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1화. 교활한 사릉고홍 (1)
그때 궁전 안에 갑자기 한 줄기 검은 연기가 나타나더니 점차 응집되어 사람의 허상을 이루었다.
“컥.”
무언가를 말하려 하던 허상은 궁전 안의 기이한 상황을 보고 갑자기 목이 턱 막혀 아무런 의미 없는 작은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조용한 궁전 안에서 더없이 또렷하게 울렸다.
검은 허상을 발견한 이완추의 안색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곧 무슨 생각이 난 듯 더욱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티 나지 않게 사릉고홍을 힐끔 쳐다보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비단 방석이 깔린 의자 위의 사릉고홍은 당염원을 놓아준 후 다시 그녀를 품에 안고 한쪽 손을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부드러운 머리칼을 꾹 눌러 자신의 가슴에 붙였다. 그렇게 그녀의 홍조 띤 얼굴과 촉촉한 눈동자를 다른 사람이 조금도 훔쳐볼 수 없게 가렸다.
그의 어두운 눈빛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당염원을 향할 때만은 깊고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흑몽과 이완추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은 이곳 심연보다 더 깊은 곳에서 불어온 것 같은 싸늘한 바람을 품고 있었다.
흑몽은 자신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소리를 낸 건 더더욱 잘못이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다소 낭패에 빠져 있는 이완추와 앞쪽에 서 있는 사릉고홍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는 곧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이완추에게 당염원을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완추를 신뢰했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이완추 역시 당염원과 같은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전에 당염원을 만난 적이 있으니 더 말이 잘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원하던 대로 된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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