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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S급 빌런.

협회가 히어로와 빌런의 등급을 부여하는 기준이 달라, 상대적으로 적은 S급 히어로와는 다르게 S급 빌런들은 정말 많다. 일단 나만해도 우리 에고스트림에 S급 빌런이 2명이나 있고.

그런만큼, S급 빌런도 다 같은 S급 빌런이 아니다.

간신히 S급 빌런 라인에 끼는 애들부터, 그들과는 능력이 근본적으로 차이나는 저 위의 S급까지. 같은 S급 내에서도 사실상의 위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S급 빌런들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이들.

거기에 능력만 강한걸 넘어, 각자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거에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머리도 꽤나 잘 돌아가는 이들이다. 한마디로 협회의 최우선 경계대상, 그야말로 인류의 주적 그자체.

...그런 그들은 지금 현재, 한대 모여 서로 통성명을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내 이름은 카타나. 일본에서 삼협파를 운영하고 있다."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문 그녀.

뭐, 소개라고 해봤자 저게 끝이다. 이름과 어느 국가에서 조직을 이끌고 있는지만 간단히 통성명할뿐.

뭔가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기보다는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원작에서도 이랬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여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말던, 통성명은 차분히 계속되었다.

"독일의 제일가는 깡패집단, 레드 모터즈의 수장인 하이킨이다. 다들 보니 나보다 약한거 같은데, 잘지내보지."

...물론 저렇게 또라이도 있고는 했다.

대체 누군가 하고 봤더니, 아주 강렬한 빨간 모히칸머리를 하고있는 남자였다.

참고로 놈의 도발에 다른 빌런들이 보인 반응은, 그냥 무시.

다들 어디서 개가 짖나 싶을 정도로 감흥없는 표정들이었다. 뭐, 당연하겠지만 저런 놈일수록 약한 법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참고로 저놈은 3개월후에 죽는다. 원작에서 나오거든.

그렇게 다들 가끔 튀어나오는 이상한 놈을 제외하고는, 다들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고.

"하하! 내가 라티스단의 주인이자 바로 북대서양의 지배자 아틀라스네. 뭐, 만나서 반갑네 그려!"

호탕하게 인사한 아틀라스를 끝으로, 내 차례가 왔다.

나야 뭐, 딱히 첫만남부터 튈 생각은 없었음으로 그냥 평범하게 인사하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장악해야지, 처음부터 나서면 되는 일도 안되는 법.

그래서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에고스트림이라는 빌런연합을 운영하고 있는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다들.."

"잠깐."

그렇게 내가 살짝 웃으며 말을 하던 그때, 누군가 내 말을 끊었다. 뭐야?

누군가하고 봤더니, 이쪽을 보며 사납게 웃고있는 아까 그 모히칸 머리를 한 빨갱이가 있었다.

"내가 너 알지. 에고스틱 아니야? 대한민국의 그 유명한... A급 빌런."

나를 향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미소지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음. 싸우자는건가?

...아무래도 첫날부터 누구 하나 담궈야 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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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

수많은 빌런들이 모여있는 그 엄숙한 자리에서, 저 맞은편에 앉아있는 빨간 모히칸머리의 남자, 히치칸이 지랄을 하고 있었다.

뭐, 무료해진 회담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저러는것도 나쁘지는 않다. 원래 이런거 구경하는게 제일 재밌기도 하고.

근데 문제는 나한테 지랄중이라는거지.

"아니, 다들 생각해보자고. 여기가 어디야. 다 한 조직을 이끄는 S급 빌런들이 모인 곳, 아닌가? 그런데 저런 A급 빌런이 이곳에 오는게 말이 되냐 이말이야."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하는 빨갱이.

갑자기 진행되는 일에 무슨 일인가 하고 몇몇이 이쪽을 보고 있는 그 상황에서.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는 빨갱이를 향해, 나는 그냥 별 대꾸없이 조용히 미소만 지어주었다.

왜냐고?

"네이놈!!!!!"

옆에 있는 우리 아틀라스 아재가 대신 나서주고 있으니까.

원탁을 주먹으로 쾅치고 거의 숫제 몸을 일으킨 아틀라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놈에게 소리쳤다.

"뚫린 입이라고 아주 아무말이나 지껄이는구나! 감히 이 아틀라스의 친우한테 그따위 망발을 지껄여? 네이놈!!!"

"...아니, 거 참. 내가 뭐 틀린말 했습니까?"

"갈!!!!!!"

이제는 빨갱이를 후두려패기 위해 나서려는 듯 거의 의자에서 반쯤 일어난 아틀라스 아재. 샤우팅이 얼마나 큰지 번역마법을 뚫고 그의 욕설이 원어로 들릴 지경.

그런 그에게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빈정대는 히치칸이였으나, 딱봐도 좀 당황한게 보인다. 여기서 아틀라스가 나설 줄은 몰랐나보지.

...아니, 내가 여기 앉아서도 아틀라스랑 속닥이며 대화 주고받기도 했는데 그것도 못봤나? 하여튼, 아틀라스가 이제는 하다못해 창마저 소환해 싸우려 하는 그 순간.

"그만."

원딱 저 끝에 앉아있던 셀레스트의 맑은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울려퍼졌다.

"...신성한 회의에서,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다들 진정하시지요."

"....흠, 쯧."

"...."

무슨 하얀색의 둥근 베리어같은게 원탁 주위로 생겨나, 둘 사이를 막었다.

거칠게 혀를 차며 다시 의자에 앉은 아틀라스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턱을 괴고 앉은 히치칸.

...뭐, 결국 셀레스트가 개입해서야 일이 끝났다.

휴. 갑자기 뭔 난리레.

특히 저 빨간 모히칸 머리를 한 녀석은 여전히 심기가 안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이 계획대로 안풀려서인거 같은 모양. 그래도 전세계 도시를 동시에 습격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아틀라스한테 대들 깜냥은 없는지,혀만 차고 가만히 있는 모양이다.

음, 이래서 사람은 역시 빽이 있어야돼.

그렇게 뜬금없는 둘의 싸움도 끝나고, 갑작스러운 사건때문에 원탁위 분위기가 어색해질 만도 하였으나... 다들 관심도 없었다는 듯,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거처럼 통성명은 계속되었다.

역시 모두들 닳고 닳은 노련한 빌런이라 그런지, 뭔 일이 터져도 별 신경도 안쓰는 모습. 아마 이런 아사리판에는 다들 익숙한가보다.

하여튼 그런식으로 다시 무탈하게 회의가 흘러갔으나,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나를 향한 은근한 시선들이 몇개 생겼다는건가. 정확히는 '저놈은 뭔데 아틀라스랑 친분이 있지?' 그런 시선이다.

아틀라스. 겉보기에는 아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 기라성같은 빌런들 틈사이에서도 강함으로 따지면 한손안에 드는 그. 그런 그가 대신 분노까지해줄 정도인 나는, 대체 무슨 사이인건지 궁금하겠지. 심지어 A급인데.

곤란하다. 오늘부터 이런 관심을 쏠리는건 예상못했거든.

...아니지, 오히려 이렇게 된 이상...?

물론 내가 그러든 말든 이 회담의 대표자 셀레스트는 그 이후로 이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뭐, 애초에 아틀라스가 날 추천한거니까 그와 내가 친분이 있다는걸 그녀는 알고 있을테니.

어쨌든 셀레스트에서 시작한 순서는 다시 돌고 돌아 셀레스트 바로 옆에 앉아있는 짧은 금발의 기사한테 까지 왔다.

"...제 이름은 아서. 세븐헤븐즈 나이트의 수장입니다."

짧게 소개를 마친 그 남자.

갑옷을 입고 있는게 눈에 띄기는 하지만, 얘보다 더 기상천외한 복장이 많아서 별로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만은 그에게 주목했다.

아서. 세븐어쩌구의 수장이라는데, 그냥 한마디로 말해서 셀레스트 심복이다. 애초에 세븐이 셀레스트의 연합 에테리아의 하위 조직인걸. 애초에 셀레스트 옆에 앉아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참고로, 저 남자의 능력은 그가 입은 갑옷을 포함한 기사복장때문에 싸움 관련된거라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건 위장이고. 그는 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상대의 위험도. 즉, 강함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걸 알 수 있다는 능력이다. 이 능력으로 인해 그는 곧바로 셀레스트의 핵심 심복이 되었다. 아마 셀레스트의 이번 회담의 목적중엔 다른 빌런들의 위험도를 측정할 이유도 있었을거다.

물론 연약하고 무해한 나는 전혀 신경쓸게 아니지만. 대충 순간이동이나 염동력.. 검은 촉수? 이런걸로 무슨 평가를 받겠어. C급 취급을 받아도 이상할게 없다. 그런즉슨 셀레스트가 오늘 날 신경쓸리도 없으니, 여기서 영향력을 보일려면 나중에 다른식으로 아가리를 털어야하고.

내가 그런 생각은 하고 있을 때쯤, 드디어 한바퀴 돌아 다시 셀레스트에 차례가 돌아왔다.

"저는 에테리아의 수장 셀레스트. 그리고 이 모임 카테달의 개최자입니다."

굳이 모두가 아는 사실을 한번 더 말한 그녀는, 이내 신성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해서 서로 통성명도 끝났으니."

-이제는 제가 이 모임을 개설한 이유이기도 한, 메인을 시작하겠습니다.

셀레스트는 여전히 청량하면서도 성스러운 맑은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카테달. 모든 빌런들이 주기적으로 한번씩 만남을 갖는 모임.

이 모임의 기본적인 원칙은, 서로 하나 이상씩 자신이 알고있는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것.

여기있는 모든 이들은 조직을 운영하며, 듣는 귀가 많은 만큼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협회의 동향이든, 초상능력에 관한 정보든, 정부나 국제정세든 뭐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자.

각 국가의 지부마다 서로 유동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히어로 협회처럼, 빌런들도 함꼐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을 갖자는 소리.

그런 그녀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했다.

다들 하나의 도시를 넘어 나라와 대륙에 영향을 끼치는 이들만큼, 정보의 소중함에는 공감하는 것.

즉, 다시 말해 이 모임은 모두에게 좋은 만남이다.

비록 자신도 하나의 고급정보를 털어놓아야하지만, 그만큼 수십개의 정보들을 얻어갈 수 있으니. 거기에 셀레스트가 관리하여 정보의 질도 어느정도 유지되고. 계속 질낮은 정보만 풀면 모임에서 퇴출당할테니.

어쨌든 그런 셀레스트의 설명에 납득한 분위기.

그러면서 그녀는 오늘도 일단 정보공유의 시간은 갖되, 이번시간만은 풀 정보가 없으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설명하며.

그녀가 준비해온 정보를 하나 풀기 시작했다.

"여러분. 다들 아실껍니다. 전세계적으로 능력자의 숫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말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뉴스만 틀어도 나오는 사실이니.

그리고 셀레스트는, 거기서 충격적인 정보를 풀었다.

"이에, 히어로 수급이 전보다 원할해진 국제 히어로협회가 미합중국등 히어로 대국의 S급 히어로들을 다른 국가로 파견시킨다고 합니다. 다들 각별한 주의를 해주시길."

그 말에 빌런들의 표정이 굳었다.

자국 히어로 유출을 극도로 자제하던 미국이 그런다는걸 못믿는 분위기. 그러나 셀레스트가 공유해 준것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어서, 다들 표정만 굳은 모양세다.

물론 원래 알고있던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그런다고 한국에 파견보낼리도 없고. 나야 스타더스만 잘 상대하면 되지.

하여튼, 정보를 푼 셀레스트는 이어서 다들 돌아가며 혹여나 풀 정보가 있으면 풀어보라 했고.

대다수는 그냥 패스했다. 뭐, 오늘은 굳이 풀 필요가 없으니까 다음에 푼다는거겠지. 준비도 안됐고.

그래도 몇몇은 자기가 알고있는 정보를 풀기는 했다. 그마저도 짧고 간단한, 추측성 정보였지만.

그런 사이에, 어느덧 내 차례가 코앞으로 왔다.

그리고.

나는, 살짝 고민했다.

원래라면 나도 첫날부터 나설 생각은 없었다. 그냥 조용히 패스하려 했지.

그런데.

"..."

나는 여전히 건들건들하고 있는 저 붉은 모히칸 머리를 바라보았다.

...음, 어차피 저놈때문에 이미 어그로 끌렸는데.

그냥 나서도 되는거 아닐까?

그렇게 내 차례가 왔고.

나는,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래. 뭐, 영향력 확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심지어 제물감도 있고.

저 히치만인가 뭔가하는 빨갱이, 어차피 3개월뒤에 죽잖아?

"음..."

잠시 침묵한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저도 그냥 들은 정보인데, 유럽에 독일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운을 땠다.

자기가 살고있는 독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돌려 관심을 가지는 빨갱이.

그 상태에서, 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독일에 큰 일이 들이닥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당분간 독일에 갈때는 조심하시는걸 권해드리죠."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고개를 살짝 그 빨갱이 쪽으로 돌렸다..

"...특히, 독일 사시는 분은. 더욱 조심해주세요."

그리자 나와 눈이 마주친 놈을 향해.

그런 그를 행해 나는 웃는 낯으로, 미소지은 채 다시한번 말해줬다.

"3개월안에, 어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놈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한, 명백한 도발.

이에 빨갱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자식! 감히 나를 위협하는거냐!"

책상을 쾅 친 놈.

그리고 이에 질세라 아틀라스도 책상을 쾅 치며 나서줬다.

"네이놈!!! 이제는 그가 충고를 알려줘도 시비인 것이냐! "

그렇게 다시 일어날뻔한 싸움은, 셀레스트가 한숨을 쉬며 다시 막아며 중재되었다.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아서 여전히 머리카락만큼이나 붉어진 얼굴로 이쪽을 째려보는 히치만. 물론 나는 미소지은 채 무시했다.

뭐, 잘됐다.

저놈이 내 말을 믿을리도 없고, 3개월뒤에 어차피 그 사건으로 죽을테니, 이제는 더 신경쓸것도 없겠지.

그렇게 내 차례는 넘어갔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들 방금의 소동엔 별 관심을 안가지는 모양이었다.

그냥 으레있는 빌런들의 기싸움이라고만 생각하는 모습.

...물론 저놈이 3개월뒤에 그 일로 죽어오면, 그때가선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누가봐도 걔의 죽음은 나와 아무런 연관도 없을테니, 이걸 말했다고 놈을 죽인게 나라고 몰아갈수도 없을거다.

다만 이상하게는 생각할거다. 내가 그게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는지를. 물론 얻어맞춘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내가 정말로 무언가 조치를 취한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딱봐도 아무 상관 없어보이겠지만, 그래도 혹여나 고도의 수를 쓴게 아닐까라는 의심.

그리고 그런 의심이, 나를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거고.

그래.

이것이 바로 약자의 방식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험한 놈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거. 실제보다 강해보이게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

그리고 우리 빨갱이가 그 희생양이고.

뭐, 어차피 난 진짜 아무것도 안할테니까 그건 아닌가. 남들도 그렇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동안, 정보공유의 시간도 끝이 났다.

4개월뒤에 다시 만나자는 셀레스트의 말을 마지막으로, 해산.

그렇게 다들 각자에 자리에 일어나, 왔던 복도로 되돌아갔다.

가는길에 빨갱이가 나를 또 째려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그냥 미소로 무시해줬다. 이놈을 실물로 보는것도 마지막이네. 잘살아라. 남은 3개월간.

"에휴. 이상한 놈때문에 자네가 좀 곤혹스러웠겠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네. 특히 자네의 마지막 도발은 아주 훌륭했어! 속이 다 시원하더구만. 하하하하!"

"하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곤란할 뻔했는데, 아틀라스님 덕분에 잘 물렸습니다."

"하하하! 아닐세 아닐세! 내 당연히 도와야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우리는 왔던 검은 복도를 다시 되돌아갔다.

음, 이제야 집에 가겠네.

큰일도 끝났으니, 푹 쉬자.

오늘은 비록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뭐. 다음부터 천천히 하면 되니까.

***

모두가 떠난 원탁.

어두운 그 자리에서, 아서는 자신의 상관인 셀레스트에게 진중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셀레스트님. 이중에서 에고스틱, 이라던 그 자가... 제 능력에 의하면 제일 위험하다고 판단됐습니다."

"...에고스틱."

셀레스트는 자신의 백발을 매만지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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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달.

S급 빌런, 그들중에서도 세계 단위로 노는 최강자들이 모인 빌런 회의.

그곳에서 갔다온 나는, 다시 정겨운 한국으로 돌아와, 그리웠던 집에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으어어..."

그래. 이거지.

역시 집이 최고다, 집이 최고야.

"다인씨, 여기요."

"아, 감사합니다 수빈씨."

수빈씨가 타주신 따뜻한 캐모마일 허브티를 마시며, 나는 만족에 겨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게 인생이지. 어쩌면 행복은 멀리있는게 아니지 않을까? 역시 밖에서 고생고생 하다가 오면 집 생각이 간절해지는 법이다.

"오빠. 그래서 어떻게 된거에요?"

"뭐가?"

"이번에 다른 빌런들 만나고 온거요. 별일 없었어요?"

옆에서 묻는 서은이의 질문에, 나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별 일 없었냐고? 별 일 없었지. 3개월뒤에 죽을 빨갱이가 시비털어서 겁준거 말고는 별로 한거 없다.

"음..."

...별거 아닌거 맞겠지?

하여튼, 이 얘기까지 해서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기에, 대충 별일 없었다고 답해줬다. 실제로 그건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기도 하고.

그렇게 서은이와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안심시켜준 다음에야, 나는 다시 편안하게 차를 음미할 수 있었다.

"...."

거실의 커다란 창밖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

그 아래에서 노곤하게 햇빛을 맞으며 차를 한 모금씩 한 뒤,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겨 이번 회의를 다시한번 복기해봤다.

세계 정상급의 빌런 셀레스트의 주도로 이루어진 빌런회의, 카테달.

첫날이니 만큼 별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다들 강하다.'

사실 뭐... 능력이야 원작을 통해 다 알고있었으니 새로울 건 없지만, 개념적으로 알고만 있는것과 실제로 만나서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냥 딱봐도 느껴지는 심상치않은 기운.

지금까지는 대한민국 안에서만 있어서 잘 몰랐었지만, 역시나 이번 회의장만 봐도 외국쪽이 얼마나 개판일지 짐작 가능하다.

물론 그쪽은 S급 빌런들이 많은 만큼, 히어로들 또한 그에 상응할 정도로 많아서 어찌어찌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는 있는 상태. 아직 S급 히어로가 한명도 없는 대한민국과 S급 히어로 수십명을 보유한 미국. 둘만 놓고 비교해봐도 그냥 기준이 다르다는걸 알 수 있다.

특히 셀레스트는. 역시나 원작에서 언급한대로 그냥 격이 다르다는 느낌. 하얀 성녀복에 눈쪽을 희미하게 가리는 베일로 얼굴을 장식한 그 모습이 성스럽고 거룩하게 보일 지경이니 말 다했다. 백발을 늘어트린 그 아름다운 모습만 보면은 히어로로 보일 지경. 실상은 협회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판단한 빌런이지만.

