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화. 품행이 난잡한 사람
재삼 생각하던 엽윤명이 결국 힘겹게 대답을 내놓았다.
“욱주(旭州)에 있습니다.”
주변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그때, 남궁월이 천천히 시구를 읊었다.
“가을하늘 가득히 군호 소리 울려 퍼지고, 요새에 떨어진 연지는 밤사이 자줏빛으로 굳어간다. 엽 공자, 요새는 변방 지역에 세워집니다. 전 욱주가 왜 변방에 속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뿔싸!’
엽윤명은 속으로 큰일 났다고 외치며 순식간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정말 큰일이었다. 제대로 실수하고 말았다.
이때 남궁월의 말에 수많은 학자들도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세자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욱주는 내륙지방인데 어찌 변방에 속한단 말인가? 다른 건 몰라도 그 사실만으로도 이 시에는 흠이 생기고 말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자비가 ‘역수’라는 단어를 끝까지 파고든다는 점이었다.
설마 이 시에 뭔가 은밀한 내막이라도 있는 걸까?
남궁월은 조금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캐물었다.
“엽 공자, 역수라는 곳이 정말로 욱주에 있는 게 맞습니까?”
엽윤명은 몸을 덜덜 떨면서,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세자비가 진짜로 눈치챈 게 분명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안 거지?’
엽윤명은 불현듯 옛일이 생각났다. 2년 전, 그가 아직 황도에서 지내고 있을 때, 그는 바깥을 돌아다니며 서화를 팔아 집안 살림에 보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흰 옷을 입은 어느 소녀가 우연히 그의 노점 자리를 지나가다가, 그가 그린 책마행군도(策馬行軍圖)를 보더니 갑자기 시흥이 올라 이 <종군행>을 읊었었다.
그러곤 특별히 그에게 그 시를 그림에 적어 달라고 한 뒤, 문은(*紋銀: 큰 은이나 깨진 은을 주조해서 만든 은으로, 말발굽 모양을 닮았음) 열 냥을 주고 그 서화를 사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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