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기부
청운이 상녕후 부인을 보러갔을 때, 상녕후 부인은 서하사의 청풍정(淸風亭)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상녕후 부인의 곁에는 여종도 있었지만, 상한아는 없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상녕후 부인은 찻잔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 청운을 한 번 바라보았다. 탐구와 관찰을 하는 눈빛이었고, 살짝 분노가 서려있었다.
상녕후 부인이 화를 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상녕후 부인이 안정후부의 양전(良田)을 탐내는 것으로 보아, 상녕후 부인은 돈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청운에게 이만 냥을 내주게 되었으니, 청운을 칼로 쑤셔도 시원치 않을 것이었다.
상녕후 부인의 나이는 서른대여섯 정도 되었다. 용모는 출중하지 않았으나, 코끝이 높았다. 그리고 두 눈은 칠흑 같은 검은색이었다.
청운이 앞으로 나가서 상녕후 부인에게 인사를 했다.
상녕후 부인이 웃었다.
“한아가 네 손에 놀아난 걸 원망하지는 않는다. 정말 뛰어난 인재로구나.”
청운은 상녕후 부인을 보았다.
“저는 먼저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먼저 저를 건드리면, 봐주지 않아요. 그러지 않으면 저를 만만하게 볼 테니까요.”
상한아는 완전히 자업자득이었다. 만약 상한아를 손봐주지 않았다면, 또 어디서 꼬투리를 잡아서 청운을 위협할지 모를 일이었다.
상녕후 부인은 청운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차갑게 웃었다.
“한아가 너무 여려서 네게 위협을 당했더구나.”
청운이 상한아의 평판을 빌미로 협박을 했는데, 상한아가 어쩌자고 그 차용증을 써줬는지 모를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차용증 때문에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상한아는 관저에 돌아간 후, 겁을 먹은 채 사실대로 보고했다. 그리고 상녕후 부인은 화가 나서 쓰러질 뻔했다.
그렇게 요 며칠을 상한아는 밤낮으로 무릎을 꿇어앉아, 불당에서 반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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