물론 다른 빌런들도 그녀에 비하면 좀 덜할 뿐이지, 기운이 만만치 않은건 똑같았다. 강자들은 원래 기를 뿌리고 다니나? 하긴, 아틀리스 아재도 처음에는 위압감 넘쳤었지.

...뭐, 사실 이건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그 S급 빌런들 중 대표격들만 모인 카테달, 거기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냐지.

"....흠."

나는 차를 한모금 더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그들중에서 내가 제일 약하다는걸.

애초에 나는 초대받지도 못한걸, 아틀라스를 이용해서 간신히 들어간거니.

'...아마,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겠지.'

내가 아틀라스랑 친한거에 살짝 호기심을 느낄 뿐.

그 외에는 별거 없다고 생각해 빠르게 관심을 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셀레스트는... 아틀라스의 권유로 나를 초대하기는 했지만 못마땅해 할수도 있다. 별로 강하지도 않은 애가 왜 들어온거지- 하고. 애초에 편지도 부족하다고 안줘서 아틀라스랑 같이 왔잖아.

"즉,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아무도 없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이게 펙트지. 아마 온갖 능력자들을 나 만나봤을 다른 빌런들은, 고작해야 A급인 나한테 큰 관심이 없을거다.

그리고 이걸, 나는 오히려 이용할거고.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건, 날 별로 경계하지도 않고 나에대한 정보도 없다는 소리다. 애초에 히어로-빌런 사회에서 한국은 약간 주류 범죄집단이랑 동떨어져 있어 애초에 정보라는게 없을테고.

즉, 나의 목표는 다른게 아니다.

바로 빌런회의, 카테달을. 천천히, 야금야금 먹어가는 것.

그들에 비해 모든게 딸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것은, 정보와 미래.

그리고 이건,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 누구보다 위험해 보이게 만들어줄 최고의 도구들이다.

말 몇마디로, 저 날고기는 S급 빌런들을 농락할 유일한 방법.

그리고 그 시작이, 독일의 히치칸을 비명횡사 시켜버리는 것.

사실 그냥 나 없어도 죽을 놈이 죽는것일 뿐이지만, 그걸 그들이 어떻게 알겠어. 내가 모종의 작용을 했을거라고 의심하는 이들이 분명 생길거다.

그리고 나는 그 의심을 역으로 이용해, 실리를 챙길거고. 내가 A급인게 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A급을 셀레스트가 이 모임에 불렀다는건, 무언가 그에게 엄청난 능력이 있는게 하고-. 뭐, 그들은 내가 아틀라스 빽으로 들어온것 까지는 모르니까.

...어차피 이 모든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거다.

천천히, 가랑비에 옷 젖듯. 그들은 뭔가 이상하다는걸 알게 되겠지.

"....."

그렇게 나는 한동안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앞으로 카테달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계획을 짰다.

아틀라스는 있으니, 그를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과 일본 빌런들도... 어지간하면 끌어들이는게 좋을테고. 셀레스트는 한동안 날 신경쓸리가 없으니 걱정 꺼도 되고... 이번 카테달 참여 빌런 리스트를 국제 히어로 협회 총장이 입수하기는 하지만, 원작을 보면 어차피 별 문제는 안될거고...

한참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어느새 컵이 텅 빈걸 확인하고는 잠시 멈췄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사실, 지금부터 걱정할 문제는 아니기는 했다. 어차피 다음 모임까지는 무려 4개월이나 남았으니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문득 앞을 보았다가 저 아래에 있는 서자영이랑 눈이 마주쳤다.

"...?"

"끝났어?"

멍한 눈길로 나한테 그렇게 묻는 그녀.

내가 무슨 소리인가 생각할 때, 서자영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너가 혼자 막 중얼중얼 하길래 재밌어서 보고 있었지. 이제 생각 다 끝났나봐?"

"...음. 그렇지."

헛기침을 하며 답한 내 말을 들은 서자영은, 한층 더 진하게 웃었다.

아니. 그걸 보고있는 사람이 있을줄은 몰랐지.

서자영은 늘 거실 바닥과 거의 동화되어 있어서, 가끔씩 서자영이랑 같이 있어도 그녀의 존재를 잊을 때가 있다.

"흐응..."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그녀의 보라색 머리.

처음 봤을때처럼 여전히 신비롭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눈동자로. 그녀는 내게 물었다.

"근데...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던거야?"

"그냥 뭐. 일 생각이지 뭐겠어. 빌런회의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그런것들."

"그래..."

내 말을 들은 서자영은, 이내 금방 흥미를 잃었다는 듯 다시 머리를 바닥에 기대고 뒹굴뒹굴 했다.

뭔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망설인거 같은 분위기인데, 기분탓이겠지?

하여튼 나는 컵을 정리한 뒤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이제 이 다음에는 뭘 해야 할려나.

어차피 테러는 꽤 최근에 해서 상관없고... PMC준비나 하면... 당분간은 별 일 없으려나.

그렇게 결론내린 나는, 서은이가 있는 지하실이나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스타더스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열과 성을 다해 만들던데, 잘 되고 있으려나.

은월이와 세희도 돕고 있는걸로 아는데. 나도 얼굴 좀 비춰야지.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그래, 이번에는 좀 쉬자. 애들이랑 놀기도 하고. 저번에 놀이공원 가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데, 한번 유원지나 대리고 갈까. 최세희랑 수빈씨도 은근 기대하는 눈치고.

나는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내려갔다.

...스타더스가 좀 걱정이긴 한데, 그거 빼고는 별 문제 없으니까 뭐.

당분간은 별일 없을거다. 응.

***

미국에 위치한, 국제 히어로 협회 본사.

총장실에 그곳에 앉아있던 여성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서류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

국제 협회의 주적, 셀레스트의 주도하에 열렸다는 빌런회의.

그 회의에 참여한 이들의 명단을 입수한것.

...그리고 역시나, 그녀가 예상했던 인물들은 전부 들어가있었다.

"...역시."

조용히 중얼거리는 총장.

일전에 공개되었던 대로다. 큰 변동사항은 없는 모습.

이걸 어찌해야할까.

과로에 의해 눈가 밑에 생긴 다크서클. 그걸 꾹꾹 눌러가며, 협회 총장은 조용히 생각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고, 건드려봤자 긁어 부스럼이니 일단은 넘어가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하고, 이미 사전에 예측되었던 유명 빌런들만 다 모여있어 딱히 특별할것도 없었다. 다만 이들이 뭘 할지가 문제인데... 그건 사후에 대처하는게 최선이겠지.

그렇게 한숨쉬며 서류를 읽던 협회장은, 문득 한 인물의 이름에 멈칫하였다.

"잠깐... 에고스틱?"

얘가 누구였더라.

빠르게 기억을 복기한 그녀는, 그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A급 빌런이라는걸 기억해냈다. 저번에 아틀라스, 그와 협약을 맺은 대한민국의 빌런.

"....A급이 여기 껴있다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것이, 에고스틱 빼고는 전부 세계단위로 난리치는 S급빌런 수장들인데, 뜬금없이 그만 A급에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빌런인 것.

그렇게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잠시 시간을 내어 협회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에고스틱에 대한 정보를 찬찬히 읽어봤고.

시간이 지난후, 이내 결심을 내렸다는 듯 수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연락했다.

"...어, 협회장. 여기 위로 지금 시간 남는 S급 히어로 한명 불러봐요."

아무래도 이번에 어디로 출장좀 보내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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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당연히 저희가 힘 좀 써봐야지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회장님 부탁인데, 어찌 여부가 있겠습니까."

"감사해요."

고급스러운 한식당.

그 안쪽 깊숙한 곳에서,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과 하늘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여성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게 다 이설아 회장님께서 나라를 생각해서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남자의 아부섞인 말에, 조용히 미소지을 뿐인 그녀.

이내 자리가 파할 무렵, 그녀는 흘러가듯 그에게 말을 건냈다.

"요즘 야당이 재미를 못 본지도 한참 되었다던데..."

"아이고... 저희가 더 잘해야지요."

"이번에 잘됐으면 좋겠네요. 특히... 감의원님처럼 능력있는 분이라면 그 과정에 충분히 기여하실거 같네요."

해석. 이번에 한자리 해먹을 수 있게 팍팍 밀어주겠다.

정치짬밥이 있는 만큼 그 속뜻을 모를 리 없는 감의원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이내 감의원은 희희낙락하게 웃으며 사라지고.

썬팅된 검은 리무진의 뒷자석에 올라탄 이설아는, 시트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유성그룹. 그리고 이설아. 그녀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넘보기 힘들 정도의 권력을 쥐는데 성공했다.

이미 사실상 한국의 경제는 그녀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상황. 이에 압도적인 재계 장악력을 바탕으로 정계도 차츰 먹어치우기 시작한 그녀는, 이미 여의도를 반쯤 장악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에 정부와 의원들도 이설아와 유성기업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당근과 채찍을 조금 잘 이용하면, 유성기업이 그 어떤일을 하든 정치권에서 말이 나오는걸, 어느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

거기에 이미 여권은 예전에 장악 끝낸 그녀가, 야권에서도 다른 말이 안나오도록 오늘 만남을 가진거고.

"휴우..."

바쁜 와중에 정치권 인사들과 여럿 만나 말을 맞추는건 그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끝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에고스틱. 다인의 부탁이었으므로.

"..."

PMC.

에고스틱이 자신한테 꺼낸 이 사업은,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 사업이었다.

일단 기업이 사적으로, 그러니까 돈으로 능력자들을 고용한다는건데, 이게 잘못하면 기업이 무장 조직을 가지려 든다며 여러 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

이미 능력자들의 전쟁터가 된 다른 나라에서야 꽤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한번도 없던 일.

이에 이설아는 처음부터 신중히 접근해야했다.

사실 정계나 언론보다 더 큰 문제는 협회였지만, 이는 협회장과 그녀의 끈끈한 커넥션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거다. 애초에, 그녀도 히어로 아닌가. 협회 탈퇴는 절대 안한다고 하고, 여러 지원을 약속하며 다 인류를 위한거라고 넘어가면 어떻게 잘 될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느새 이설아는 예전에 다인과 나눴던 대화를 반추해봤다.

...

"...능력자들을 모아, 사기업을 하나 만들꺼야. 일명 PMC."

"네?"

그날. 유성기업 꼭대기 사장층.

이제는 그녀와 다인의 공식적인 만남의 장소가 된 그곳에서, 다인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설명했었다.

A급 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B급 이하의 능력자들을 다수 고용해서 경호업체 같은 걸 만든다든 그의 계획.

물론 표면만 그런거고, 실제로는 훈련부터 실전투입까지 준비할 PMC.

"능력자들이 협회에 히어로가 되는걸 꺼리는 이유가 뭔지 알아?"

박봉에, 일은 고되고, 욕은 많이 먹기 때문.

히어로가 한번의 실수라도 하면 매도당하는게 일상인 대한민국에서, 히어로로 살아가는건 쉬운게 아니다. 아싸리 돈 많이 주는 A급이여도 안할 마당에, B급 이하는 더더욱.

그렇게 설명을 한 에고스틱은, 이내 그녀에게 설명했다.

그런 잉여인력들을 놀리느니, 차라리 싹다 고액에 고용해서 훈련에 정신교육까지 시키는게 맞다고.

왜냐하면...

"앞으로, 치안이 굉장히 혼란해질거야."

마치 미래를 보고 온듯 마냥 확정이라는듯 단언하는 다인의 진지한 말에, 이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납득했다. ...대체 어떻게 아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즉... 앞으로 능력자들이 돈벌겠다고 빌런타락하기 전에, 아예 고용하는게 나쁘지 않을거란 소리지. 그리고 걔들도 다 쓸데가 있을거고."

그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거였다.

대한민국은 모종의 사건으로 치안이 무너지고 빌런이 판을 친 날이 올거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능력자들을 사적으로도 고용해 유사시 전력으로 훈련시켜야한다.

사실 따져보면 근거도 뭣도 없는 말.

그러나 이설아는 그걸 믿었다. 지금까지 그가 한말이 틀린적이 없기도 한... 에고스틱. 다인의 말이었으니까.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만이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야."

다인은 그녀의 눈을 마주쳐오며, 그렇게 말했었다.

능력자들로 사조직을 만든다. 그 누가 시도하는 순간, 정부와 협회의 역풍에 그대로 바스라 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반쯤 먹은 유성기업이 아니라면, 누구나.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하는 다인에게, 이설아는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답했다.. 뭐... 애초에 이제 대한민국이 거의 그녀꺼인만큼, 한국을 지키는건 그녀 입장에서 좋기도 하고. 애초에 자신이 잘못한 게 있기도 하고. 다인씨에게는 받은게 많을 뿐더러...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도와줄 수 있는거니까...'

그렇다.

이건 오직 이설아, 자신만이 에고스틱에게 해줄 수 있는 일.

거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녔을 정도로 판단력이 좋은 에고스틱도, 그의 능력만 강한 동료들도, 심지어 스타더스도 할 수 없는.

이설아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으흥..."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왜인지 그 사실을 떠올리자 기분이 좋아진 이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하며 리무진 뒤에서 다리를 까딱거렸다.

그래. 지금까지 대한민국 먹어보겠다고 아옹다옹 한 보람이 있다. 이게 아니였으면, 과연 그녀가 에고스틱에게 이런 걸 도와줄 수 있었을까?

앞으로 에고스틱이 PMC를 떠올릴때면, 자연스럽게 이설아 자신도 떠올리게 되겠지.

그렇게 천천히 그의 마음을 자신으로...

기분이 좋아보이는 듯 리무진 뒤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던 이설아는, 이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곤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냈다.

"아 맞다. 여기 이 주소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래, 서울에 온 김에 오랜만에 하루 얼굴이라도 볼까.

그렇게 생각한 이설아는, 차를 돌려 하루의 집으로 향했다.

"하루..."

오랜만에 보고싶네.

사실, 하루는 설아에게 있어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 이제는 다인이 생겨 예외라지만, 그전까지는 거의 유일.

어린시절부터 만나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으니까...

"오랜만에 가면 좋아할려나?"

사실 최근에는 에고스틱 관련 일로 몇번의 사소한... 마찰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걸로 둘의 사이가 멀어질정도는 아니다. 애초부터 서로가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거의 유일한 상대였으니까. 이설아가 말을 놓는건 하루가 유일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녀는 이번에 하루의 집에 깜짝 방문하기로 했다. 협회에 없다니 아마 집에 있을거다. 특히 최근에는 에고스틱이 테러를 안한지도 벌써 3개월이 넘었으니, 할 일도 없을테니. 워커홀릭 아니면 집순이인 신하루가 어디 있을지는 뻔한일.

그렇게 생각한 이설아는, 이내 차를 타고 하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내 현관문 앞까지 도착한 그녀.

"흐흥... 깜짝 놀래켜줘야겠다."

이내 이설아는 자연스럽게 신하루의 집에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서로 워낙 친하다 보니 아무때나 오라며 이미 서로의 집 비밀번호는 알고있는지 오래.

이내 문을 열고 들어간 이설아는, 밝은 소리로 외쳤다.

"하루야, 나 왔어~."

이내 미소를 띄우고 들어온 이설아를 맞이한건.

어떻게 된건지 약간 어두컴컴한 집.

왜인지 느껴지는 싸한 분위기에, 이설아는 작게 중얼거리며 앞으로 향했다.

"하루야..?"

돌아오지 않는 대답.

하루가 없나, 하고 거실쪽으로 향하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벽쪽에 붙어있는 에고스틱의 사진에 순간 멈칫했다.

"...?"

에고스틱의 사진과, 그 옆에 적혀있는 글씨들.

이게 왜 여기 하루 집에 걸려있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이 가던 그때.

"설아야?"

"힉!"

순간 뒤쪽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얼음을 쏠 뻔했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보인건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신하루.

갑작스러운 공포분위기에 이설아의 몸이 굳을때.

"언제왔어?"

금발 머리의 물기를 털며 반갑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하루는, 이내 거실에 불을 켰다.

다시 밝아진 집. 이내 아까의 무서운 분위기와 다르게 밝아보이는 하루를 보며, 설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순간 놀라긴 했지만, 역시 하루는 하루였다. 겉으로는 강하고 무뚝뚝한 스타더스인척 해도, 친구들에게만 보여주는... 사실은 착하고 따뜻한 신하루.

"방금왔어... 씻고있었구나. 순간 없는줄 알았네."

"아하하, 잘왔어."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하루.

요즘 뭐하고 지내나 살짝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밝아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안심한 설아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채 웃으며 말했다.

"잠시 서울 온 김에, 우리 하루 얼굴이나 볼까해서 왔지. 아 근데 하루야, 이건 뭐야?"

이설아는 궁금하다는 듯 벽에 걸린 에고스틱의 사진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고.

이내 신하루는 살짝 어두워진 눈빛으로,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아. 에고스틱 어떻게 잡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거든. 물론 걔가 요즘 테러를 안해서 이렇게 혼자 생각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긴 하지만. 집에서 자기 동료들이랑 놀고있나보지."

그렇게 말하며 아하하- 웃는 하루.

...그리고 그 짧은 틈사이에 하루의 눈에 있는 약간의 다크서클과, 뭔가 영혼없는 웃음을 캐치한 이설아는 본능적으로 싸함을 느꼈다.

...아니, 애초에. 하루가 저렇게 아하하 거리며 잘 웃는 애가 아닌데...

"하하, 그래? 음, 일단 나 목이 좀 말라서. 혹시 여기 마실거 있어?"

"아. 기다려봐. 꺼내줄게."

가까스로 대화의 주제를 돌린 이설아는, 역시나 뛰어난 사업가답게 현재 하루의 상태를 눈치챘다. 음. 오늘 하루 앞에서 에고스틱 얘기는 꺼내지 말아야겠다. 분위기 안좋네.

다시한번 에고스틱에게 스타더스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설아는, 이내 자리에 앉아 하루와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떠드는거라 그런지 분위기는 좋았다.

...물론 중간에 에고스틱 얘기가 실수로 나오는 바람에, 왜 자기가 꼭 에고스틱을 잡을것이고 왜 그녀 자신이 잡아야하는지에 대해 눈에 불을 키고 말하는 신하루의 열변에 살짝 이설아의 몸이 떨리긴 했으나.

그걸 제외하고는 화기애애했다.

정확히는, 둘의 대화 도중에 협회에서 '에고스틱을 잡기 위해 미국의 S급 히어로를 한국에 파견했다'는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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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집 앞의 숲.

나는 그곳에 캠핑용 의자를 끌고 앉아, 애들이 훈련하는걸 지켜보았다.

전기를 사방으로 쏘는 일렉트라와, 그걸 다 마법으로 막고있는 은월이.

이내 몇번의 합을 주고 받은 뒤.

"헉... 헉... 포기!"

이내 일렉트라- 최세희가 항복을 선언하며, 대전은 일단락됐다.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둘 다 잘했어."

"언니, 이리로 오세요. 제가 힐해드릴게요."

"응. 늘 고마워 하율아."

"아니에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게 이런것 밖에 없어서 오히려 죄송한걸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는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긴 갈색 머리를 늘어트린 채, 최세희의 등 뒤에 손을 갖다대고 치유를 하는 그녀.

이내 아이고 살겠다- 라고 소리를 내며 만족한 표정을 짓는 최세희.

이하율.

원작에서는 악의 성녀라 불리던 그녀. 주 능력은 치유.

