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5화. 따귀를 때리다
진남왕이 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소방 씨는 얼른 여종에게 분부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옷과 장신구들을 준비하라고 하며 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다.
오늘은 진남왕의 마흔 살 정수였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이낭에게 빈객들 앞에서 소란을 피워서 그걸 계기로 진남왕이 그녀의 금족령을 거두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진남왕이 찾아왔다니, 이는 우 이낭이 제 일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 확실했다.
소방 씨는 생각할수록 기뻤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왕야를 제대로 잘 구슬려 보겠다고 다짐했다.
문발을 들고 내실을 나온 소방 씨는 마침 큰 걸음으로 유성처럼 빠르게 방으로 들어온 진남왕과 딱 마주쳤다.
다년간 부부로 지내왔기에 소방 씨는 진남왕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나긋한 자태로 살짝 예를 표했다.
“왕야를 뵙습니다.”
소방 씨는 눈을 내리깔고 허리를 반쯤 숙인 상태에서 제일 예뻐 보이는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살짝 드러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오늘 맹인에게 추파를 던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진남왕은 냉랭한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심지어 예를 거두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뺨에 손을 날렸다.
철썩!
뺨을 때리는 쟁쟁한 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사방에 무서우리만큼 적막이 엄습했다. 너무 조용해서 숨 쉬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방 안에 있던 하인들은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신 상태로 바들바들 떨었다. 차라리 지금 당장 이 방에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방 씨의 하얗고 매끈한 뺨 위에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붉은 손 자국이 남았다.
소방 씨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보처럼 멍하니 제 뺨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뺨에서 화끈화끈하게 올라오는 따가운 고통이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왕야가 날 때렸어? 그것도 여종과 아낙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내 뺨을 때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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