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널 좋아해
위지수는 뒤로 세 발짝 물러나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그러자 높은 나뭇가지에서 서로 껴안은 채 서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푸르른 녹음, 흰옷에 놓인 푸른 수, 비단 같은 검은 머릿결에 눈처럼 흰 피부까지. 사내는 오로지 품 안의 여인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여인은 뒤편의 사내에게 꼿꼿이 기대어 서서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위지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그들의 빼어난 외모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둘 사이의 엄청난 친밀감에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특히 사릉고홍이 당염원을 매우 아끼고 있다는 건 누구든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이경과 저럴 수 있는 날이 올까?
마음이 무거워진 위지수는 두 사람이 부러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조금 전 이경을 대할 때 같은 억척스러움은 넣어 둔 채 공손히 인사했다.
“위가의 위지수가 소주님을 뵈옵니다.”
당염원은 아직까지도 사릉가의 족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릉가에게 있어 당염원의 지위는 그저 사릉고홍의 여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은 그녀에게 예를 갖춰 인사할 필요가 없었다.
당염원은 이 점을 알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개의치도 않아 했다. 당염원의 시선이 위지수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위지수의 입술로 향했다.
지나치게 솔직한 그녀의 시선을 위지수는 차마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당염원의 허리에 감긴 사릉고홍의 손을 몰래 힐끗 보고는 건방지지도, 비굴하지도 않게 침착히 물었다.
“당 아가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당염원이 사릉고홍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자, 사릉고홍이 그 뜻을 알아차리곤 곧바로 땅으로 내려왔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둘 사이의 호흡은 그들이 서로 얼마나 통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위지수는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주님께서 이 여인에게 너무 끌려다니시는 것 같은데?’
사릉고홍이 땅 위에 내려앉자 당염원이 불쑥 말을 뱉었다.
“너, 이경의 입술을 물었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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