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화. 굳이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가 있어?! (4)
족장전 안에는 설혹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방금 수컷 설월호족과 있었던 일 때문에 설혹의 가슴에 맺혀 있던 약밭과 화형단 사건으로 생긴 응어리는 오히려 상당히 풀린 후였다.
설혹은 몸을 돌려 거대한 의자 위에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휴식을 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먼 곳에서부터 족장전 안까지 애교 띤 여인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족장 아버지, 아도가 곧 화형단을 얻게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정말이에요?”
아도라는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한 거지?
의자 위에 누워 있던 설혹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하고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까 수컷 설월호족이 말했던 그 대지곰 요수가 바로 그 아이 아니던가?
어째서 어딜 가나 이 아도라는 이름이 들리는 거지? 수미까지 그 아도라는 놈과 어울리고 다닌단 말인가?
그 애교가 넘치는 여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설혹은 이때 족장전으로 뛰어 들어온 여우가 누구인지 알았다. 설월호족 내에서 이렇게 아무런 보고도 없이 마음대로 족장전으로 뛰어들 수 있는 여우는 많지 않았다. 수미가 바로 그중 가장 나이가 어린 녀석이었다.
설혹은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과연 수미의 작은 몸이 족장전 문밖에서부터 날 듯이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장 그의 한쪽 다리에 매달려 몸을 비비고 앞발을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
설혹의 첫마디는 이랬다.
“앞으로는 아도와 놀지 말거라. 대지곰 요수와 어울리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
“네?”
설혹이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낼 줄 몰랐던 수미는 잠시 멍해졌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족장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저도 아도 그 녀석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 녀석이 저를 사모하는 데다 저를 위해서라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아서 조금 쓸모가 있지 않았다면 저도 그놈을 상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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