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옛 벗
첫 시험은 첩경(帖经)이었다.
부시는 삼경(三经) 이상을 통과해야 했다. ‘효경(孝经)’, ‘논어(论语)’는 필수로 선택해야 하고, 나머지는 ‘시경(诗经)’이나 ‘주례(周礼)’ 중 하나를 선택해 지정한 단락에 따라 외워 써야 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2천 자가 넘는 ‘효경’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권을 합치면 무려 9만 자에 다다랐다. 글자 수가 가장 많은 ‘주례’를 빼더라도 5만 자나 되기 때문에 외워야 하는 양이 아주 많았다.
첩경은 문제의 양도 매우 많아 빨리 답안을 써도 오후가 되었고, 일반적으로 황혼 무렵이 되어서야 답안지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소육랑은 이 각 만에 붓을 멈추고 벼루로 시험지를 누른 후 잠을 잤다.
감독관들은 모두 멍해졌다.
답안 작성을 다 마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빨리 답안지를 작성할 리가 없다!
서책들을 모두 외운 것이 아니라면 이리 빨리 붓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건 결코 보통의 천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옛날 소년 좨주였던 경성의 소후야가 아닌 이상.
감독관은 그가 답을 몰라서 답안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수로 현시를 통과 한 자가 저런 수준이라니, 현의 망신은 다 시키는군!
시험이 끝난 후, 전담자가 와서 답안지를 걷었다. 먼저 이름을 부르고 전용 상자에 넣으면, 감독관조차도 답안지를 볼 수 없었다. 답안지를 볼 때는 이름이 가려져 있어, 어느 답안지가 어느 수험생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소육랑이 감독관에게 준 첫인상이 인상적이었는지, 그다음 시험에서도 감독관들은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두 번째 잡문(杂文)은 수험생들의 사장(辞章) 능력을 시험하는 것으로, 어휘 선택과 행문(行文)의 제한이 크지 않아 세 번의 시험 중에 가장 쉬운 편이었다.
소육랑은 또 이 각 만에 답안을 내고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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