원작대로라면 남동생을 괴한들한테 잃은 후 타락해 빌런으로 각성했을 그녀를, 내가 남동생과 함께 구해서 에고스트림에 합류시켰었다.

이에 원작에서와는 다르게 성격도 굉장히 유해진 그녀. 현재는 대학교에 다니며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에게 힐을 해주는 담당 의사인 상태다.

"야, 다시 싹 괜찮아졌네. 땡큐."

"네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감사를 표하는 최세희의 말에, 싱긋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이하율.

생각해보면, 이하율은 원작에서 일렉트라랑 굉장히 친했었다. 이하율이 모습을 보인다면 그땐 늘 일렉트라가 옆에서 서있을정도로.

그리고 내 앞에 보이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 하긴, 지금도 하율이랑 가장 친한건 최세희지.

역시 원작과 전개가 달라지더라도, 저런건 바뀌지 않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던 나는, 이내 다시 얼굴을 굳혔다.

...그래.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문제는 따로있지.

이하율은 은월이를 봐주러 떠나고, 바위 위에 혼자 앉아있는 최세희.

나는 기지개를 켜고있는 그녀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문제가 조금 있다.

바로 최세희. 일렉트라에 관해서.

최세희의 문제는 다른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원작보다 약하다는거. 그게 문제다.

'....이상하단 말이지.'

물론 일렉트라. 그녀보다 약한 애들은 많다.

서은이만 하더라도 아무리 슈트를 많이 만들어도 세희보단 약하고. 데스나이트도 사실 더 약하다 할 수 있다. 대신 둘은 해킹과 부활이라는 점이 더 메인이다보니, 딱히 부각되지 않을 뿐.

그런데 일렉트라는 전기능력 하나니 조금 화력이 약한게 더 티가나는 상황.

그렇다고 지금 아예 약하다는건 절대 아니다. 애초에 나보다도 훨씬 강하니.

다만 그냥 기댓값보다는 약하다는 거다.

같은 단일원소 능력을 가진 아이시클만 보더라도, 얼리기 능력 하나로 스타더스와 섀도우워커와 나란히 A급 히어로인 상황. 그만큼 단일원소 능력은 좋다.

그리고 특히 원작에서는, 지금보다는 확실히 더 강했다. 하늘에서 막 벼락세례 떨어트리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그래서 아마 훈련을 하면 나아질거라 생각해, 지금까지 열심히 훈련을 시켜봤지만...

싸울때의 센스만 좋아졌을 뿐, 근본적인 화력 문제는 해결이 안된 상태.

이것때문에 사실 요즈음 고민이 많았다.

아, 이럴리가 없는데. 분명 내가 놓치고 있는게 있을텐데. 뭐지?

그냥 단순히 시간 문제? 아니면 최세희가 원작대로 감옥에 안 갔다들어와서 그런건가?

원작과 지금의 차이가 뭐지?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그런 고민을 할 때쯤.

"다인오빠. 괜찮으세요?"

위에서 들려오는 나를 향한 목소리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와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하율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잠시 생각좀 하느라."

나는 손을 내저으며 그녀한테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보던 하율이는, 이내 자연스럽게 내 뒤에 서서 등에 손 올렸다.

"오빠 요즘 힘드신거 같은데, 제가 피로라도 좀 풀어드릴게요."

그리고 내가 답할 사이도 없이, 바로 힘을 불어넣는 그녀.

이내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게 느껴졌다.

"좋아요?"

"어... 좋네..."

나는 나도 모르게 늘어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확실히 좋기는 했다. 마치 수액 10개를 압축한게 한번에 혈관에 흐르는 느낌. 등 쪽으로 느껴진 따스한 기운이 온 몸으로 전해지는게 마치 한약먹은 기분이기도 하다.

역시, 내가 서은이 다음으로 제일 먼저 하율이를 영입한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기본적인 치유능력으로 우리 에고스트림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자잘자잘한 피로회복 같은 것도 가능하고.

거기에 앞으로 월광교 때려잡고 나면 또 새롭게 활약할 수도 있고...

거기에 은월이의 저주를 풀어주었듯, 디버프를 해제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노근노근하게 바위에 앉아 하율이의 전신힐링풀코스를 받던 나는, 이내 무언가가 떠오르는걸 느꼈다.

치유, 피로회복, 디버프 해제등. 이런 류에 관련해서 하율이가 못하는게 없다. 피로회복도 가능할줄은 몰랐지만, 디버프 해제는 최세희가 다른 빌런에게 당한 저주를 풀어주는걸로 나왔었고.

그런데 말이야.

이게 치유라는게, 따지고 보면... 일종의 버프 아니야?

순간 그런 생각이 번득인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꺅!"

"하율아. 잠시만, 일로와봐."

"네? 아... 네!"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하율이를 끌고 최세희 앞으로 다가갔다.

"응? 뭔데. 왜그래?"

역시나 어리둥절해하는 최세희.

나는 그런 그녀를 앞에 두고, 하율이한테 설명했다.

"하율아. 치유라는게 따지고보면 체력을 강화시키는거잖아. 그치?"

"네? 어... 그렇죠?"

"그러면 그거랑 비슷하게. 체력 대신 능력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하고 해봐. 가능하지 않을까?"

"어... 글쎄요?"

"한번 해봐. 넌 할 수 있어!"

"...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내 부탁에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인 하율이는, 이내 최세희의 등에 손을 올렸고.

그렇게 하율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쿠릉-

하늘에서 떨어진 푸른벼락이, 숲의 한곳에 그대로 내리꽂히며.

엄청난 굉음과 함께.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숲 한가운데에, 운석에 맞은마냥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어... "

스스로가 이루어낸 참상에 입을 자기도 모르게 벌리고 바라보는 최세희.

전기가 땅을 이긴 역사적인 광경을 목도하고는 잠시 혼미해보이는 그녀와, 옆에서 힘을 써서인지 허억대는 이하율을 보며.

나도 입을 벌리고 같이 서있었다.

"...."

아니, 솔직히 나도 그냥 찍었던건데.

...이게 왜 진짜인데?

그날, 이하율은 단순한 힐러에서 버프까지 해주는 만능으로 진화했다.

***

"쓰읍. 나는 안되네."

"와... 이거 대박이네 야..."

그날 밤.

이하율과 함께 여러가지 실험을 한 나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첫째. 버프는 능력자 고유의 능력의 성능을 강화해주고, 버프의 강도와 시간은 하율이가 어림잡아 정할 수 있다. 물론 많이 버프하면 그만큼 하율이 몸에 무리가 가게 된다. 아무리 길어야 몇시간. 그마저도 지금처럼 2배이상 강화하면 한시간정도?

둘째. 나랑 은월이는 버프가 안통한다.

"...."

이거야 뭐, 예상했던 사안이긴 하다.

애초에 나랑 은월이는 남들과는 능력의 근원이 다르니까. 아마 저 버프라는건 '초능력'을 강화시켜주는거지, 마법을 강화시키는건 아닌가보다.

아 그렇다고 나랑 은월이가 근원이 같은건 아니다. 내가 마법을 쓰지 못하는것만 봐도 당연하겠지만.

'...내가 안되는걸 보면, 스타더스도 당연히 안되겠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쓸모가 있을 수 있는데, 아쉬운 일.

하여튼. 여러가지 애로 사항이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좋은 일이였다. 내가 생각 못했으면 하율이한테 이런 버프의 능력이 있다는걸 몰랐을거 아니야? 생각해보면 섬찟하네.

...물론 원작에서 보면 이 버프능력으로 최세희를 강화시켜준걸로 보이니, 아마 혼자서도 언제가는 터득했을 수 있을수도.

어찌 됐던 간에 전보다 능력이 2배 이상으로 강화된 최세희를 보는건 즐거운 일이였다. 그래 이거지. 내가 원작에서 봤던 일렉트라가 이거라고. 저렇게 밤하늘을 가르는 번개를 쏘아대는 최세희 말이다.

아 그리고. 이 능력의 다른 수혜자가 있다면...

"와...이거 봐..."

바로 서자영이다.

이미 손가락 위로 무슨 집채만한 불을 뿜고있는지 오래.

자기가 만든걸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뜬 서자영과, 전기 연사하느라 신난 최세희.

그리고 왜 로봇은 버프가 안되냐고 칭얼거리는 서은이까지.

혼란하다 혼란해.

"다인오빠... 저 죽겠어요오..."

"그래 그래. 이제 그만 들아가서 쉬자. 힘들었지?"

"네. 그래도... 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기쁘네요."

새로운 능력을 시험해본다고 버프를 남발하다 쓰러지려 함에도, 스스로의 능력에 뿌듯한지 얼굴에 미소를 띄운 하율이.

나는 그런 그녀를 부축해 소파로 데려가 쉬게했다.

...다 좋은데, 생각해보니까 막상 하율이가 능력을 많이 사용해서 지치면 대신 치유해줄 사람이 없구나. 애초에 능력남용으로 지친거라 셀프 힐링도 의미없고.

얼마나 지쳤는지 소파에 눕자마자 눈을 감고 코를 쌕쌕고는 하율이한테 담요를 덮어주고,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달빛을 배경으로 한 밤하늘은 아주 노랗고 보랗고 난리 난 상태.

갑자기 힘이 두배는 강해져서 기분이 좋아보이는 둘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뜻밖의 수확이었다.

물론 저게 오래 갈리도 없고, 애초에 하율이가 금방 지쳐서 만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전력이 상당히 상승되었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룻밤만에 무슨 복권에 당첨된 기분. 심지어 앞으로도 들어올 능력자들은 거진 다 버프받을 수 있을테니 장기적으로도 잘된 일이다.

'...그래. 고민하던 것도 해결됐으니까.'

하율이만 훈련시키고, 쉴까.

다같이 한번 놀러가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다. 그래, 저번에 말한대로 놀이동산이나 예매할까. 푹 쉬고, 그 다음에 방송키고 테러 하나 일으키면 딱 맞겠지.

그렇게 나는, 행복한 꿈을 꾸고있었다.

[다인씨, 다인씨!]

"왜 그래?"

[지금 저도 막 들은 얘기인데, 다인씨를 잡으려고 미국 협회에서 S, S급 히어로를 파견했데요!]

"....뭐?"

...이설아의 연락을 듣기 전까진.

"아... 음."

그러니까 A급도 아니고 S급이 직접 한국으로 온다?

그것도 미국에서?

...좆됐네.

나는 그렇게 짧게 중얼거렸다.

아니. 왜 나는 행복할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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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상 능력자 협회, 일명 히어로 협회.

서울 한복판에 있는 그곳의 본사.

"아니, S급 히어로가 온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는 현재, 난리가 났다.

"말 그대로다. 미국에서 에고스틱을 잡겠다고... 갑자기 S급 히어로를 파견했네."

협회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렇게 설명했다.

그런 그의 말에 이설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아니... 뭐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갑자기 대체 왜 온대요? 심지어 에고스틱은 요즘 몇달간 테러를 일으킨 적도 없는데?"

"...나도 모르겠네. 그냥 국제 위원회에서 그렇게 결정이 난걸 어쩌나."

"하아..."

이설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꾹 눌렀다.

...에고스틱, 다인. 한배를 탄 동료인 그에게 닥친 위기는 곧 그녀의 위기이기도 했기에, 심란한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이해할수 없군."

섀도우워커, 김자현이 중얼거렸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자다가말고 끌려나온 그.

그래서인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그가 인정한 사나이, 에고스틱의 일인 만큼 그도 날카로운 자세로 눈을 빛냈다.

"에고스틱과 북대서양 조직인 라티스... 그 둘의 협업 때문이라는게 타당해 보이기는 하는데... 그렇다해도 왜 지금 시점이지?"

"그러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감하는 이설아.

이미 둘은 저번에 만나 대한민국을 뒤에서 지키는 에고스틱에 관한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눈 전적이 있다.

즉, 미국의 S급 히어로가 에고스틱을 잡으러 온다는거에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거부반응을 일으키는건 둘 뿐만이 아니었다.

"...."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는 이미 그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표정이 굳어있었다.

정확히는, 기분이 나빴다. 미국이 왜? 갑자기 에고스틱을?

그렇게 인상을 쓰면서도, 그녀는 스스로 모순됨을 느꼈다. 자신의 안에 있는 정의로운 히어로 자아가 막 소리치는 기분. 뭐가 문제냐고.

사실 따지고보면.... 대한민국의 빌런을 잡기위해 저 먼 미국에서 S급 히어로가 와준다는건 기분이 나쁠 일이 아니라, 고마울 일이다. 심지어 국제협회 자체적으로 보내준거라 딱히 한국에 비용청구를 하지 않을거라는 것도 장점.

즉, 따지고보면 동맹국이 타국 테러범을 잡아주는 거니까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스타더스가 그렇게 혼란을 느낄 때.

앞에 앉아있던 이설아가, 책상을 쾅 치며 협회장에게 따졌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게 맞아요. 아니, 우리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어요? 스타더스와 저희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저렇게 나오는건 대한민국을 무시하는거죠."

"맞죠. 거기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당일에 통보식으로 나온다면... 이건 외교적 결례지. 따지고보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섀도우워커.

"아니, 자네들. 왜 나한테 그러는건가..."

자신을 향한 두 히어로의 시선에, 협회장은 골치가 아프다는듯 다시 땀을 손수건으로 닦는 동안.

스타더스는 두명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분이 나쁜게 당연한거구나. 내가 이상한게 아니였어.

자신처럼 약간 화나보이는 아이시클과 섀도우워커, 둘을 본 스타더스의 결론이었다. 그래. 저 둘이 왜 화내겠어. 화날 상황이니까 화난거지. 저 둘이 에고스틱이랑 같은 편도 아닌데. 누구나 화낼 상황인거다.

그렇게 스타더스는 합리화를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더 생각했다.

...다 떠나서. 에고스틱은 그녀의 담당이다. 에고스틱이 자신의 상대라고 여기는 히어로는 그녀가 유일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우리 둘의 사이에 누가 끼어든다는 말인가.

애초에 에고스틱 전문가는 자신인데.

그렇게 스타더스의 눈가가 한층 더 어두워지고. 스타더스를 돌아본 이설아가 그제야 스타더스의 상태를 눈치채고 살짝 걱정하던 그때.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협회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히, 히어로 메테엘이 미국에서 도착했습니다!"

"어허. 이제 공항에 도착했다고 하나?"

"네? 아니요. 지금 저희 건물에 도착했는데요."

"?"

순간 일행과 협회장이 당황할 때.

복도 쪽에서, 또각 또각 하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회의실에 문이 벌컥 열리며.

"반갑다. 한국의 히어로들이여."

한 여성이 당당하게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그녀가, 한국 협회에 도착했다.

***

긴 회색빛의 머리.

새하얀 피부.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

재킷을 뒤에 걸치고, 팔짱을 당당하게 끼고있는 그녀.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그녀는 현재, 협회장 사무실의 소파에 기대 다리를 꼬고,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금방 오셨소 그려?"

"그래. 날아왔지."

분명 영어로 말하는건데도 싸가지없이 말하는 느낌인 메테엘.

뭐, 이미 해외의 S급 히어로들을 여럿 봐 그들중 일부가 얼마나 싸가지 없는지를 아는 협회장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 에고스틱인가 뭔가를 잡기 위해서다."

"...오직 그 이유때문에 오신겁니까?"

"그래. 위에서 그러라고 시키더군. 그래서 뭐, 몸도 풀겸 왔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고작해야 A급 빌런 아닌가? 놈의 테러기록을 샅샅이 봤는데, 별것도 없더군. 입만 산 광대놈 쯤이야, 나 혼자서 충분히 잡지. 오히려 지금까지 못잡은게 이상한걸."

노골적으로 에고스틱을 무시하는 말에 순간 울컥한 이설아였으나, 여기서 자신이 그를 편들면 그림이 더 이상해지는 걸 알기에 일단은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대신, 그녀는 메테엘을 살펴봤다.

긴 회색빛의 머리칼과, 그보다 진한 회색으로 되어있는 마치 장교복같은 복장을 입은 그녀.

얼굴은 표독스러워 보이는게,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관상이었다. 능력은 바위라고 했던가.

거기에 더해 말투와 행동거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오만함까지. S급 히어로. 그중에서도 천룡인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S급 히어로여서 그런지 프라이드가 매우 강해보였다.

책상에 앉아있는 협회장은 별 상관 없어보였지만, 그녀와 마주하고 있는 이설아는 빠르게 깨달았다. 이 S급, 아주 쉽지 않다고. 와도 좀 착한 애가 왔으면 어떻게 이설아 그녀가 좀 컨트롤 할만 한데, 딱 봐도 독해보이는 애가 오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옆에 있는 하루마저 조용하니 더욱 불안했다.

그리고 그때.

직원이 따라준 차를 한잔 더 홀짝인 메테엘은, 이내 피식 웃으며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 참. 고작 저 입만 산 광대를 2년인가 3년인가 동안 못잡고 있다니. 협회는 대체 지금까지 뭐한건가? 뭐, 이 나라에 있는건 A급 히어로니 이해는 한다만. 하하."

이제는 아예 대놓고 그렇게 맥이는 메테엘.

그 말에 이설아는, 더이상 참지 않고 한마디 하기로 했다.

"저기요."

"흐음? 뭔가."

"...그래서, 그 빌런의 테러로부터 지금까지 쭉 사상자 0명인거 아시죠? 국제적으로 봐도 모든 테러에서 인질의 희생 단 한명도 없이 이렇게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나 보네요?"

마지막에는 거의 빈정대듯 말한 이설아.

...사실 이렇게 세게 나갈 생각은 없었으나, 어쩌다보니 너무 공격적으로 말했다.

뭐, 그것도 다 자신의 뒷배와 그녀를 보고 나름 판단을 한 뒤에 말한거기도 했지만.

그리고 역시.

그 말을 들은 메테엘은 이설아 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이내 머리를 쓸며 말했다.

"하하... 그래. 인질이라. 맞아, 사상자는 없기는 하더군."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이설아를 바라보며.

정확히는, 신하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끔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필요가 있네. 더 큰 선을 위해(For the greater good)라고... 모르나? 하긴, 그걸 알았으면 아직도 저런 벌레만도 못한 녀석이 저렇게 활개치게 납두진 않았겠지."

이내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끔은 더 큰 선을 위해선, 인질정도는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법이야. 그 과정에서 몇명 죽더라도, 결과적으로 일단 빌런을 잡아넣는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게 아니겠어?"

거기까지 말한 뒤, 메테엘은 하이힐을 또각이며 문 쪽으로 나섰다.

이내 문을 열고 잠시 몸을 멈춘 그녀는, 협회장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협회장, Thanks for the tea. 그리고 다음에 에고스틱 그녀석이 테러할때는 내가 나설 예정이니, 괜히 함부로 나서질 않길. 그까지것 녀석은 나혼자서도 충분하니 그냥 여기서 놈을 반쯤 죽여놓는걸 지켜보고있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테니. 그럼 Bye."

그말을 끝으로 쿨하게, 하이힐을 또각이며 밖으로 나선 그녀.

이내 하이힐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자, 그제서야 이설아는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 저 여자 뭐야 진짜? 여기가 자기 안방이야? 어이가 없어서 진짜."

이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기 옆에 앉은 신하루의 눈치를 살폈다.

