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화. 너무 얕잡아 봤어
곧이어 세 번째 촬영이 시작되었다.
시은은 대사를 다시 한번 더 외워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절대 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촬영에 들어갔다.
아까의 일로 시은은 더 이상 방심할 수 없었다. 그녀는 드라마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실력을 쏟아 부었다.
“요녀 주제에 감히 억지를 쓰는 것이냐? 감히 하늘 아래 있는 백성들을 하루아침에 다 죽이다니. 도여황, 네 죄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난 널 절대 용서할 수가 없어!”
시은이 마지막 대사를 내뱉는 순간, 싸늘한 기운이 그녀 주변을 감싸더니 주위에 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도 그 기운에 전염되어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카메라 감독도 너무 당황하여 시은을 클로즈업했다.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여황 역의 영서는 마치 불 속에서 타오르는 봉황 같았고, 그녀의 큰 눈은 경멸과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원칙을 다 짓밟는 듯한 태도로, 시은을 깔보듯 쓱 훑어보았다. 그리고 아까 그 대사를 읊었다.
“내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누가 감히 그 사람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내가 그 자의 목을 칠 것이고, 누가 감히 그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내가 그 자의 집안을 모조리 박살내겠다고…….”
시은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대사를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스태프와 연예인들 모두 여황의 모습을 한 영서를 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분명 여황의 대사는 과격하고 경우가 없는 말이었지만, 이를 본 모든 사람은 여황의 오만하고 난폭한 모습에 빠져들어 마음이 세차게 동요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은 영서가 만들어 낸 분위기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 상황을 불가사의하게 여겼다.
‘방금 한영서가 우리를 이렇게 몰입하게 만든 거야?’
그리고 시은은 또 NG를 내고 말았다.
아까만 해도 영서가 NG를 낸다고 뭐라 했지만, 이번에 시은이 세 번씩이나 NG를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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