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황제의 부름
세 사람은 거리를 둔 채 조용히 걸었다. 그러다 한지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철 형님, 왜 그렇게 소원하게 구세요. 세자라니.”
“이제 친척이라는 명분이 없으니 당연히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 수 없지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면 정미가 속상할 텐데요.”
정철이 고개를 돌려 정미를 쳐다봤다.
“미미, 속상해?”
정미는 한지를 한 번 훑어보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지금이 제일 좋아.”
‘마침내 남매가 아니게 되었는걸!’
한지는 말문이 막혀 무안하게 웃었다.
‘정미는 역시 아직도 내게 화가 나 있구나. 무슨 일이든 나와 맞서려고 하니. 됐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냥 그렇게 두자.’
* * *
세 사람이 식사 자리에 도착했을 때는 음식이 이미 상 위에 다 차려져 있었다.
정미가 들어오자 단 노부인이 크게 기뻐했다.
“미야, 어서 오거라. 외조모는 네가 국사와 함께 식사를 하는 줄 알았단다.”
단 노부인이 자신과 사 노부인 사이에 자리를 내려고 하자, 정미가 급히 말했다.
“저는 오라버니와 여기 앉으면 돼요.”
그러고는 정철을 앉히고 나서야 대답했다.
“사부님께서 제게 외조부님 외조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라 하셨어요.”
단 노부인의 웃음기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 의미는―”
“사부님께서 제가 이제 막 입문했으니 관에 남아 며칠간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선은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관에서 지내는 것이냐?”
노위국공이 단 노부인을 흘끔 노려봤다.
“아이에게 부담 주지 마시오. 이 얼마나 좋은 일인데. 세상에 국사를 스승으로 모시는 복을 가진 자가 몇이나 된단 말이오.”
그러고는 수염을 매만지며 탄식했다.
“만약 국사께서 나를 제자로 들여 주신다면 나도 관에서 지내고 싶었을 거요.”
정미가 참고 참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외조부님, 그렇게 되면 서열이 조금 이상해지는데요.”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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