아까부터 말 한마디도 없던 그녀.

메테엘이 떠난 뒤, 하루는 소파 앞의 책상에 팔을 받힌 채, 차갑게 굳은 얼굴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이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하루가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담글까."

"뭐, 뭐라고?"

"...."

어두운 표정의 하루를 보며, 이설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 그냥 못들은걸로 하자.

***

에고베이스.

이설아의 연락 이후, 나는 이번에 나를 잡으러 미국에서 한국까지 친히 왔다던 S급 메테엘의 전적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그녀의 화려한 커리어.

"오빠. 어때요?"

불안하다는 듯 나에게 묻는 서은이한테, 나는 짧게 대답해주었다.

"안되겠다. 역시 얘는 그냥 담궈야겠다."

"...네에?"

내가 내린 결론에 당황한듯한 서은이.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결정을 끝냈다.

그래. 오히려 좋아. 오래 생각해본 결과, 그냥 물리적인 의미로 담궈버리는게 맞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착수했다.

그렇게 같은 하늘 아래.

히어로와 빌런 둘은,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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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히어로 메테엘이 나를 잡기 위해 친히 한국까지 왔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메테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흐음..."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긴 회색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차갑고 오만해보이는 여자.

주요 능력은 바위를 소환하는 것.

[콰과과과과-.]

그녀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에서는, 대치하고 있는 빌런들. 그들 틈에서 수많은 거대한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쏟아나와 놈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쓰읍. 빡세네."

이 외에도 여러 영상을 돌려본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강했다. 매우.

애초에 S급 히어로니까 당연한 거겠지만은.

S급 히어로.

온 사방에 널린게 S급 빌런이라 별 차이가 있나 싶기는 하지만, 사실 S급이라고 같은 S급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협회가 히어로들한테는 높은 등급을 굉장히 깐깐하게 주고, 빌런들한테는 후하게 주는 만큼 S급 히어로는 대단한 것.

일반적으로 A급 히어로들이 A급 빌런들 여러명을 상대로 거의 다 이기고, S급 빌런들도 상대한다는걸 생각해보면... S급 히어로가 얼마나 강할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특히 히어로에게 S급 등급은 굉장히 신중하고 여러 심사를 걸쳐야 준다는걸 생각해보면.

특히 미국의 S급들은 수많은 S급 히어로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하다고 소문났다. S급 히어로 위에 SSS급 히어로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어느정도 기준선만 넘으면 다 똑같은 S급이라. 미국 히어로들은 만약 S+등급이 있었으면 다들 S+등급이었을 거라는게 중론.

아니 근데, 그런걸 다 떠나서.

이번에 한국 왔다는 이 메테엘이라는 애는 그냥 딱봐도 세다.

"오빠... 이거 봐봐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S급 히어로 메테엘 매드무비.

그 영상 속에선, 메테엘이 숲 위에서 팔짱을 낀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숲 밑에서 봉기하는 빌런들.

그들의 위에서.

[...하늘아래, 너희들은 모두 심판당하니.]

오만한 눈빛으로, 위풍당당하게 서서 말하는 그녀.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서, 거대한 돌덩어리. 아니, 운석이 떨어졌다.

굉음과 함께 박살나버리는 숲. 찍도 못하고 쓸려나가는 빌런들.

"..."

"..."

나와 함께 그 끔찍한 참상을 본 서은이는, 걱정된다는 듯 내게 물었다.

"...오빠. 이거 이길 수 있는거 맞아요? 좀 답이 없어보이는데..."

살짝 불안하다는 듯 서은이.

그런 서은이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오히려 좋아."

"네?

"담구는 상대가 좀 강해야 담굴 맛이 나지."

내게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당황하는 서은이의 머리를 손으로 헝클이듯 쓰다듬어 준 뒤, 나는 일어났다.

"서은아, 애들 불러. 가자."

"어, 어딜요?"

"어디긴 어디야. 작전 회의실이지."

S급 히어로 사냥해야할거 아니냐.

***

사실, 메테엘이라는 이 히어로를 상대하는 방법은 많다.

애초에 나한테는 이설아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으니, 그냥 걔 위치를 알아낸 뒤 기습해도 되고, 아니면 아예 테러를 전부 원격으로 하며 존버해도 되고.

그러나, 그런건 3류 악당이나 하는 짓.

일류 악당인 나는, 이미 이 이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애초에 미국 협회가 한국에서만 노는 나를 잡겠다고 쟤를 파견한 이유가 뭐겠어.

아마 내 추측에는 내가 빌런모임 카테달에 참석한 것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S급들 사이에 껴있는 듣보인 A급이 껴 있으니 더 수상하게 생각한 걸수도 있고.

어쨌든간에 결론은 단 하나.

"이번 기회에, 저 미국에서 온 메테엘이라는 히어로를 그냥 작살을 낸다."

회의실 안.

나는 화이트 보드 앞에 서서, 의자에 앉아 나를 보고있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 앞에서 선언했다.

...사실 뭐 즉석에서 떠올린 것처럼 자신있게 말하긴 했지만, 나름 합리적인 생각을 거쳐 나온 결론이다.

일단, 이 결론을 이해하려면 국제 협회에 대해 알아야한다.

전세계 모든 히어로 협회를 총괄하는 국제 협회. 참고로 이 국제 협회 본사는 미국에 있다. 즉, 사실상 미국 협회랑 한몸이라는 소리.

그리고 미국 협회든 국제 협회든, 그들의 공통적인 방침은 '자국 일은 자국이 해결한다.'이다. 즉, 말만 국제협회지 히어로 원조같은건 안해준다. 자국 히어로를 타국에 파견했다가 죽어돌아오면 여러 문제가 생기고, 아싸리 그나라 협회가 유혹해서 히어로를 빼돌릴 수도 있기 때문.

즉, 이번에 S급 히어로를 한국에 파견한건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왜 A급일뿐인 나를 못잡아먹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앞서 말했듯 카테달 참여때문에 그랬을 확률이 제일 크다. 아니면 라티스와 연합한것 때문일 수도 있고.

근데 사실 이유는 중요한게 아니고.

중요한건 우리집 마당에 남의 집 개가 쳐들어왔다는거.

그리고 그 개를 혼쭐을 내주지 않으면, 분명 또 들어오고 말거다.

미리미리 교육을 시켜놔야지.

그래서 내 목표는 단 하나.

이번에 쳐들어온 S급 히어로를 처참히 발라버려서, 다시 미국으로 고이 보내드리는거다.

그러면 자기보신이 최우선인 국제협회 특성상, 이미 S급 한명이 작살이 났는데 또 보내진 않을거거든. 사실 따지고보면 남의 나라 아니야.

...여기까지가,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 진정한 속내는 따로 있다.

'....내가 물건너 온 S급 히어로를 아주 박살내버리면, 반대급부로 스타더스의 인기가 뛰지 않을까?'

벌써부터 머릿속에 국뽕티비 제목이 들려온다.

[미국의 S급 히어로를 무참히 바르는 에고스틱, 그런 그가 스타더스한테 매번 지는 이유는? 스타더스는 이미 미국의 S급 히어로들을 뛰어넘었다! 악독한 빌런 에고스틱의 유일한 억제제 스타더스! 그녀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이미 망했다!] 뭐 이런거 말이야.

...나중에 은퇴하면 유튜브나 할까. 나름 제목 잘 지은거 같은데.

하여튼, 이 모든 과정을 걸쳐 메테엘을 담군다는 결론이 도달했다.

국제협회에 조용히 대한민국에 있는 나 건들지 말라는 경고도 할겸, 이 기회에 스타더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사람들한테 다시한번 인식시켜 줄겸.

그래서 나는 메테엘을 족칠꺼라고 선언했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또 멀쩡한 히어로 한명 빌런으로 타락시킬줄 알았는데 그냥 정정당당하게 싸울꺼라니 의외네..."

"아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음해야."

"흐응..."

물론 중간에 서자영의 음해가 있기는 했지만, 뭐. 말도안되는 음해라 무시하기로 했다. 누가 들어도 이상한 소리...

"맞아요. 다행이네요."

"수빈씨...?"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수빈씨의 말에 내가 세상에 배신당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농담이에요."

요즘들어 농담이 많아진 수빈씨였다.

...농담 맞겠지?

잠시 헛기침을 한 나는, 이내 다시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튼... 얘 잡으려면 좀 고민을 많이 해야돼. 특히 이설아의 말에 의하면 인질 잡아도 신경 안쓴다니 그점도 유의해야하고..."

아니, 생각하니까 또 어이없네. 히어로가 뭐야, 사람을 지켜서 히어로 아니야? 근데 사람을 포기하면 그게 어떻게 히어로인가.

역시 저런 애들을 만날수록 스타더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만 늘 다시한번 깨달을 뿐이다.

...그리고 메테엘. 얘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영상에서 나온 그녀의 필살기 거대돌떨구기. 사실상 메테오랑 다름없어 보이는 이것도 문제고. 저걸 사람 많은데서 쓸 일은 없으니 테러위치도 신중히 정해야한다.

그렇게 내가 설명을 했고.

노트북을 두들기며 나와 함께 계획을 짜던 서은이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오빠. 근데 메테엘은 어떻게 쓰러트릴거에요? 좀 많이 강해보이는데... "

"아, 어떻게 작살낼거냐고?"

"네."

"아, 그거야 간단하지."

나는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구리 치면 돼."

"....네?"

"아무리 날고 기어도, 6명이 동시에 공격하면 어떻게 이기겠어?"

거기에 이제는 하율이의 버프까지 있으니, 더할나위 없다.

나는 그렇게 하율이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어줬다.

하율아, 너만 믿는다!

"...오빠, 방금 그렇게 사악하게 웃으며 말하니까 정말 빌런같았어요."

"그야 난 빌런이니까?"

나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답해줬다

정의의 히어로들도 다구리 치는 마당에 사악한 빌런들이 못할게 뭐있어.

히어로든 뭐든 다구리치면 다 한방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은월이 선에서 정리될거 같기는 한데, 빠른 시간내에 완전 박살내는 데에는 다구리만한게 없다.

황망해보이는 서은이의 시선을 뒤로 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상세한 계획을 짜는데 착수했다.

"...처음부터 그러면 곤란하니까, 두 차례에 걸쳐서 나눠하고."

"첫번째 테러는 은월이랑 나만 짧게 전초전 느낌으로 가는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기도 하고..."

"휴우, 전 스타버스터 마저 빨리 완성해야겠네요. 아, 근데 상대가 스타더스가 아닌데... 양키버스터라 해야하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계획이 구체화되고, 이설아로부터 메테엘의 계획도 미리 들어가며.

마침내, 대-S급 히어로 테러 계획이 완성되었다.

자, 낚시대는 준비됐으니.

이제 미끼를 걸고 입질을 기다리자.

대어를 낚기 위해.

***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그녀는 서울의 거리를 걸으며, 노점에서 산 닭꼬치를 먹고있었다.

에고스틱인가 뭔가가 테러를 하기 전까지 신분을 숨긴채 서울 관광을 하고있던 그녀.

사실 에고스틱에 대해 별 걱정도 안하고 있었다.

'A급 빌런 따위가 뭐... 빨리 잡고 가야지.'

휘하에 S급 빌런도 몇명 있다고 들은거 같은데, A급 밑에있는 놈들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이미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빌런들을 도륙낸 전적이 있는 그녀는, 미국도 아닌 이 나라의 빌런이 그렇게 대단할거란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닭꼬치를 우물거리던 그때.

[메테엘님! 에고스틱이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그래? 오케이. 지금 출발. 미리 대기해놔."

드디어 들려온 소식에 막대기를 튕겨 쓰레기통에 넣은 그녀는, 손을 두둑 꺾은뒤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런 그녀의 머리엔.

에고스틱을 상대로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하나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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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틱 테러 대체 언제 또함??]

저번에 팬카페 가입한 뉴비인데

유튜브 다시보기로 이때까지 한거 다봤어...

나도 실시간으로 즐기고 싶은데 왜 안해!! 나도 테러 직관하고 싶어!!!

=[댓글]=

[ㄹㅇ근데 이제 슬슬 올때 되긴 함]

[요즘 심심해서 해외 영상도 찾아보는데 ㄹㅇ망고처럼 입털면서 테러하는 애가 없음...]

ㄴ[애초에 방송하는 테러범이 있기는 함??]

ㄴ[거의 없음 걍 망고는 대체불가능임ㅋㅋㅋ]

[스타더스 VS 에고스틱이 보고 싶어서 울었어]

[내가봤을때 한달은 더 남았을듯 포기해라]

ㄴ[그럴리가 없어!!!!!!!]

[존버 또 존버하십시오]

[지금 떴어]

ㄴ[거짓말]

ㄴ[진짜임;;;]

ㄴ[아니 다시보니까 진짜 떴네 바로 간다ㅋㅋㅋㅋ]

*

[에고스틱 방송 ON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당장ㄱㄱㄱㄱㄱㄱㄱㄱㄱ

=[댓글]=

[캬 드디어!!!]

[이거지ㅋㅋㅋㅋㅋㅋ 야스입갤ㅋㅋㅋㅋ]

[아 회사인데 이건아니지!!!!]

ㄴ[우리는 부장님이 이거 보자고 회의실 빔프로젝터로 지금 띄워주는 중 개꿀ㅋㅋㅋㅋ]

ㄴ[ㅅㅂ상사가 망고단임? 계탔네ㅋㅋㅋㅋㅋ]

[시발 당장 맥주사러 간다ㅋㅋㅋㅋㅋㅋ]

[안녕하십니까 야코스틱입니다 입갤ㅋㅋㅋㅋㅋ]

[지금 보고있는데 하늘 이쁘네 ㄹㅇ테러하기 딱 좋은 날씨인듯]

***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

그 건물앞에서, 나는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

[에고스틱이 왔어!!!!!!!!]

[망고스틱 알림 뜨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온 망고단이면 개추ㅋㅋㅋㅋㅋ]

[치즈스틱 먹고있을때 에고스틱 입개루ㅋㅋㅋ 운빨ㅆㅅㅌㅊ]

[일 다 때려치고 일단 방송부터 본다 말리지마라]

[진짜 왜 매번 한참뒤에 오는거임 좀 빨리와!!!]

*

여전히 활발한 채팅창.

대충 그걸 확인한 나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마침내 방송을 키니 상쾌한 기분.

그렇게 약간 웃으며, 나는 말을 이었다.

"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다시 낮에 돌아온 에고스틱의 테러시간입니다!"

내 말을 끝으로 들리는 펑 펑 터지는 효과음.

당연히 미리 준비해놓은 폭탄을 터트려논거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시민들.

그렇게 넓은 거리 한복판에서, 나는 혼자 팔을 활짝 벌리고 서있었다.

아, 정확히는 혼자는 아닌가. 은월이도 있으니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뒤에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자, 빨리 빨리 진행해볼까.

다시 씨익 웃어본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기폭장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 손에는 기폭장치가 있습니다! 누르면? 당연히 제 뒤에 있는 건물들은 전부 펑! 네, 이런걸 보고 싶으시면 당연히 스타더스씨가 오셔야겠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나는 거기까지만 말했다.

뭐 어차피 이렇게 말해봤자 스타더스가 오지는 않겠지만, 일단 밑밥은 깔아둬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

[방송켜자마자 역시 바로 스타더스부터 찾네ㅋㅋㅋㅋ]

[아ㅋㅋㅋ 에고스틱은 스타더스 없이는 못산다고ㅋㅋㅋㅋ]

[별먼지 팬카페 애들이 에고스틱 방송 알림신청한 이유가 있네ㅋㅋㅋ 아 에고스틱 보면 스타더스도 나온다고ㅋㅋㅋ]

[자 따라해보세요 정실은 별먼지]

[저번에는 섀도우워커랑 싸웠으니까 이번에는 스타더스 상대하는게 맞지ㅋㅋㅋ]

*

역시나 시청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 당연히 스타더스가 올거라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채팅창에서 눈을 땠다.

미안한데, 스타더스가 아니라 이상한 미국인이 올 예정이랍니다.

하여튼 통보도 마친 나는, 다시한번 상황을 점검했다.

건물을 등지고 하늘에 떠있는 나. 그리고 그 앞에 촤악 펼쳐진 대로.

내가 등장하자마자 접근금지라도 떨어졌는지 사람도 차도 안보이는 이곳에서, 나는 선선한 바람을 맞아가며 허공에 떠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나 홀로 온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그건 아니고. 근처에서 은월이랑 최세희가 대기중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언뜻 보기엔 나는 지금 홀로 있는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리고 당연히, 그러면 누군가가 오겠지.

그렇게 역시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대로 끝에서, 누군가가 날아왔다.

"흠? 저기서 누가 날아오네요. 스타더스인가요?"

나는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뱉고마자 바로 보이는, 딱봐도 스타더스가 아닌 누군가.

"어라. 스타더스가 아닌거 같군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카메라에 잡힌, 저 멀리서 날아오고있는 한 여자.

바람에 휘날리는 회색빛 머리, 딱 봐도 한국인이 아닌거같은 이질적인 외모, 고압적인 미군식 회색 복장.

날카로운 눈으로 바위를 탄 채 날아온 그녀는 바로, 드디어 실물로는 처음 보게된 메테엘.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워.

물론 그걸 지금 시점에서 내가 알고있으면 이상하니, 나는 그냥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내 나랑 좀 떨어진 앞쪽에 착지한 그녀.

무슨 슈퍼보드마냥 탄 바위 위에서 내려온 그녀는, 회색빛 머리를 한번 쓱 쓸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네가 에고스틱인가?"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영어로 물은 그녀.

그럼 나는 한국어로 대답해주는게 인지상정.

"엄... 누구시죠?"

그런 내 대답에 통역기를 끼고있었는지,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내 이름은 메테엘."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한손을 촥 펼쳐 자신의 등 뒤에 둥글게 원처럼, 뾰족한 바위덩어리들을 만들어 띄웠다.

이내 그 자세 그대로,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당당히 말했다.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너를 잡으러왔다."

잠시 정적.

의도적으로 정적을 연출한 나는, 이내 어색해지기 전에 입을 열었다.

"...네?"

내 황당하다는 듯한 대답.

그 말을 끝으로, 채팅창은 갑자기 불타기 시작했다.

*

[????????]

[점마 대체 누구임???]

[스타더스 어디가써!!!]

[아니 우리 별먼지는 어디가고 영어쓰는 코쟁이가 튀어나왔냐]

[잠깐 미국의?? S급??? 히어로? 저런애가 왜 우리나라 온거임?]

[이게 지금 무슨상황이야]

[시발 S급 히어로가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데ㅋㅋㅋ]

[지랄났네]

*

당황하는 사람들.

그러거나 말거나 메테엘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

"뭐, 순순히 잡혀라. 어차피 네가 나, S급 히어로 메테엘을 이길 가능성은 없으니까."

"하하, 갑자기 오셔서 헛소리만 하시니 제가 좀 당황스럽네요. 메탈인가 뭔가 이름들어보니 듣보잡이신거 같은데."

나를 도발하는 메테엘에게, 바로 똑같이 빈정거리며 대답해준 나.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구겨지더니, 이내 어이가 없다는듯 헛웃음을 지으며 내뱉었다.

"하, A급 빌런 주제에 역시나 들은데로 입은 잘 놀리는군."

