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먼 인연
때는 전생의 어느 날.
조언옥이 영월 군주와 함께 호국사에 향을 피우러 갔던 날, 그는 혼자 나와 거닐며 뒷산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빠르게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는 맨 처음 그 여인을 만났을 때, 그 아름답던 모습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인이 있을 수 있을까. 한창때인 그녀의 미모에서는 냉담함과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고, 맑고 빛나는 눈동자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의 앞으로 다가온 그녀가 정중히 예를 올려 인사한 뒤 건넨 첫 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전 제가에 복수하고 싶습니다.”
그 역시 제가에 복수하려는 걸, 그녀가 어떻게 알고 온 것일까?
“고낭께선 누구신지요?”
눈을 살짝 가늘게 뜬 조언옥의 청완하고도 점잖은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제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연함이 녹아있었다.
그는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아무 말 없이 그와 함께 건너편의 산 경치를 바라봤다.
* * *
이후, 그는 사람을 시켜 뒷조사했고, 그녀 또한 제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그날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떠보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왜 영조운의 첩실이 됐는지를 안 순간, 그녀가 제가 사람들을 증오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그녀와 협력하기로 했다.
때때로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품평하거나 마주 앉아 대국했다.
그녀는 성정이 매우 차분하고, 그는 과묵해 반나절 동안을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가 대다수였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차츰 암묵적인 합의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는 처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유는 몰라도 만약 그에게 이 세상에서 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여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는 눈앞에 있는 제완이라고 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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