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1화. 기회를 찾으러 오다 (2)
손형일은 눈을 내리깔고 제 눈 속에 깃든 감정을 숨긴 다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월과 한기하를 맞이했다.
그러고는 남궁월이 상석에 놓인 태사의에 앉자 매우 정중한 태도로 재차 예를 표했다.
“전(前) 안정성 수비의 딸, 손가(孫家) 형일이 세자비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
“손 소저, 그렇게까지 예 차릴 필요 없어요.”
남궁월은 온화하면서도 친근하게 손형일을 대했다. 이내 그녀가 옆에 있는 화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곧 화미가 그녀 대신 수가 놓인 묵직한 수낭(繡囊)을 가져와 손형일에게 주었다.
그 수낭은 남궁월이 손형일에게 주는 첫 대면 선물이었다.
화미는 당연히 그 수낭 속에 상등의 한백옥(漢白玉) 팔찌와 커다란 금나자(*金錁子: 상으로 내리는 금붙이)가 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금나자를 선물하는 게 좀 속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남의 집에 얹혀사는 외로운 처지인 손형일에게는 금나자가 제일 실용적일 것이다.
손형일은 직접 그 수낭을 받아 측근 여종의 손에 건네준 다음, 곁눈질하지 않고 남궁월을 향해 살짝 예를 표했다.
다시 자리에 앉은 손형일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한기하를 보고, 눈이 휘어지게 환히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한 소저, 그러고 보니 한 소저한테 아직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요. 저번에 한 소저가 제게 가르쳐 주었던 그 안마 방법은 정말로 유용했어요. 그날 이후로 다시는 불면증이 오지 않아, 새벽닭이 울 때까지 매일 숙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기하는 손형일을 꼼꼼히 살펴봤다. 손형일은 여전히 몸이 마른 데다 연약해 보여서, 바람이라도 불면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혈색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져 있었으며, 눈 밑에 짙게 깔려 있던 음영도 많이 옅어졌다.
“손 소저, 대단한 일도 아니니 이렇게까지 예 차리지 마세요.”
한기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다음 위로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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