그렇게 말하며 하이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내쪽으로 걸어오는 그녀에게, 나는 손을 뻗었다.

"멈추시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다른 손에 있는 기폭장치를 들어올렸다.

"여기서 한발짝이라도 더 움직이시면, 뒤에 있는 건물은 바로 터집니다. 당연히 안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죠?"

나는 늘 그랬듯이 인질을 잡고 협박했다.

평소같이 스타더스였으면, 당연히 사람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잡는 그녀였으면 얼굴을 구긴채 멈췄겠지만.

그러나, 역시나 예상대로.

내 말이 끝나자 그녀는, 무시하고 그대로 한발짝 걸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향해 대지로부터 바위들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타이밍에 맞게 저 위의 하늘로 순간이동 했다.

아니, 진짜 그냥 바로 막무가내로 공격하네.

하여튼 저 하늘 위로 올라간 나.

그렇게 내 아래에 바위를 탄 채 나를 향해 날아오는 메테엘을 보며.

나는 황당하다는 듯 카메라에 들리게 중얼거렸다.

"아니, 이 히어로는 인질 잡았다고 하는데 그냥 막무가내로 공격하네요."

내가 그러고있을때, 귀에서 들려오는 서은이의 목소리.

[오빠. 건물안에 사람들 다 대피했어요.]

그래?

그럼 이제 터트려도 되겠지.

"그럼, 뭐. 그녀가 자초한 일이니."

나는 거기까지 말한 뒤, 기폭장치를 그대로 눌러버렸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들리는 굉음.

건물안에 심어놓았던 폭탄들이 전부 터지며, 그대로 무너짐과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바위들을 보며, 나는 그대로 다시 순간이동했다.

쓰읍, 좀 고생하겠네.

그렇게 내가 좀 다른쪽으로 순간이동 하자, 기다렸다는 듯 그 즉시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바위덩어리들.

나는 다시 그걸 피하며 순간이동 하자, 또 그 자리에 바위들이 솟아올랐다.

"아이쿠! 이거 좀 위험하네요."

내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바로 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 마치 도망가는게 쥐새끼같구나. 네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

아주 자신감에 넘쳐 내게 소리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막 정신없게 바위를 피하기만 했다.

"으악! 에고스틱 살려!"

마치 당황한 것처럼 허둥지둥. 모든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한끝 차이로 피하며, 마치 언제든 잡힐 것처럼 계속 그렇게 피하고 있었다.

'쓰읍... 일부러 이러는것도 쉽지 않네.'

그래.

정확히는 의도적으로 당황한 척 하며,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었다. 거리를 재가며, 일부러 바위 근처로 순간이동하며.

메테엘 그녀가 나한테만 집중하고, 조금만 더하면 잡을 수 있을거 같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메테엘이 나한테 정신이 팔린 동안.

번쩍-

저 뒤에서 은월이는, 조용히 강력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메테엘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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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주 쥐새끼처럼 꿈틀거리며 빠져나가는구나!"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그녀는 현재, 자신의 고향과 멀리 떨어져있는 동양의 한 나라에서 빌런을 잡느라 바빴다.

넓직히, 사람이 없는 커다란 대로.

뒤에 붕괴된 건물이 배경처럼 펼쳐져있는 탁 트인 그곳에서, 그녀는 하늘 위에 날아다니는 에고스틱을 잡기위해 애쓰고 있었다.

잿빛의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며, 그에 맞추어 움직이는 그녀의 손.

그에 맞추어 저 멀리 드넓은 창공에는, 뾰족한 바위조각들 여러개가 계속해서 생겨났고.

이에 그것들은 검은 모자와 가면, 검은 망토를 하고있는 남성이 하늘에 등장할때마다 일제히 달려들었다.

바람에 스치는 파공음을 내며 놈을 향해 달려드는 바위덩어리들.

정확히 그가 순간이동한 곳으로 생성된 그것들은, 그를 열심히 압박하고 있었다.

"아이고! 빌런살려!"

아주 그냥 도망칠때도 열심히 입을 털며 도망치는 놈.

그런 그를 멀리서 보며, 메테엘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래. 역시 여기선 나름 잘나간다는 놈도 그래봤자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능력자들의 성지인 미국에서 구를대로 구르고 온 S급 히어로인 자신에게 놈을 처리하는건 그저 piece of cake.

"으아악!"

죽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그.

그러나 그가 아무리 순간이동 한다고 해도, 도망칠 곳은 없었다.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떠있는 수많은 바위조각들.

그녀가 힘을 써 깔아놓은 이것들은, 그가 이 근처 어디로 순간이동해서 도망치든 추격할 수 있도록, 하늘 곳곳에 깔려있었다.

비록 힘을 조금 많이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결과 저 에고스틱이라는 놈이 꽁지빠지게 도망치는 걸 보면 소득은 충분.

그렇게 메테엘은 땅에 서, 손을 계속 마치 지휘자처럼 흔들어 끊임없이 바위조각들을 에고스틱 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며 자신도 모르게 저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메테엘. 그녀는 대한민국, 이곳을 주름잡았다는 빌런을 이렇게 하찮은 날파리 잡듯 손 몇번 휘둘러 압박하는 자신의 모습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도시 한복판이라 못쓰는거라 해도, 자신의 필살기인 거대 바위 낙하도 없이. 이렇게 상대를 압박하다니.

그래, 이게 그녀의 진정한 힘이다.

이런 자신이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얼마나 많은 억까에 시달렸는가. 자신보고 운석원툴(Her only usage is summoning that big fat rock)이라 하지 않나, 늘 다른 히어로들 뒤에서 보조만하고 홀로 나서진 않는다고 하질 않나...

그렇게 알게 모르게 은근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상황에서 이렇게 그녀 홀로 나설 수 있는 스테이지가 마련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나라 하나를 주름잡았다는 빌런을 자신이 농락하고 있으니, 메테엘은 자신도 모르게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저 에고스틱을 자신이 붙잡으면, 더더욱 그녀의 위상이 올라가겠지.

이미 머리속에는 오늘 에고스틱을 잡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꽉 찬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 정신을 에고스틱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거기에 저 인질들까지 희생시켰으므로, 이번에 못잡으면 또 억까가 나올수도 있으니까. 희생이 찜찜하긴 했지만, 놈을 잡기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자국민도 아니니 괜찮다는 쓰레기같은 생각을 그녀는 결코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도 나름 여러 계산 끝에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놈을 만나자마자 도발한것도 빌런들이 자존심이 강한걸 이용한 것. 그렇게 자존심 때문이라도 도망가지 못하게 한 다음, 계속 압박하고 있던 것.

거기에 역시 이런 작은 빌런 연합이 그렇듯, 자칭 리더라는 저놈이 저렇게 위기를 겪는데도 그의 동료라는 자들이 아무도 안나타나고 있었다. 뭐, 배신과 손절은 빌런들 사이에서 흔하디 흔한거니, 역시 저놈은 리더십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라고 그녀가 속으로 비웃을뿐.

그렇게 넘치는 자신감으로 전투에 집중한 메테엘.

거기에 매번 순간이동 할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맞을 듯 안맞는 에고스틱의 모습은, 메테엘에게 '조금만 더' 잘하면 잡을 수 있을거같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에 메테엘은 시선을 하늘에 고정한 채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 에고스틱에게 바위를 날리는데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위에 대한 경계가 떨어지는건 당연. 거기에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치기만 하는 에고스틱의 모습, 그리고 코빼기도 안보이는 그의 자칭 동료들.

이 모든것들은,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무시하며 몸에 힘을 뺀 채 싸우게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여전히 잡힐 듯 하면서 절대 안잡히는 에고스틱의 모습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메테엘.

허공에 바위 수백개를 깔아놓고 운용하는거 자체도 점차 그녀의 힘을 빠지게 하고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이내 결판을 내기로 했다.

"흡!"

이내 그녀는 저 멀리 허공쪽에 떠있는 돌덩어리들을 움직여, 마치 거대한 손같은걸 만들었고.

저 하늘 위, 에고스틱이 막 순간이동 해 주위를 둘러보던 그 순간.

미리 준비해놓은 바위 손들이, 놈을 짓이기기 위해 포개졌다.

그리고, 막 이동해서인지 눈치채지 못한 듯한 에고스틱. 바위들이 다가오는데도 멈춰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메테엘은 사납게 웃었다.

"드디어 잡았다, 네놈!"

그렇게 그녀가 팔을 움직여, 마치 박수를 치듯 손을 포개던 그 순간.

분명 멍청하게 당하려는 것처럼 보였던 에고스틱의 앞에.

검은색의 거대한 대검이 갑작스럽게 생겨났고.

서걱

그것이 그를 향해 다가오는 바위덩어리를 순식간에 베어버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메테엘이 여전히 손을 포갠 채 당황하던 그 순간.

딩. 딩.

"....Wait."

나름 기나긴 전장을 거치며 쌓아왔던 그녀의 생존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그렇게 메테엘이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됐다는걸 느낀 그 짧은 순간.

피이이이이이잉-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저 무너진 건물 한쪽에서, 엄청난 열기를 지닌 에너지를 지닌 파괴광선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끄으으아아악!"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쏘아진, 엄청난 위력의 공격.

그나마 본능이 알려준 경고대로, 메테엘은 광선이 쏘아지기 직전의 순간 자신의 앞에 바위로 만들어진 장벽을 만들긴 했다.

그렇게 바위의 벽에 손을 올리고, 갑작스럽게 온 힘을 끌어다 써 다리를 땅에 굳히고 이를 악문 채, 눈을 부릅 뜨고 그 광선을 막아보려 했지만.

번쩍.

콰와아아아앙.

메테엘이 버티던 그때,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정확히 메테엘 그녀를 향해.

"아아아악!"

엎친데 덮친격으로 온 공격에, 메테엘은 마침내 순간적으로 힘을 잃었고.

그 결과 광선을 그나마 막던 바위조각들이 전부 종잇장처럼 찢어갈겨지며, 그녀는 끝내 거대한 광선을 직통으로 맞고 튕겨져나갔다.

쿵. 쿵. 쿵.

거의 하늘로 날아가, 땅에 부딪쳐 몇바퀴 구른 그녀.

이내 저 건물 한쪽벽에 쾅 소리와 함께 부딪히며, 마침내 메테엘의 몸은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그녀가 몸을 지키기 위해 두른 바위들로 인해, 완전히 박살난 벽면.

이내 반쯤 폐허가 된 그곳에, 온몸이 먼지투성이로 된 그녀는.

"쿨럭."

한쪽으로 피를 뱉었다.

온몸이 박살난듯이 쑤시고, 머리는 어지럽고, 귀에는 이명이 들리는 상태.

삐이이-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메테엘은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애썼지만, 머리가 너무 아팠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지.

분명, 자신이 그를 잡기 직전이었는데.

일단, 일단 몸부터 지켜야한다.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을 겨우겨우 들어, 그녀가 바위들을 어떻게든 소환했다.

"허억... 허억..."

그나마도 힘이 없어, 마치 일종의 고치처럼 겨우겨우 자신의 주위에 바위를 두른게 고작인 그녀.

"What the, 쿨럭, hell..."

바위 속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메테엘이 갈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콰직.

그녀가 앞에 세워둔 보호막에, 거대한 검은색 검이 꽂혔다.

이내 그녀를 가리던 바위들이 무너져 내리며, 밝은 빛이 들어오고.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린 그녀가, 겨우겨우 눈을 뜨자 보인것은.

왼쪽에, 거대한 검은색 검을 들고 있는 갑옷의 기사.

오른쪽에, 하얀 무녀복을 입고 있는 소녀.

그리고 그 가운데, 싱긋 웃고 있는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검은 모자에 가면을 쓴 남성.

에고스틱이었다.

"이런... 이런..."

고개를 흔들며 끌끌 혀를 차는 그.

웃으면서도, 세상 안타깝다는 듯 그녀를 삐딱하게 내려다보던 그는.

"네놈..."

다 갈라진 목소리와 핏발 선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리는, 만신창이가 된 메테엘을 내려다보며.

세상 웃긴다는 듯,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뭐. S급이라는둥 뭐라는둥 온갖 큰소리는 다 치시길레 무슨 엄청 강하신 줄 알았는데."

"뭐... 참..."

이내 그는 피식거리며 마치 쐐기를 박듯.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 비웃듯이 말했다.

"그냥 제 히어로인 스타더스보다 훨씬, 풋, 약하시네요?"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그의 옆에는.

카메라가 허공에 떠, 이 모든 광경을 열심히 생중계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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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엘을 도발한 뒤, 그녀의 공격을 다 피하며 나에게 집중시켜 그녀가 방심한 타이밍에 기습한다.

그런 계획을 세운 뒤, 나는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역시나 시작된 메테엘의 공격.

그 뒤에는, 모든건 다 철저히 계획대로.

일부러 메테엘을 방심하게 만들 정도로 허둥지둥 하며, 나는 계속 타이밍을 살폈다.

[오빠, 아래쪽으로 빠져요!]

탁 트인 하늘.

서은이의 도움 아래, 나는 그곳에서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허공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들 틈사이로 빠져나갔다.

...이렇게 능력을 남용하고 나면 나중에 집가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뭐. 저 미국히어로를 박살낼 수만 있다면 뭐든 못하리.

근데 문제는 몇십분간 이렇게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다보니 이젠 슬슬 지루할 지경이었다.

*

[아ㅅㅂ 심장떨려서 못보겠네]

[망고 존나 아슬아슬하게 잘 피하네ㅋㅋㅋㅋ]

[조금만 더 버텨!!]

[아니 메테엘인가 메테인인가 뭔가 존나 마음에 안드네 아니 인질 있다는데 그냥 좆까라 하는건 뭐임ㅋㅋㅋㅋ]

[에고스틱 파이팅!!! 저런 양키한테 지면 안돼!!!]

[근데 ㄹㅇ 입으로는 엄살떨면서 카메라 들고도 한대도 안맞는데 사실 놀아주고 있는거 아님? 그런거라고 해줘 제발!!!!!!]

[아니 왜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데 다들 빌런을 응원하냐고ㅋㅋㅋㅋㅋ]

[아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외국침입자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있는 애국스틱 응원해야지ㅋㅋㅋㅋ]

[애국스틱 ㅇㅈㄹㅋㅋㅋㅋㅋ]

*

채팅창을 보니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지 아는 모양.

그렇게 조금 더 계속 왔다갔다하며 돌덩어리들을 피할때.

순간적으로, 다른 기류가 흘렀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돌덩어리들과 다른, 거대한 바위 손.

딱봐도 어마어마하게 에너지를 들였을 것 같은 그것이, 나를 향해 다가왔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상황에서.

나는, 씨익 웃었다.

"지금이다."

[네 오빠!]

작게 중얼거린 나는, 이내 씨익 웃으며 모자를 잡은 뒤 카메라를 향해 언제 피하고 다녔냐는 듯 말했다.

"자. 도망치는건 여기까지 할까요?"

내가 그말과 함께 피하는걸 멈추고 허공에 가만히 서, 거대한 바위손들이 날아오는걸 기다리자 [????]로 도배되기 시작하는 채팅창.

그와 동시에, 나는 한 손을 들어 반지를 반짝였다.

"나와라, 데스나이트."

[드디어 내 차례인가!!!!]

이내 머리를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 앞에서, 거대한 검은색 대검이 생겨났고.

서걱

앞에서 다가오는 바위 손이 잘림과 동시에.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뒤쪽에서 보라색 빛이 번쩍하더니, 분홍색의 거대한 광선이 엄청난 기세로 아래쪽에서 쏘아졌다.

몸이 날라갈듯한 엄청난 풍압과 함께,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대지로 떨어지는 수많은 바위들.

슥 움직여 내 위에 떨어지는 바위 하나를 피한 다음에, 나는 자연스럽게 밑을 내려다봤다.

"어우..."

방심한 순간에 파괴광선과 번개한방까지 맞더니, 그대로 맥없이 튕겨져나가는 메테엘의 모습.

무슨 대포알마냥 튕겨져나가 탱탱볼마냥 땅 위에서 통 통 튕기는 그녀였다.

어우야. 아프겠다.

이내 그렇게 계속 날아가더니.

콰아아아앙.

무슨 뭐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건물 벽에 무너져서야 멈춘 그녀.

음...

'....이거, 위력이 조금 쎘나?'

나는 나도 모르게 볼을 긁적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오늘건 맛보기고. 진짜베기는 다음번에 계획한대로 제대로 날잡고 상대해서 보내버릴려 했는데.

어째 타격이 좀 더 예상보다 크게 들어갔다...? 심지어 다구리도 안치고 단 두명만 더 데리고 온건데.

뭐, 그렇다고 아직 내 눈만 보면 벌벌 떨 정도는 아니니까 상관없나. 다음 테러에 할건 충분하겠지.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한 나는, 이내 씨익 웃은 뒤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뭐... 계획대로 됐네요. 그럼 어떻게 됐는지 봐볼까요?"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어깨에 대검을 맨 채 크하하하하! 거리고 있는 데식이와 함께 밑으로 내려갔다.

"오빠...."

"예. 잘하셨어요."

그러는 와중에 은월이도 숨을 헐떡이며 뒤에서 나타났기에,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함께 밑으로 갔다.

하도 몸 움직이며 피하느라 지친 나와 마찬가지로, 은월이 역시 저 마지막 광선 쏘기위해 전부터 온갖 마법진 연성해서 준비하고 에너지를 쏟아부어서인지 지친 모습.

칭찬은 집에 돌아가서 해주기로 하고, 일단은 저 미국 양아치나 만나볼까.

이내 지상으로 내려온 우리는, 몸을 지키겠다고 바위를 두른 메테엘을 데식이의 검으로 강제로 내리찍어 꺼냈다.

그러자 보이는건 만신창이가 되서 건물에 등을 기대고 있는 메테엘의 모습.

...S급 히어로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눈물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눈은 여전히 나를 올려다보며 활활 불타고 있었달까.

하여튼, 지금 이 순간에도 카메라는 계속 돌고있었음으로, 나는 빠르게 할 말을 하고 가기로 했다.

일단 도발부터.

"이런... 이런..."

대충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더니, 바로 다 쓰러져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반응하는 메테엘.

"You... ass..."

뭐라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입을 열었다.

"아니, 뭐. S급이라는둥 뭐라는둥 온갖 큰소리는 다 치시길레 무슨 엄청 강하신 줄 알았는데. 뭐. 참..."

"그냥 제 히어로인 스타더스보다 훨씬 약하시네요?"

대충 그렇게 비웃듯이 말해줬더니, 아주 좋아 죽으며 발작하는 그녀.

뭐, 이정도면 됐지만...

그녀가 나중에 나를 향해 이성을 잃고 덤벼들게 하려면, 조금 더 해야겠지.

이내 눈으로 욕을 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나는 그녀의 턱을 손가락으로 잡아들었다.

그런 다음에 가까이 다가가서, 카메라에 들리지 않게, 그녀에게만 들리게 난 작게 속삭였다.

"그러게... 평소처럼 다른 히어로들 뒤에나 숨어있지. 무슨 자신감으로 홀로 나서셨어요?"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흠칫거리는 그녀.

이내 손을 때고 다시 바라보자, 나를 아주 잡아먹을 듯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였다. 어머. 이런 열정적인 시선은 오랜만이네.

