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3화. 몸이 부딪치다 (2)
서쪽 편에서 길을 우회해 귀박당 앞에 도착해 보니, 소란과 주유가와 백주가 중문에서 멀지 않은 높은 담장 아래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담장 밖에는 오동나무 몇 그루가 무성한 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담장 안으로 내뻗고 있었다.
소란은 조금도 개의치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을 봤다가 나무를 봤다가, 다시 바깥채 쪽을 쳐다보는 행동에서 어쩐지 불안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리고 주유가는 소란과 2장(丈)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는데,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어서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남궁월의 시선이 주유가의 몸에서 잠시 멈췄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주 소저가 입고 왔던 옷은 저 옷이 아니었다.
‘……잠깐. 저 배자는 비아 아가씨 것 같은데? 며칠 전에 막 완성된 비아 아가씨의 가을 옷과 비슷하잖아.’
이내 소란을 비롯한 사람들도 남궁월 일행이 온 걸 보고, 그녀가 가까이 오기도 전에 잇따라 예를 표했다.
남궁월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저 딱 한마디만 했다.
“다른 데로 가서 이야기해요.”
* * *
모두들 남궁월을 따라 귀박당으로 향했다. 귀박당은 커다란 정방(正房) 다섯 칸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양쪽에는 곁채도 있었다.
남궁월은 모두를 데리고 귀박당 제일 서쪽 끝에 있는 곁채로 들어갔다.
모두들 상석과 아랫자리에 나눠 앉았다. 곁채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으며, 백훼는 밖에서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도련님.”
남궁월이 우선 소란에게 말했다.
“도련님은 원래 행소루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소란이 어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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