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증거 (1)
그 말에 천북야가 천천히 일어났다. 창밖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석양이 은빛 머리 위에 떨어지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초설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넋을 놓았지만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금제 한 명뿐이기 때문이었다. 천북야는 금제보다 외모가 더 뛰어난 사내이지만, 그녀에게 있어 금제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대단하진 않았다.
“뭐, 뭘 하려는 거죠?”
천북야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자, 하초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설마 말 몇 마디에 넘어가 자신이 마음에 든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이 사내에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금제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드려선 안 되었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천북야를 보게 된 하초설은 순간적으로 하명의 분부를 잊어버렸다. 그녀는 빛나는 손을 들어 천북야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그 공격은 천북야에게 닿지도 않았다. 곧이어 한줄기 힘이 하초설의 가슴에 세게 꽂혔다. 갑자기 뒤로 날아간 그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초설은 당황한 얼굴로 천북야를 노려봤다.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을 연모하고 있어. 내가 너를 따를 거란 생각은 하지 마!”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낸 그녀가 고집스럽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에게 다가오던 천북야가 돌연 웃음을 내뱉었다.
그 웃음은 비웃음과 경멸을 담고 있었으며, 그의 핏빛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했다.
“하초설.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닌가?”
“뭐?”
하초설의 눈빛이 멍해졌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천북야의 조롱 섞인 얼굴을 바라보았다.
“운이가 한 말이 있어 너를 지금 죽이지는 않겠다만, 나중에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당신…….”
하초설이 입을 열려는 순간, 천북야가 재빠르게 손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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