이내 어지간히 빡쳤는지 마지막 발악으로 그녀가 온 힘을 쥐어 짜 생성한 허공에 조그마한 뾰족한 바위조각을, 데식이가 검 한번 휘둘러 손쉽게 부수고.

나는 다시한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너무 약하셔서 그냥 상대할 가치도, 재미도 없네요. 갑시다 여러분."

이내 그렇게 말하며 망토를 펄럭이며 뒤로 등을 돌린 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서 뭐 뻑이니 뭐니 하는 욕설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내 알반가.

그렇게 나는 데식이와 은월이를 잡고 그대로 순간이동했다. 아, 저 뒤쪽에 대기하던 일렉트라도 데리고.

휴, 오늘 일은 아주 깔끔히 잘 풀렸구만. 예상보다 더.

그럼 이제 집에 가서 좀 쉰 뒤에, 바로 다음 테러를 준비해야겠다.

메테엘. 그녀를 완전히 작살내, 다시는 한국에 발 붙일 생각도 못하게 할, 마지막 테러를.

그리고 계획을 생각하면 뭐, 오히려 좋지만.

그동안 잠시 대한민국은 또 떠들석 하겠구만.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역시나, 빗나가질 않았다.

***

[속보)에고스틱, 미합중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상대로 승리... 메테엘은 현재 협회 병원으로 긴급 이송]

대한민국 전역에 생중계된, 에고스틱의 S급 히어로 격파 영상.

이 소식은 당연하게도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무려 미국의 S급 히어로가 대한민국의 A급 빌런인 에고스틱 잡겠다고 한국까지 비밀리에 왔다는 거에 놀랐고.

그런 그녀를, 에고스틱이 박살냈다는거에 더욱 놀랐다.

그렇게 생긴 갑작스러운 해프닝.

이 일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와서 행패냐' 였다.

*

[이번 테러보고 그냥 속이 시원했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ㅋ]

아 누가 미국보고 도와달라고 했냐고ㅋㅋㅋㅋㅋ

그냥 에고스틱<<<허둥지둥 도망치는 척 기만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메테인 날려버리는거 속이 뻥~~ 뚤렸으면 개추ㅋㅋㅋㅋㅋ

=[댓글]=

[개추를 와자박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갑자기 와서 개지랄하다가 그냥 참교육ㅋㅋㅋ]

[진짜 인질도 그냥 좆까라하고 희생시키는거보고 어이없더라 운좋게 건물에 사람 없었어서 다행이지]

[그냥 미국 S급 히어로<<<<망고스틱 증명만 시켜줌ㅋㅋㅋㅋ]

[손에 땀쥐면서 보다가 메테엘 날라가는거보고 일어나서 박수쳤다 ㄹㅇ... 이게 국뽕이지ㅋㅋㅋㅋ]

ㄴ[아 우리나라 S급 히어로를 어디서 마음대로 잡아가려고 하냐고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이거 강대국의 안보위협 아니냐고ㅋㅋ]

[유튜브 슥 보니까 국뽕티비 이미 존나 올라왔더라ㅋㅋㅋㅋ 미국도 상대가 안되는 어쩌구저쩌구ㅋㅋ]

*

[스타더스<<<<그냥 그리우면 개추ㅋㅋㅋㅋㅋ]

어떠한 경우에도 인질들만은 지키시던 분...

그냥 사상자 0명 칼같이 유지하시던 분...

매번 에고스틱 상대로 이겨 도망치게 하시던 분...

늘 방송 출연만하면 망고랑 케미 오지시는 분...

아예 에고스틱이 직접 인정하신 분...

그저 대한민국 히어로 압도적 원탑이자

에고스틱의 담당 히어로인

별먼지

<---- 정실인거 같으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개추ㅋㅋㅋㅋㅋㅋ]

[나 일렉트라단인데 이번 방송보고 별먼지단으로 전향함ㄹㅇㅋㅋ]

[솔직히 별먼지는 그냥 S급 히어로지ㅋㅋㅋㅋㅋ]

[이번에 망고 월광무녀가 오빠라 부르며 화기애애하던데 그보다는 등장도 안한 별먼지가 더 강했다...]

[ㄹㅇㅋㅋ 애초에 에고스틱이 제 히어로는 스타더스입니다 이랬는데 이게 정실이 아니면 뭐냐고~]

ㄴ[그건 그냥 아치에너미라는 뜻으로 한 말인데 과몰입ㄴ]

ㄴ[대댓게이 작성글 목록 보니까 아이스망고단이었네ㅋㅋ]

ㄴ[아ㅋㅋㅋㅋㅋㅋ]

ㄴ[너가 지지하는 아이시클은!! 절대!!! 에고스틱의 '제 히어로' 아니다 게이야ㅋㅋㅋㅋㅋㅋㅋ]

ㄴ[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ㅋㅋㅋㅋ]

[ㄹㅇ그립습니다 스타더스씨...]

[정실추ㅋㅋㅋ]

***

그렇게 대한민국의 열띤 반응과는 다르게, 미국 시민들은 이번 사건에 별 관심이 없었다.

S급 히어로들이 워낙 많아 한명한명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히어로가 빌런한테 실수로든 뭐든 전투에서 패배하는건 한번씩 있는 일이기도 하고.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능력자 풀이 적은 나라의 A급에게 패배했다는건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그마저도 이미 미국 본토 자체가 온갖 테러로 개판 5분전이었기에 빠르게 묻혔다.

그래도, 북미 히어로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일에 관심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히어로들을 말그대로 '영웅'으로 대접하는 미국인들인만큼 안타깝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당연히 예외는 있는법.

[그러게 메테엘은 원래부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why 나댔대ㅋㅋㅋㅋㅋㅋㅋㅋ(lol)]

"크아아아아악!!! Fucking assholes!!!!!"

"저 환자분! 히어로님! 진정을!"

"여기 진정제 B-4 하나 투여해!!!"

그렇게 협회내 치료센터에서 메테엘이 분노에 괴성을 내지르는 동안.

근처에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 앉아있던 신하루는, 그 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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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소유 병원, 일명 치료센터.

그곳에 한주간 머물면서 몸을 회복한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그녀는 협회 내 자신을 위해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늘 끓어오르는 분노로 차있었다.

"Fucking... Piece of bullshit!"

몸은 며칠간의 치료끝에 완전히 나았지만, 자존심에 남겨진 스크래치는 치료하지 못한 그녀.

"내가 A급 따위한테 졌다고... 내가...?"

메테엘은 이내 책상 위에서 자신의 윤기나는 회색 머리를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내심, 아니 대놓고 무시하던 A급에게 졌다는걸,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을 기습한 빌런은 S급이라고는 하지만, A급 밑에있는 빌런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거기에 그 광선을 쐈다는 Moonlight Shaman이라는 빌런의 사진을 보니 부끄러울 지경. 키도 자신보다 20센치는 작아보이는 여자애한테 졌다는게 믿을수가 없었다.

"그래..."

이내 큰 정신적 충격으로 머리를 부여잡던 그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자신은... 방심해서 졌을 뿐이다.

자신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저런 허접한 놈들한테 질리가 없다.

뭐? 놈들이 강하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지금까지 자신이 싸워온 적들에 비하면 택도없다. 다만 그녀가 방심해서일뿐.

"Shit..."

그렇게 그녀는 영어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신경질적으로 SNS를 보고다녔다.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얻기위해 노력할때쯤, 들려오는 목소리.

'...서포터 주제에 왜 나대요?'

"Fuck!"

그놈이 자신에게 지껄인 소리가 머리를 맴돌때마다, 그녀는 분노로 가득 찼다.

네놈, A급 주제에, 비겁하게 기습으로 이겨놓고 뻔뻔하게 그렇게 말해?

다음에 만나면 놈을 찢어발기고 말겠노라고 다짐한 그녀는, 다시 눈에 불꽃을 튀기며 다짐했다.

그래. 자신이 방심하지 않고 그 기술만 썼다면 이길 수 있었다. 어차피 에고스트림이고 뭐고, S급 히어로인 자신의 운석 한방 맞으면 다들 힘의 차이를 깨닫게 될거다.

그들은 A급 따위, 자신은 S급.

두번은 당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SNS에 분노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자신의 인스타에 영문으로 적어 올린 게시글의 내용은, 대충 에고스틱을 욕하는 내용. 한국의 에고스틱은 나약하고 가증스러운 빌런이며 다음에는 반드시 묵사발을 내주겠다는 내용.

그렇게 쓰고 나니 또 느껴지는 분노.

뭐? A급 히어로보다 자신이 못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발작버튼이 된 그녀는, 이내 또 그의 말을 떠올리며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다가 겨우 겨우 진정했다.

그래, 메테엘. 참자, 참아.

다음에 복수하면 되지 다음에.

...밖에 좀 나가자, 일단.

그렇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협회 내 복도를 걷던 그녀가, 코너를 돌자 마주친건.

"...."

"...."

대한민국의 A급 히어로, 스타더스였다.

***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는 최근들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흐응..."

[아니, 뭐. S급이라는둥 뭐라는둥 온갖 큰소리는 다 치시길레 무슨 엄청 강하신 줄 알았는데.]

[그냥 제 히어로인 스타더스보다 훨씬, 풋, 약하시네요?]

물론 이번에 미국에서 파견된 S급 히어로가 에고스틱에게 무참히 깨지는 가슴아픈 일이 있었긴 했지만...

뭐, 사실 그녀가 이미 예상했던 결과이기에 별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 에고스틱 전문가인 자신도 못잡고 있는데, 그 어떤 다른 히어로가 그를 붙잡을 수 있을까.

역시 그와 싸울 수 있고, 그를 상대할 수 있는 히어로는 스타더스 자신밖에 없다.

...그리고, 뭐. 에고스틱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사실, 생각해보면.'

에고스틱은 처음부터 늘 스타더스 자신을 그의 상대라고 말해왔었다. 예전의 그 비행기 사건때 자신이 그를 완성시킨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매번 스타더스를 언급한것도 그렇고...

거기에 이번에도 대놓고 스타더스라고 언급한걸 보면...

"흐응, 흥."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는걸 모른 채, 신하루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 에고스틱. 대한민국을 혼자 쥐락펴락하며 테러를 일으키는, 위험한 빌런. 그와 동시에 때때로 그녀를 착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런 그, 에고스틱을 잡을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다.

당연히, 그 이상한 S급 히어로가 아니라.

"....."

메테엘.

그녀를 떠올리자, 신하루의 표정은 자연스럽게 굳었다.

사실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이미 자신들끼리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왜 마음대로 요청하지도 않은 히어로를 뜬금없이 보낸단 말인가? 심지어 예전에 먼저 요청했을때는 보내주지도 않았으면서.

거기에 메테엘 그녀를 직접 만났을 때는,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히어로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보이는 모습. 거기에 에고스틱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그를 내리치는 모습까지.

안그래도 에고스틱이 최근에 나타나지도 않아 기분이 안좋던 신하루에게, 그런 메테엘의 첫인상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에고스틱 '따위는' 쉽게 이긴다더니, 무참히 깨져서 돌아온 그녀.

물론 히어로가 빌런한테 패배한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 이겼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국 메테엘은 에고스틱에게 패배했다.

사실 그런걸 다 떠나서, 인질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막 나선 메테엘의 모습은 하루에게 있어 충격이었다. 우연인지 아닌지 그가 인질잡은 건물 내부에 사람이 없었어서 다행이지, 있었으면...

"에휴..."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에고스틱 팬카페에 들어갔다.

요즘들어 스타더스 자신의 관한 얘기가 많아, 아닌척 하며 은근 게시글을 읽는걸 즐기는 하루.

그런 그녀에게 한 게시글이 눈에 띄였다.

[방금 뜬 메테엘 인스타 번역해왔다ㅋㅋㅋㅋㅋ]

...뭐지?

호기심에 게시글에 들어간 신하루의 표정의,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내용인직슨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에고스틱을 무시하며 욕하는 내용. 거기에 다음번에는 이변은 없을거라고 말하는 근거없는 자신감까지.

....하아.

신하루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느끼며 한숨과 함께 일어섰다.

메테엘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낮아진 그녀.

뭐, 이러나 저러나 아직도 메테엘은 협회 내에 있으니, 아마 다음 테러도 나서겠다고 우기지 않을까.

...뭐. 다음에라도 이길 수 있을것 같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선 그녀는.

복도에서 때마침, 메테엘과 마주쳤다.

"...."

"...."

자신과 비슷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는 그녀.

뭔가 심통이 가득 차 있는 듯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신하루는 그냥 작게 고개만 끄덕여 인사했다. 뭐, 딱히 할 말도 없었고,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그렇게 에고스틱을 무시하며 협회에서 안하무인으로 막나가던 그녀가, 처참히 진 뒤에도 아직도 인정 못하고 저러고 있는게 우스울 뿐.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피식 입꼬리를 올린채 하루는 메테엘을 지나쳤고.

그걸 엄청난 눈치로 알아챈 메테엘은, 뒤에서 분노에 이를 갈았다.

"....Fuck, Fuck."

이제는 하다하다 A급 히어로 주제에 자신을 무시해?

메테엘의 높은 프라이드는, 또다시 큰 상처를 입었다.

...유일한 해결책,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은 다음번에 자신이 에고스틱 그놈을 완전히 때려잡는 것.

그래. 아예 제거해버리면, 아무도 그녀를 더이상 무시하지 못하겠지.

그때가되면 스타더스트인가 뭔가하는 자신을 비웃은 저 여자도, 보내버리고 말겠다.

그렇게 메테엘은 이성을 잃고 분노에 가득 차 복수만을 기다렸고.

그러던 며칠 뒤.

에고스틱의 방송이, 켜졌다.

[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저는 지금 한 폐공장 지대에 나와있는데요, 뭐,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자칭 S급 히어로 메테엘씨, 저를 잡고 싶으시면 이리로 와보시죠.]

[뭐, 시간은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저번에 저한테 처참히 지신 이후에 겁먹으셨을거 같던데, 충분히 준비할 시간은 드려야죠! 하하하하! 천천히 준비하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빙긋 웃는 그를 끝으로 전국에 방송된, 에고스틱의 대놓고 한 도발.

그리고 당연하게도 메테엘은, 이걸 보자마자 눈이 돌아갔다.

"출발한다."

"아니, 저, 메테엘씨! 그래도 가기전에 한번 더 브리핑을..."

"Fuck You!"

그렇게 이미 도발에 넘어가 눈이 돌아간 메테엘은 바위를 타고 날아가버렸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신하루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서울 변방.

폐공장 지대.

[오빠, 과연 걔가 올까요?]

내 귀에 들려오는 서은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오지. 걱정하지마."

[아니... 그래도 너무 대놓고 함정같잖아요.]

하긴, 인질도 하나 안잡고. 테러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으슥한 폐공장지대로 히어로 하나 부르는게 이상하긴 하지.

근데, 이설아의 말에 따르면... 아니, 그냥 내가 본 그녀만 생각해봐도. 아마 올꺼다.

애가... 좀 멍청해 보이거든...

그렇게 메테엘을 기다리며, 나는 공장 안에서 내가 준비해 놓은것들을 다시한번 살펴봤다.

서은이가 미리 세팅해 둔 여러 장치들, 바닥 아래에 깔린 은월이가 깔아놓은 마법진. 반지에 있는 데스나이트.

그리고 뒤에서 대기중인, 하율이에 의해 능력 버프를 받은 일렉트라와 미스트까지.

그야말로 제멋대로 날뛰는 히어로 단 한명을 상대하기 위한, 모든걸 다 준비해놓았다.

이곳은 바로 막나가는 메테엘 한명을 위해 준비된 스테이지. 그녀를 상대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카메라도 꺼놨다.

오늘을 끝으로, 메테엘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될꺼다.

음... 굉장히 '착해져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콰앙- 하고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열린 공장의 문.

이내 그림자에 가려진 인영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자.

교육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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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게 뻥 뚫린 폐공장.

천장쬐 몇군데가 뚫려 햇빛이 사이사이 들어오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 전원이 대기하고 있던 그 공장의 커다란 문이 박살나며.

이내, 내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모습을 보였다.

"하하... Fuckers."

저 앞에서 욕을 하며 들어오는 여자.

긴 회색빛의 머리, 이국적인 외모, 날카로운 눈매로 나한테 광기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그녀가 바로, 오늘 내가 기다리던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이었다.

"하... 하하하하하!"

"아이고, 웃으면 복이 온다더니, 아주 복스럽게 잘 웃으시네요. 하하하!"

들어오자마 웃기만 하길래 나도 똑같이 웃어주자, 이내 언제 웃었냐는 듯 싸늘하게 굳는 메테엘의 얼굴.

"하암... 오... 쟤 표정변화 엄청 빠르다."

"...쉿!"

그걸 보더니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리는 서자영과, 조용히 하라는 듯 그녀의 허리를 찌르는 최세희.

그렇게 내 뒤에서 둘이 그러거나 말거나, 메테엘은 다시금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하. 하하하. 네놈. 그래,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으면서 얘기하는 메테엘.

나는 그런 그녀가 하는 말을,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서서 들어주었다.

아니, 저렇게 자신만만할 모습을 볼 수 있을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좀 들어줄 수 있잖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때, 여전히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 그녀.

"네놈들... 나를 아주 우습게 봤어, 안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 없는 곳으로 나를 부르지 않았겠지."

내 주위의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둘러보면서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듯, 오히려 우습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하는 메테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funny...how hilarious...라고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나도 한마디 던져주었다.

"아이고, 아주 자신감 넘치시는 모습이네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가만히 납두면 계속 저러고 있을거 같으니, 약간의 도발을 섞어서.

"근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저한테 덤비셨다가 그냥 작살나지 않으셨나요? 하하하! 하하..."

"닥쳐라!!"

이내 내 말에 발작버튼이 눌렸는지, 크게 소리치며 발을 쾅 구르며 돌을 내뿜는 그녀.

카가가가가강-

이내 그녀가 서있던 곳부터 내가 있는 곳까지 쭉 이어져서 솟아오르는 뾰족한 바위들.

물론 이미 예상했던 바인만큼 나는 몸을 슥 움직여 손쉽게 피했다.

이내 내가 있던 자리에 솟아오른 살벌하게 생긴 뾰족한 돌덩이. 피하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막상 맞았으면 몸이 별로 무사할 것 같지 않게 생겼다.

이전에 그녀가 나한테 날린 돌덩이들과는 다르게 명백히 살생의 의도가 보이는 그것.

그걸 느꼈는지 내가 있던 자리에 그런 살벌한게 솟아오른걸 보고 표정이 굳은 최세희가 열받아서 나갈려는 걸, 내가 어깨를 잡아 말렸다. 아직은 나설 타이밍이 아니다, 아직은.

우리가 그러고 있건 말건, 순간 울컥했던 감정을 추스렸는지 이내 다시 진정한 메테엘.

그녀는 그렇게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 열 낼것도 없지. 뭐, 어차피 오늘이 너희의 그 짧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일테니까."

아주 그냥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모습.

뭐, 사실 저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손을 턱에 올린 채 미소짓던 메테엘은, 이내 한 손을 들더니 장엄하게 선언했다.

"이제 다 귀찮으니, 빨리 끝내지."

"하늘의 심판을 맛보거라."

