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화. 말을 안 듣다
차가운 설광이 창호지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오자 영경거 안은 더욱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육륜은 숯 화로 옆에 앉아 바느질에 여념이 없는 임근용에게 다가오더니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둘째 형수가 둘째 형님 줄 무릎 보호대를 만들고 계시나 봐요? 꽤 두꺼워 보이는데 형님이 쓰시려고 할까요?”
임근용이 고개를 들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공자 드릴 거예요. 조금만 더 꿰매면 돼요.”
“셋째 형수가 셋째 형님 쓰라고 만들었던 걸 한 쌍 줬는데, 나한테는 좀 작아서 안 쓰게 되더라고요.”
육륜이 쭈뼛거리며 한쪽 옆에 앉더니 좌우를 둘러보고 의랑을 향해 말했다.
“우리 의랑이가 또 잠이 들었구나?”
임근용이 그를 매섭게 노려본 뒤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계속 바느질을 했다.
“예, 의랑이는 아직 아기잖아요. 먹고 놀 때 빼고는 하루 종일 자요. 누구처럼 정자에 가서 찬바람을 쐴 겨를 따위는 없죠.”
육륜의 안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가 재빨리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의랑의 작은 침상을 지키고 있는 두아와 문발 밑에 서 있는 춘아를 제외하고 그 외에 잡다한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육륜이 조용히 안도하며 말했다.
“그냥 친구였어요, 정원에는 말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거기로 데려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에요.”
임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귀신처럼 소리 소문 없이 드나들다니 오공자 친구분은 참 재주도 좋네요.”
육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임근용을 뚫어지게 응시했지만 임근용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사실 난 주씨 성을 가진 막료 같은 사람은 전혀 몰라요.”
육륜이 두 마리의 벌레를 얹은 것 같은 눈썹을 찌푸렸다가 다시 늘어뜨리자 마치 거꾸로 된 8(八)자 같이 보였다. 그가 쉭쉭 하는 소리를 내며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넷째야……. 너 왜 이리 매정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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