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하가의 사람이 오다 (1)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고약운이 움직였다.
그녀는 단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방연의 어깨를 한 손으로 밀친 후,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섰을 뿐이었다. 결국 임악의 주먹은 방연이 아닌 고약운의 얼굴에 떨어졌다.
주변에 있던 이들은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그들이 보기에 고약운은 체구도 작은데다 심지어 마르기까지 했다. 이렇게 약해 보이는 소녀가 어떻게 저런 주먹을 견딜 수 있겠는가? 곧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게 뻔했다.
그녀는 백신당 주인인 척하면서 6황자와 함께 폐하의 환심을 사려 했으니, 다 자업자득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
피를 토하고 있어야 할 소녀가 대나무처럼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바람이 불어오자 푸른 옷자락이 흩날렸고, 그녀의 마른 몸에서는 늠름한 기세가 드러났다.
한편, 임악의 굵은 팔 위에 핏줄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팔 전체에 핏줄이 서버렸다. 마치 곧 찢어질 것처럼. 검을 들고 있던 시위들은 이 광경을 보고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들의 눈에서 공포 어린 빛이 드러났다.
도대체 얼마나 큰 힘을 가져야 저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으아악!”
임악은 두 눈이 붉어진 채 다친 팔을 붙들고 고약운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악독한 눈빛 위로 매서운 기세가 숨김없이 드러났다.
‘죽인다. 이 여자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원한을 풀 수 없다!’
이번에도 고약운은 꼼짝도 하지 않고, 오만한 자태로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맑고 아름다운 얼굴이 곧 옅은 빛을 발했다. 그녀는 물처럼 잔잔하고 맑은 눈빛으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임악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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