그렇게 메테일이 말함과 동시에, 그녀의 주위로 수많은 에너지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가 위로 손을 뻗음과 동시에, 바람이 휘물아치며 무언의 에너지가 공장의 지붕을 뚫고 저 하늘로 뻗어져나가며.

쿠르르르릉.

하늘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운석이.

공장 위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생겨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야말로 종말의 한복판같은 현장.

이 공장 정도야 그냥 가볍게 박살낼 정도의 돌덩이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저 하늘에서 이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태양을 가리는 붉은 빛으로 물들은 채, 떨어지는 그것의 압도적인 크기. 그걸 보며 나는 숨을 멈춘듯한 표정을 지었고.

운석을 소환하느라 힘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오른팔을 부여잡은 채 힘겨워 하면서도, 메테엘은 입꼬리 한쪽을 올린 채 다시 팔짱을 끼며.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보이느냐?"

"이게, 너와 나의 격차다."

세상 오만하게 말하는 그녀.

그리고 실제로, 그러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압도적인 능력이었다.

저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고 있는 커다란 돌덩어리는, 그야말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지릴 광경.

바로 밑에서 보니 거의 인세의 종말과도 같은 현장이었다. 아마 저게 공장에 떨어질때쯤이면, 이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되겠지.

그전까지 작은 돌덩어리들만 날리던 메테엘이 한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압도적인 위압감의 그것.

그녀의 이 필살기에 얼마나 많은 빌런들이 허무하게 쓸려나갔는가.

그야말로 그녀가 누차 강조해왔듯, S급 히어로다운 위엄이었다.

그리고 그런 천재지변과도 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 왜 쪼개지?"

저놈 위기에 몰리니까 실성했나- 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메테엘에게.

나는 웃는 채 박수를 치며,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메테엘씨,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메테오라! 익히 듣기는 했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장관이네요."

"하. 네놈, 여전히 웃을 정신은 남아있나보군."

휘몰아치는 바람, 벌써부터 느껴지는 열기.

그 아래에서 망토를 휘날리며 서있던 나는, 여전히 자신만만해 보이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뭐 운석이든, 메테오든 좋습니다. 좋은데."

"그거, 그래봤자."

"결국 좀 커다란 돌맹이 아니에요?"

"무슨 개소리를..."

얼굴을 찡그리며 내게 묻는 메테엘.

아니, 메테엘, 메테엘아. 너가 대단한 S급 히어로인건 알겠는데.

우리도 이미 A급 빌런 4명에 S급 빌런 2명 있다고요.

그거 하나 대비를 안해놨겠니?

"애들아, 쏴."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내 뒤에 대기하고 있던 에고스트림 멤버들에게 말했고.

그리고 그 순간.

번쩍-

"What the fuck..."

메테엘이 그렇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내가 미리 준비해놓았던 모든것이, 동시에 발현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펑. 펑.

서은이가 공장 벽면쪽에 붙여둔, 웨폰마스터의 창고에서 가져온 소형 미사일이 지붕을 뚫고 발사되고.

"...흐압."

은월이가 준비해놓았던 마법이 발현되며, 거대한 마법진이 운석 앞에 나타남과 동시에.

"흐으아앗!"

강화된 최세희의 벼락이, 공장 위쪽에 운석에 그대로 내리박혔다.

그리고.

지이이이이이잉.

파칭-.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위쪽에서 들려오는, 전쟁통 한복판인거마냥 무언가가 계속 터지는 굉음.

그와 동시에 저 하늘 위에서 노란 빛이 번쩍해, 모두를 그림자에 물들이며.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그리고.

펑.

퍼어어어어어엉.

대지를 울리는 엄청난 울림과 함께.

그 큰 운석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하늘에서 날아오던 커다란 돌덩어리가 그대로 사라진 모습.

그 대신 눈처럼 내려오는 작은 돌가루들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다시 메테엘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자... 그래서, 이제 뭐가 더 있으시죠?"

피식.

나는 그렇게 웃으며 눈에 호선을 그린채 메테엘에게 물었다.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 뜬 채,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듯한 메테엘.

이내 드디어 상황 파악이 끝난건지, 드디어그녀는 눈에 다시 불을 키며 나를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

"흠? 뭐 더 없으신가요?"

"FUCK!!!!!!"

거의 소리치듯 욕설을 내지르며, 다시 한번 운석을 소환하려 하는 그녀.

그러나 당연히 방금 이따만한걸 소환했는데 연속적으로 그만한걸 만들 수 있을리가 없었고.

콰아아아아앙.

하늘에 소환된 아까의 절반크기의 바위는, 당연히 생기자마자 멀리 갈 것도없이 은월이의 마법진 요격표와 최세희에 벼락 선에서 진압되었다.

여전히 파들파들 떨리는 몸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라리는 그녀.

...아니, 너 운석이 쎈건 알겠는데, 지금은 1대 6인데 우리가 그렇게 쉽게 당해주겠냐고.

물론 역시 S급 히어로의 필살기라 그런지, 우리측 최고전력이 다 달라붙어서 상대해서 겨우 박살낸거긴 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메테엘의 필살기가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는거다. 그리고 그녀는 힘이 좀 빠졌지만, 우리는 아직 멀쩡하고.

흠, 근데 메테오라. 생각도 못했는데, 나쁘지 않은거 같다. 이거 스타더스한테 써먹으면 좋을거 같은데. 공장지대 하나 박살내는 메테엘의 아담한 돌덩어리 말고, 진짜 도시하나 박살낼 정도의 크기 들고오면. 그거 막을때 스타더스의 힘이 쭉쭉 강해지지 않을까? 비행기도 막았는데 운석이라고 안될까 싶다.

내가 그런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 메테엘은 앞에서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발작하듯 바위를 내뿜으며 우리한테 달려들기 시작했다.

"FUCK YOU!!! I'm gonna kill you all!!!!"

그렇게 그녀가 무서운 기새로 덤벼들 때.

나는 그냥 피식 웃으며, 우리 에고스트림 멈버들한테 말할 뿐이었다.

"자, 이제. 모두 공격하세요!"

"흐응... 드디어 싸우는건가?"

내 말을 끝으로 불을 내뿜으며 나서는 서자영.

전기를 두른 채 달려드는 최세희.

반지에서 빠져나와 대검을 들고 크하하하! 웃으며 덤비는 데식이.

지상에 깔아둔 마법진을 작동시켜 빛내며, 본격적인 싸움에 착수하는 은월이.

근처에 세팅해둔 무기들을 전부 메테엘에게 타겟팅해, 공세를 시작한 서은이까지.

"크아아아악!!! 이 비열한 것들! 다 덤벼!!!!"

그렇게.

히어로 한명을 상대로 한 에고스트림 멤버 전원의 다구리가 시작되었다.

혼자서는 못이기는 상대와 싸울때는... 동료들 불러와서 다같이 싸운다는게 악당의 '상식'이잖아?

나는 코밑을 쓱 훔치며,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 이게 일류악당이지.

그렇게, 1대 6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

아무리 뭐래도 S급 히어로라는걸까.

기습도 아닌 정정당당한 대결의 상황에서, 메테엘은 굉장히 강했다.

분명 필살기를 쓰느라 지쳤을텐데도, 무려 6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경이로운 모습.

그러나, 그것도 결국은 끝을 맺었다.

"하아... 하아... 잡았다..."

"와, 존나 쎄네."

"크으윽... 내 몸에서 손을 때라 Fuckers!!"

치열한 전투 끝에, 끝내 땅에 포박된 메테엘.

나름 저항해 보는 그녀였지만, 이미 전투 끝에 지친 그녀가 빠져나가는 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애초에 이미 능력도 한계까지 사용해, 더이상 뭘 할 수 없는 모습이었고.

"다 죽여버릴꺼다!!"

계속 땍땍대는 그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메테엘.

그녀는 내 계획에 없던, 커다란 변수였다.

애초에 무려 히어로의 중심국인 미국에서 보내온 무려 S급인만큼, 위험도는 최상.

거기에 이미 나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 이대로 풀어주었다가는 대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거기에 이설아에게 듣기로는, 스타더스를 비롯한 한국 협회를 적대하는 모습까지.

그렇다고 그녀를 여기서 제거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미국 협회가 이곳에 나설수도 있고, 애초에 히어로라는 전력을 하나라도 줄이는건 미래를 생각했을때 결코 좋은게 아니다.

즉, 여기서 최선의 해결책은.

메테엘 그녀가 자의로 한국을 따나, 다시는 에고스트림에 덤빌 생각도 못하게 해야하는 것.

그리고 철저히 박살내, 미국에도 경고하는 것.

우리끼리 여기서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괜히 나섰다가는 인명손실만 날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것.

즉,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선.

이 자리에서 메테엘을, 완전히 굴복시켜야한다.

"다들 수고했어. 미스트랑 일렉트라는 가서 쉬어도 되고. 우리 월광무녀만 남자."

"오케이... 난 간다. 아이고 힘들어."

"자, 그리고 메테엘씨는, 저 좀 볼까요?"

"네놈..."

나를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쏘아보던 그녀는, 이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내게 외쳤다.

"네가 무슨 짓을 하던, 나 메테엘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네, 네."

그야말로 정의의 투사처럼 내게 외치는 그녀.

흠. 저렇게 완고하다니. 이거 좀 힘들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메테엘을 몸 성히 보낼려면 그녀의 저 성격을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거든.

그렇게, 제 1회 못된 히어로 성격 고치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크으으으으윽!! 내가 이런거에 굴할 것 같으냐!!!"

"크아아악!! 이새끼들, 다 죽여버리겠어!!!!"

"크윽. 이 Mother Fuckers!!"

"......? 지금 뭘... 흐으아아아아악!!"

"자, 잠깐..... 잠깐만... Wait..."

"Hey. 저, 저기. 잠깐 멈춰보게나. 우리. 대, 대화로 해결하지 않겠는가...? 잠깐... 히이익!"

"....그, 내, 내가 미안하다. 내가 잘, 잘못한거같으니 용서해 흐으으윽??"

"Sorry... 내가 자, 잘못했어요... 흐윽, 잘못했으니까..."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대한민국을 위해 내 조국을 위협하는 미국 히어로를 속박시키려 최선을 다했고.

이내 제 1회 히어로 교육이 어느정도 진행된뒤, 나는 내 아래에 눈을 깐채 있는 메테엘에게 상냥히 물었다.

"자, 우리 메테엘. 히어로는 인질이 있으면 어떡해야 한다?"

"히익! 으, 그, 그게. 히, 히어로는 인질이 잡혀있으면 First of all... 최우선적으로 인질을 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하고, 여의치 않으면 인질이라도 데리고 도, 도주해야한다."

"잘했어요. 그럼 빌런을 상대하기 전까지는?"

"그 비, 빌 전력을 충분히 살핀 뒤 미리 그 빌런에 대해 공부하고 가 최선의 해결법을 찾은 뒤 나서야 하고, 무턱대고 나서면 아, 안된다."

"좋아요. 그럼 대한민국은?"

"Korea? 아. 대, 대한민국은절대앞으로도 쳐들어올생각을 해야하지말아야하고 저는 미국에서조용히 히어로활동을하며 살아야한다. 아니, 사, 살겠다. 조용히, 흐윽, 살게요..."

음, 이정도면 됐나?

벌벌 떨면서도 말을 잘하는 메테엘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 그럼. 손."

"소, 손...."

내가 손을 촥 펴서 그녀 앞에 놓자,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일단 반사적으로 내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두는 그녀.

그러고도 불안한지 떨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눈치를 살피는 메테엘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음... 이정도면 된거 같기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은이가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어... 오빠. 그 이 사람 성격이 너무 달라진거 아니에요...?"

이래도 괜찮나- 싶은듯이 묻는 서은이에게, 나는 답했다.

"괜찮아. 이정도는 달라져야지 한국이 안전해지는 거란다. 그쵸 메테엘?"

"네? 네, 넷! Of, of course!"

빠릿빠릿하게 답하는 메테엘을 보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정도면 됐네.

드디어, 우리 양아치같던 히어로가 착해졌어요!

뿌듯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종합]에고스틱을 잡기 위해 왔던 S급 헌터 메테엘, 오늘 아침 미국으로 복귀]

S급 히어로 메테엘이 오늘 아침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협회가 밝혔습니다. 협회장은 오늘 메테엘이 미국 내 치안 불안정으로 인해 히어로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다시 본국으로 소환됐다고 전했는데요. 이에 네티즌들은 에고스틱에 패배해서 도망가는게 아니냐며 협회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

S급 히어로 메테엘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공식적으로는 너무 타국에 오래 있었기에 다시 부른거라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에고스틱에게 패배해 돌아간 것 모습.

[네! 메테엘의 필살기 메테오입니다! 이걸.... 야, 이걸 막네요!]

이미 에고스틱의 폐공장에 운석이 떨어지는걸 마법으로 막아내는 영상이 모두에게 공유된지 오래.

비록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전투장면은 그것밖에 촬영된게 없지만, 전투소리가 오래도록 났음으로 꽤나 치열하게 싸웠을꺼란 추측이 있다.

그리고 그 전투의 결과는, 메테엘의 패배.

협회 요원들이 도착했을 때, 메테엘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고 한다.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그렇게 그날의 일 이후, 메테엘은 오늘 도망치듯 한국을 떴고.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S급 히어로 정도는 이제 에고스트림의 상대가 안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더붙어 저런 에고스트림을 지금까지 홀로 맞서 싸워이겨온 스타더스도 재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스타더스, 신하루는. 잠시 밖의 창문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

결국, 메테엘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쓰러진 이후 협회 병원에서 깨어나더니, 갑자기 히이이익!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메테엘의 모습은 꽤나 달라졌다. 이전보다 꽤나... 유순해졌다고 해야할까. 협회 직원들한테 시비도 더이상 걸지 않고, 오만한 태도를 고수하지도 않고... 특히 은근 신하루 자신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상한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분명 쓰러진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절대 안밝히던 메테엘.

그냥 에고스틱이랑 싸웠을 뿐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뭐 아무일도 없었어. 에고스틱님이랑, 아니 에, 에고스틱이랑 치고박고 싸웠을 뿐이야.'

...뭔가 태도가 좀 이상하긴 했다.

에고스틱이라는 말만 들으면 몸을 벌벌 떨며 눈치를 보는게, 확실히 수상한 모습.

처음에 그 에고스틱을 무시하며 A급 A급 거리던 그녀는 어디가고, 이내 갑자기 조신해지더니 미국으로 갑자기 돌아가버렸다. 미국에서 할일이 많다며.

...분명 전까지는 기필코 에고스틱'따위'는 잡은 뒤에 돌아갈거라 했단 말이지...

"음...."

신하루는 턱을 괸 채 앉아, 창문 밖을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그 오만하고 싸가지없는 메테엘이 갑자기 저렇게 바뀐건 분명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그것은 필시, 에고스틱 때문일거다.

아마 에고스틱과 싸움도중에 그에게 크게 당했고, 그 충격에 저렇게 됐을 확률이 유력하다.

특히 공장 안쪽을 나중에 확인한 결과, 뾰족한 돌덩어리들이 몇십개 있는걸 보니 더욱. 메테엘은 아마 에고스틱을 생포하기보다는 아예 처리할려고 했던거 같다.

사실 그걸 처음 봤을때는 화가 났지만, 피 같은것도 딱히 안보였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빌런이던 뭐던 재판없이 히어로 자의로 즉결처형하는거는 맞지 않기에 화난거지, 딱히 다른 의미는 없다. 에고스틱이 다쳤을까봐 걱정한게 아니다.

-라고 신하루는 스스로 또 합리화했다.

물론 그전에도 협회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에고스틱 쪽에 운석 떨어지는걸 봤을때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켜 에고스틱을 구하러 날아갈 뻔했지만... 뭐. 그것도 그가 알아서 막는걸 보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았었다. 이것도 에고스틱을 걱정한게 아니라 사적제재의 위험 때문에 그런거라고 아무튼 그녀는 생각했다.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빠졌지만, 결론은 이거다.

쓰러져있던 메테엘과 치열한 전투의 흔적. 그리고 에고스틱 이름 넉자만 들었을때 벌벌 떠는 그녀의 모습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제일 쉬운건...

아마 메테엘이, 에고스틱과의 싸움 도중 처참히 발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것일 것이다. 아마 협회 내에서는 쉬쉬하고 있지만, 다들 이걸꺼라 생각하기도 하고.

다만, 이상한건.

'...상처가 별로 없었지.'

에고스틱만 보면 벌벌 떨정도로 크게 당한거 같은데, 어째서 상처는 별로 없는걸까.

그점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알아낼 수도 있는건 아니여서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보다, 그녀가 주목한건.

"...음."

에고스틱이 이번에 메테엘을 완전히 박살냈다. 그녀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그리고 벌벌 떠는 메테엘의 반응을 봤을때, 꽤나 충격적이게 박살 낸것같다. 심지어 에고스틱을 무서워하는 것처럼도 보였으니까.

아마 뭘 했어도 겁먹을만한 그런 무서운 짓을 한거 같은데...

그런데 왜.

그는 자신한테는 한번도, 그러지 않은거지..?

"...."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침묵했다.

아니, 그. 메테엘을 상대로는 얼마나 무섭게 싸웠으면 애가 저러는데.

자신한테는 딱히, 그런적이 한번도 없지 않았나..?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에고스틱과 싸웠던 예전 기억들을 떠올려보았다.

기차에 쓰러져있던 자신을 격려해준 에고스틱.

한은그룹으로부터 탈취한 거대 로봇으로 자신과 싸우다, 대통령이 미쳐서 미사일 날린거 겨우 막고 쓰러지던 자신을 잡아준 에고스틱.

늘 '다음에는 안당할겁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한 뒤 도망가던 에고스틱.

"....."

그렇게 에고스틱이 자신에게 대했던 태도와, 이번에 어찌나 당했으면 벌벌 떨고있는 메테엘을 비교해보며.

신하루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거 혹시, 나한테만 그랬던건가...?'

아니, 뭐.

생각해보면 에고스틱이 늘 그녀보고서 당신이 저를 완성시킨 다느니 이러고 막 목숨까지 던지고 그래서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사실, 따지고보면.

에고스틱은 남들한테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이번 메테엘 사건을 계기로 다시한번 새삼 깨달았을뿐.

오직, 스타더스. 자신한테만 그랬던거다.

"흐으응...."

거기까지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막 흐으응 같은 소리를 내던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에고스틱과 그의 빌런연합의 힘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거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신경써야지, 다른 것까지 신경쓸 틈이 없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는걸 느낀 그녀는, 다시 헛기침을 한 뒤 생각했다.

...뭐, 그래. 자신이 에고스틱 그의 유일한 상대니까. 그런거겠지. 이번 메테엘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확인했을 뿐, 변한건 아무것도 없다.

역시.

에고스틱은, 그녀꺼다.

...다만. 근데 메테엘한테는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신하루는, 그것만이 살짝 의아하긴 했었다.

***

미국으로 가는 개인 비행기 안.

그곳에서 커튼을 치고 홀로 앉아있던 메테엘은, 훌쩍거리고 있었다.

"흑...에고스틱."

훌쩍. 훌쩍.

눈물이 찔끔나는걸 옷의 소매로 슥슥 훔치던 그녀는, 주먹을 굳게 쥐고 다짐했다.

