은 어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윗사람에게는 절대 좋은 하인이 아니었다.
물론 그 일은 확실히 그저 일개 여종인 반하가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엔 노진남왕이 아직 살아 있었을 테니, 믿을 구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노진남왕에게 가서 고했다면 해결해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반하는 왜인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신의 안전을 위해 그저 멀리 떠나는 방법을 택했을 뿐이었다.
만약 반하가 일찍 말을 꺼냈었더라면, 선왕비는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소혁 홀로 외롭게 자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내 남궁월이 냉랭하게 말했다.
“일단 이 자를 끌고 가.”
물론 반하를 처벌하긴 하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 할 생각은 아니었다. 반하를 남겨두었다가 노 어멈을 찾은 다음 대질시킬 셈이었다.
곧 반하가 끌려가자, 석홍청은 다시 조용해졌다. 분위기는 사뭇 무거웠다.
남궁월은 싸늘한 얼굴을 하고 다완을 들어올렸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선왕비의 죽음에 관한 일이 오늘이 되어서야 약간 진전을 보였다.
방금 반하가 한 말은 남궁월에게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의 배후에 있는 자가 누구든, 남궁월 자신도 매우 조심해야만 했다. 절대 상대가 자신을 경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
곁에 있던 작아가 남궁월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자비, 소인이 명부를 기록할 때 그 노 어멈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남궁월이 계속 말해 보라는 뜻으로 눈짓을 하자, 작아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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