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2화. 용서치 않겠다
우두머리가 없던 남량의 무장지졸(無將之卒)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온몸에 흐르고 있던 피가 다 응고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아예 전력을 다해 적군과 맞서야 할지, 아니면 빨리 도망가 목숨을 부지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때 신비영들이 동시에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세자를 뵙습니다!”
우르르르-!
성벽 밖에서 만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성문으로 다가갔다.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에 더해진 말발굽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대지를 진동시키며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량군에게 슬슬 엄청난 일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죽여라!”
죽이라는 외침이 온 하늘을 뒤덮자, 새카만 남강군들이 거세게 치솟는 물결이 되어 성문을 밀고 들어갔다.
특히 제일 앞에 있던 수천의 기마병들이 예리한 보검처럼 당찬 기세로 달려들자, 남량군들은 이들을 도무지 막아낼 수가 없었다. 말발굽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대고, 먼지가 공중으로 날아올랐으며, 대지는 말굽에 단 철제 편자에 눌리며 진동했다.
은백색 갑옷을 입은 소혁은 오운답설을 몰며 최전방에서 병사들을 이끌었다.
앞으로 내달리는 소혁의 흑발이 바람에 나부꼈고, 은백색 피풍은 그의 등 뒤에서 펄럭였다. 늠름하고 씩씩한 그 자태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과도 같았다.
“형님!”
말을 몰고 소혁의 옆으로 간 부운학이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면서 칭찬을 바라는 표정을 지었다.
“소학아, 잘했다!”
소혁은 인색하지 않게 부운학을 칭찬해준 후,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빠르게 휘두르면서 눈부신 검화(劍花)를 한 송이 한 송이씩 만들어냈다.
달빛 아래 차가운 빛으로 번쩍거리는 검신은 겨울에 내리는 차가운 서리 같았다. 검이 닿는 곳마다 피비린내 나는 혈우(血雨)가 일어났다.
* * *
이번 공성전은 소혁이 병사들을 이끌고 성안으로 들어간 후부터 근접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병기들이 부딪치고 피와 살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Unterstützen Sie Ihre Lieblingsautoren und -übersetzer be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