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화 전생과 현생 (2)
한참 진강의 말을 조용히 듣던 사방화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옥작이 늑대를 다루는 기술을 쓰던 걸 보고 희미하게나마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어요. 그리곤 당신이 옥작에게 준 늑대 다루는 기술이 적힌 수기를 보곤 당신에게 전생의 기억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 내가 늑대를 다루는 기술을 쓰던 걸 당신도 본 적이 있었으니까. 내가 옥작에게 준 그 수기는 전생에 당신에게 줬던 거였소. 당신이 피를 다 흘리고 죽어갈 때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오.
사부님께 매술을 이용해 이 수기 하나만 남겨 달라 부탁을 해서, 전생을 증명할 유일한 물건으로 남겨 둔 것이었소. 수기를 볼 때마다 이 생에선 절대로 전생과 같은 길로 들어서선 안 된다는 걸 상기시켰었지.
하지만 점차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고 고통스러웠소. 그러다 마침 평양성에 있을 때 옥작이 늑대 다루는 기술에 관심을 보이기에 수기를 넘겨줬었소. 이젠 수기도 내 눈앞에 없으니 당신이 죽었던 적도 없었다고 생각하며, 당신을 다시 처음부터 알아가고 싶었소.”
결국 사방화의 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강은 다시금 사방화를 더 힘주어 끌어안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전생의 영친왕부 진강은 그저 버릇없이 자란 소왕이었을 뿐이오. 황조부님, 황조모님께선 어려서부터 남진 강산은 반드시 내 손으로 지켜야한다며 몇 번이고 열정을 다해 가르쳐주셨소.
아버지께서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하시다는 고작 그 알량한 이유로 남진 황위를 이어받지 못했다는 게, 황조모님께는 평생의 한으로 남았던 것이오.
그런 황조모님께서 어떻게 기꺼이 황숙께 이 강산을 물려주실 수 있었겠소? 심지어 황숙의 아들에게까지? 황조모님께선 사실 내가 이 남진의 황위를 물려받길 원하셨소.”
사방화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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