크흑... 이번에는 비록 자신이 방심해, 수모를 당하긴 했지만...

비록 막 그를 향해 완전히 굴복하고 마음마저 꺾이긴 했지만, 훌쩍.

"Next time... 다음에는 꼭... 쓰러트리고 말겠어."

훌쩍.

비록 아직도 에고스틱만 생각하면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막 자신도 모르게 히어로 정의 원칙을 제 5장까지 줄줄 읊을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에고스틱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릎부터 꿇을꺼 같긴 했지만, 아무튼 꺾인건 아니다.

"난... 꼭 돌아오겠어!(I will be Back!)"

메테엘은 훌쩍이면서도 주먹을 쥐고 다짐했다.

미국에서 그가 말해준대로 열심히 일해 능력을 키워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그를 밟고 말겠다.

기한은 대략..

"한 십, 십년이면 되겠지...?"

아니다. 십오년..? 그정도는 걸릴려나...?

그녀는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여튼 복수할 다짐을 한게 중요한게 아니겠는가.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고향의 피넛버터 샌드위치가 그리운 날이었다.

***

"누가 내 얘기를 하나."

나는 귀가 가려운걸 느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건 메테엘의 미국 복귀 소식.

"오빠, 근데 대체 뭘 어떻게 했길레 저 여자가 저렇게 쫄아서 도망간거에요? 전 늦게 내려와서 못봤어요."

"아, 뭘했냐고?"

서은이의 돌발질문에 나는 귀를 긁었고, 옆에서 듣던 은월이도 멋쩍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꼬았다.

...뭐, 별거 한건 아니다. 그냥 은월이가 알려준 마법으로 정신을 주물주물 했달까. 아주 비폭력적이고 온건하게 진행됐다.

물론 그래서 효과도 오래 갈거라 생각은 안하지만, 일단은 그녀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는데 성공했으니까.

그렇게 대충 설명했더니, 서은이는 납득한 분위기였다.

뭐, 하여튼. 일이 나름 잘 풀렸다.

그리고.

나는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미국은 더이상, 이쪽을 건들지 않을거다.

***

국제 히어로 협회 총장실.

에고스틱을 상대하라고 보냈던 메테엘이 압도적으로 패배한 후 미국으로 돌아온 뒤.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돌려보낸 총장은, 이내 조용히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생각했다.

"...에고스틱"

빌런연합의 수장들만 모인 카테달. 그곳에 유일하게 A급 빌런이던 그.

그 소식을 들은 후, 총장은 히어로 한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 에고스틱을 상대하라고.

그렇게 막 S급이 된 히어로 메테엘이 한국으로 보내졌다. 정말 에고스틱 그가 A급 빌런 '따위'가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의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고 총장은 판단했다.

...역시. 카테달에 들어간 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 아닐리가 없지.

그리고 졌음에도 몸은 멀쩡히 돌아온 메테엘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난 이후, 총장은 더더욱 확신했다.

괜한 짓 하지말고 당장 급한 이쪽이나 집중하고.

대한민국. 에고스틱 쪽은...

더이상, 건드리지 않기로.

다음화 보기

메테엘도 겨우 미국으로 돌려보낸 이후.

나는 다시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인씨. 쉬셔야되요."

"...넵."

...물론 수빈씨가 웃는 얼굴로 쉬라고 말해서 그냥 잠시간은 쉬기로 했다. 사실 한번사는 인생 몸 막굴려도 상관없다 생각하는데... 그런말을 했다가는 수빈씨가 더욱 진하게 웃을까봐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수빈씨는 웃을 때가 제일 무서워.

하여튼, 그래서 소파에 앉아 잠시 쉬었다. 서은이랑 은월이한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그렇게 빛의 신은 용기를, 달의 신은 지혜를, 별의 신은 사랑을 인간에게 주었어요. "

"오빠. 그거 사이비 아니에요?"

"....!"

물론 내 재미있는 신화 얘기를 서은이가 사이비 취급하고, 사이비라는 말에 사이비 종교의 무녀이던 은월이가 흠칫 놀라는 소소한 해프닝도 있었지만.

뭐, 이런 식이었다.

최세희랑 같이 게임 하기도 하고, 다들 서점 가서 책도 좀 읽으면서 쉬기도 하고.

그렇게 이어진 나름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모두와 함께 분위기 좋다는 카페에 왔고.

하율이가 알아온 이 카페. 요즘 인기라고 해서, 사람 없는 시간대에 다같이 한번 와봤다.

"음... 여기 좋네."

분위기가 나름 한적하니 확실히 좋았다.

인테리어도 하얀색으로 이쁘고, 무슨 카페 앞에 잔디같은걸 깔아둬가지고 초록초록한 느낌도 주니 자연과 어울러져 있는거 같은 느낌.

거기에 따뜻한 태양빛도 비춰오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그렇게 다들 만족하고 있을 때, 다들 시킨 음료수가 나왔다.

내가 시킨건 블루베리 스무디. 달달하니 마실만 했다.

"...야. 그거 어떠냐?"

"응?"

그렇게 내가 블루베리 스무디를 빨대로 쪽 쪽 먹고 있을때, 앞쪽에서 서자영이 나른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게 들려왔다.

"어떻긴. 맛있지."

"그래? 나도 한입 마셔보자."

"그래라."

한입 먹어보고 싶다길래 잔을 건내줬다.

한 모금 빨아 마시더니, 다시 내게 돌려주는 그녀.

"...맛있네."

"그치?"

"응."

대충 나른하게 웃으며 내게 잔을 돌려줘서, 받아서 다시 마셨다.

역시 달달해서 좋았다.

"...자연스럽게 같은 빨대...."

"응?"

"아니, 아니에요."

내 옆에 앉아 볼을 부풀린 서은이가 뭔가 내게 말하려다가, 그냥 포기하는게 보였다.

뭐지. 볼은 왜 부풀린거지. 햄스터가 되고싶은건가?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카페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쉬었다.

허니브레드도 먹고, 서은이 망고스무디도 맛보고, 하율이 대학 얘기도 좀 듣고.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평온한 분위기 속에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아니, 뭐야?"

갑자기 건물 저쪽편에서 뭐 무너지는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들리는 꺄아아아악! 하는 소리.

"응?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세희.

그런 그녀를 향해,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아무래도 테러 났나본데?"

"아... 테러?"

그러면 뭐 무너지는 소리나고 사람들 비명 지르는게 테러말고 더 있겠어.

...대체 왜 하필 우리가 나와서 쉬는 그때 테러가 일어나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나는 빨대로 스무디 안의 얼음을 휘저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테러 할 만한 애가 있던가...?

음, 딱히 기억에 없는걸 봐서는 별 볼일 없는 애일꺼 같기는 하다.

하여튼 저쪽에서는 저렇게 계속 쿵쾅거리고, 가게 앞에서는 사람들이 뛰며 도망가는 광경이 펼쳐진 상황.

물론 우리는 도망가지 않았다. 애초에 이 전력이면 어지간한 애들 다 이길 수 있거든. 그리고 뭐 바로 코앞에서 테러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얼음이나 잘그락거리면서 앉아있었다.

...근데, 이럴때마다 참. 내가 히어로물 속에 있다는걸 새삼 다시 깨닫는다는 말이지. 무슨 밖은 평화로울 틈이 없다. 이것들도 내가 나름 빌런들 몇명은 걸러낸 건데도.

"...다들 도망가는데, 우리만 이렇게 앉아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우리는 조금 떨어져서 어차피 괜찮을걸? 지금 도망가는 사람들은 아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일거야."

"그런가요?"

서은이가 자연스럽게 허니브레드를 한조각 더 먹으며 그렇게 답했다.

근데 진짜 다들 도망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카운터 쪽을 힐끔 봤다.

...하품을 하며 평화롭게 컵을 닦고있는 알바생이 보였다.

저쪽에서 쿵- 쿵- 거리며 건물이 살짝 흔들리는데도 평온해 보이는 모습.

테러의 국가 대한민국에 완벽히 적응한 것 같아보였다. 그래. 이런 사소한걸로 놀라면 대한민국에서 못살긴 하지.

"그럼 곧 스타더스도 올려나요..."

그리고 그때, 나는 하율이가 중얼거린 말에 멈칫했다.

잠깐, 생각해보니 그러네.

테러가 일어났다는건, 곧 스타더스도 온다는거 아니야?

그 생각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애들아. 나 잠깐 구경 좀 하고 올게. 다들 쉬고 있어."

"...그 소리 왜 안나오나 했어요. 에휴. 오빠, 저도 같이 가요. 스타더스 실력 다시한번 확인해보게."

"나도!"

"그래, 그래. 따라와."

"...참 스타더스 좋아한다."

그렇게 서자영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서은이랑 최세희랑 같이 건물의 옥상 위로 올라왔다.

야, 스타더스가 다른 애랑 맞서 싸우는걸 현장에서 직관하는건 오랜만인데.

"쓰읍. 팝콘이 있어야되는데 이게 없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옥상에 올라서자 한 눈에 보이는 도심의 광경.

그리고 저쪽 건물 옆에, 문제의 놈이 보였다.

"크아아아아! 다 파괴한다!"

쾅. 쾅.

대충 서은이의 스타버스터 정도 되는 크기의 커다란 검은색 고릴라같이 생긴 놈이 대충 빌딩 옆쪽을 부수고 있는 광경.

물론 히어로 세계관 속 사람들답게 테러 대비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다들 빠르게 도망쳐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여튼 위협적인 광경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하이고. 이제는 입에서 불까지 뿜는 모습.

"야! 불뿜는 미친 고릴라다! 고릴라가 불을 뿜어!"

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 최세희가 신이 났다.

서은이도 가만히 있는데 다 큰 어른이 고릴라 보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모습.

"야. 나 저거랑 싸워보면 안..."

"안돼."

"쩝."

그렇게 주먹에 전기를 튀겨가며 나한테 눈을 반짝이는 최세희의 요청은, 단칼에 거절됐다.

아니, 싸우는거 좋아하는건 알겠는데 여기서 갑자기 나서면 좀 곤란해진다. 준비도 안됐고, 스타더스도 곧 올테고.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

이미 저쪽에서, 누군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빨간색 바디슈트를 입고,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날아온 여자. 스타더스.

...어째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본게 밤에 서자영이랑 섀도우워커 상대할 때 그때였나?

하여튼. 역시나 바로 날아온 스타더스.

그녀가 고릴라 쪽으로 내려가자, 이내 그놈이 고개를 돌려 스타더스를 확인하는게 보인다.

"갈!!!!! 네놈은 누구냐! 아무도 나 블랙콩을 막을순 없다!"

어찌나 시끄럽게 소리치는지 멀리있는 여기서까지 선명하게 들릴 지경.

그리고 그 미친 고릴라가 배때지를 북치듯 친 뒤 스타더스에게 달려들었고.

그에 맞추어 우리 스타더스또한 주먹을 쥐며 바로 달려들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쿵. 쿵.

멀리서도 들리는 파열음.

나는 그걸 들어가며, 이제서야 기억난 블랙콩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뭐. 별건 없었다. 그냥 원작에서도 스쳐 지나간 엑스트라. 다만 스타더스가 꽤나 걔를 상대로 고생했다는 언급이 나온건 기억하고 있다. 하긴, 원작으로 따지면 스타더스가 싸울때 고생 안한 빌런이 없기는 하지만.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는.

스타더스는 꽤나 저 고릴라랑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놈이 불을 피할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하고. 달려들때는 주먹으로 맞서 싸우고.

그렇게 차근차근 고릴라를 때리고있는 스타더스.

뭐. 나름 잘 싸우고 있는거 같네.

내가 그렇게 구경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서은이는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스타버스터 mk.3으로 상대가... 될거 같기도 하고 안될거 같기도 하고... 기동력을 늘린다치면..."

뭔가 생각이 많아보이는 모습.

옆에서 나랑 같이 액션 영화보는것 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보고있는 최세희랑은 딴판이었다.

그렇게 막 고릴라가 크게 점프해서 지상에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고, 그걸 피한 스타더스가 놈의 뒤에 발을 휘둘러 차기도 하고.

나름 이어지는 다이나믹한 전투들.

나는 서은이의 짜게 식은 시선을 견뎌가며 스타더스 팬카페에 올릴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도, 동시에 스타더스의 전력을 분석해봤다.

...원작보다 확실히 강해지기는 했는데, 확실히 조금 아쉽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거 같은데. 특히 아직 이정도로는 월광교에서 불러온 괴물 못잡을거 같기도 하고.

뭐,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잘하면 되니까. 아직 걱정할건 아니다.

그렇게 사진 몇장 찍고나니, 어느새 고릴라가 쓰러져있었다. 스타더스는 그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서있었고. 멋져서 사진도 한장 찍었다.

다만.

나는 잠시 굳은 얼굴로 생각했다.

...이제는 우리가 하필 나온 날마저 테러가 일어난걸 보면. 확실히 테러 빈도수가 많아지긴 했다. 앞으로도 더 많아질테지. 특히 월광교가 포탈열고 나면 더더욱 많아질거고.

즉. 대한민국이 더 개판나기전에 바로 시작하는게 맞겠다.

미루고 미뤄오던 PMC 사업을 이제는, 정말 하는게 맞겠다고.

이내 협회의 차량들이 하나 둘 도착하는걸 끝으로, 나는 다시한번 스타더스를 내려다본 뒤 서은이랑 최세희를 데리고 돌아갔다.

뭐, 그래도 오랜만에 스타더스 보니까 좋았네.

***

"휴..."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는 고릴라 빌런을 잡은 뒤, 놈 위에 올라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슥 닦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에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제 놈은 동부 초상 능력자 구치소에 수감되겠지.

그런데 어째 요즘 테러가 좀 빈번해 진거 같기도 하다.

...에고스틱만 빼고 말이지.

그렇게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협회 요원들이 오는걸 대기하고 있을 때.

'....?'

순간 묘한 기분이 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저쪽편 건물의 위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건 아무도 없이 텅 빈 하늘과 옥상.

....순간 시선이 느껴졌는데.

잘못 느낀건가?

신하루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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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원작 만화 [스타더스트!]의 후반 전개가 스타더스에게 극도로 피폐하게 흘러간다는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근데 사실 이게 스타더스에게만 피폐하다고 볼 수는 없는게, 애초에 원작 세계관 자체가 갈수록 피폐해진다.

전세계적으로 점차 많아지는 능력자들. 특히 그들 중 대다수가 하필이면 다 빌런으로 전직돼서 점차 모든 나라가 힘들어지는 상황.

특히 미국이나 유럽쪽은 뭐, 한국 빌런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빌런이 워낙 많아서 원래 개판이었으니 말다했다. 다만 그래도 거기는 그만큼 강한 히어로들도 많아서 힘의 균형이 가까스로 맞아졌다지만, 거기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특히 미국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던 히어로마저 쓰러지면서 더더욱.

그리고 그런 개판은 한국과 다른 나라도 다를게 없었다.

일단 일본만 하더라도, 야쿠자들이 나라 반을 먹어 정부 및 협회랑 대치하고 있는 난장판 그 자체였다. 뭐 따지고보면 야쿠자들보다 정부쪽이 더 썩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하여튼 상황이 안좋았다. 한국이 개판이라고 해도 반군이 나라절반을 먹진 않았거든.

물론 원작 후반부에 야쿠자들이 배신당해 쪼개져 정부한테 각개격파로 처리되긴 하지만... 이미 정부가 썩어있었어서 오히려 개판이 더 심해진다. 군웅할거가 펼쳐진달까.

그리고 중국. 중국은 더 웃기다. 여기도 무슨 화룡이라는 거물급 빌런단체가 있는데, 얘네가 최후반부에 이 큰 나라를 반쯤 먹는다. 심지어 히어로들 몇명마저 그쪽에 붙으니 말 다했지.

하여튼, 딱 듣기에도 개판.

그리고 우리 동아시아 삼국에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국도 옆나라들에 질 순 없는 만큼, 당연하게도 못지않은 난장판을 보여준다.

히어로라고는 혼자 일하는 스타더스, 유성기업 경영만해도 바쁜 아이시클, 그리고 여자친구 죽고 흑화한 섀도우워커. 이들이 유일한 전력. 거기에 작은 나라에 빌런들은 어찌나 오밀조밀 많은지, 치안이 개판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월광교가 이차원에 포탈 열어서 하다하다 괴물들마저 참전하며 더더욱.

즉, 아직까지는 내가 커버쳐서 그나마 평온하지만... 앞으로 나라는 계속 더 혼란해질거란 소리다.

특히 능력자 비율이 커지며, 그에따라 빌런 수들도 계속해서 많아질꺼고. 벌써부터 서울만 해도 예전에 비해 은근 테러 횟수가 늘어났다. 내가 테러 요즘 안했는데도 말이지.

그리고 이런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면, 당연히 몸이 갈려나가는건 스타더스다. 아직은 애교수준이고 나중가면 지랄날텐데, 스타더스가 아무리 강해도 몸이 하나뿐인데 안쉬고 철야로 근무할 수는 없잖아. 특히 월광교 이후로는 치안붕괴 비스무리하게 가는 마당에.

그 지랄나는걸 막기위해 내가 창시하려고 하는게 바로 PMC다.

능력자들이 히어로가 안되려고 하는 이유? B급 이하는 돈도 짜게주면서 조금만 못하면 욕은 무지하게 먹는다. 돈 많이버는 A급들도 히어로 안하려는 마당에 다른 애들이 하겠냐고.

그렇게 탄생한게 능력은 있는데 히어로 일은 안하는 잉여인력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계기만 있으면 바로 빌런으로 타락하게 된다.

그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내가 내린 결론.

그래. 아예 내가 돈지랄을 해서 쟤들을 고용하자 였다. 돈도 못벌고 욕만 먹는 히어로는 싫다고? 그럼 돈 많이 벌고 욕도 안먹는 PMC 하라고. 능력 뒀다가 놀지 말고.

그야말로 잠재적 빌런이 되는 이들도 막고 유사 히어로로써 육성도 하는 일석이조 사업.

그게 바로 그렇게 기획하게 된 PMC사업이다.

사업 개요 자체는 간단하다. 그냥 능력자들을 사적으로 고용해서 내 입맛대로 훈련시켜 전력을 만들어놓는다. 끝. 그리고 나중에 얘네가 대한민국이 개판날때 유용하게 써먹어질꺼고.

근데. 이게 문제가 조금 있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그냥 많았다.

자금은 있다 쳐도, 애초에 사람들은 어떻게 모을거며 정부와 협회가 저놈들 저거 능력자 모아 반군만드는거 아니냐며 지랄하는게 문제.

그리고 거기서, 이설아의 역할이 생긴다.

현재 다른 기업들이고 정부고 의회고 전부 장악한 이설아. 그런 그녀의 유성기업이 고용한다고 한다? 아무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미 언론마저 거의 장악했는데 누가 막겠어.

그렇게 이설아한테 PMC사업 같이 하자고 꼬시는데 성공. 그때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꽤 시간이 흘렀고.

"휴... 다인씨. 다 했어요. 이제 정치권이나 어디서 딴지거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협회쪽도 마찬가지고요."

이내 오늘.

드디어 이설아한테,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확답을 받았다.

"고마워.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그럼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줘요."

"저번에 여기서 같이 와인 마셨잖아?"

"여기 말고. 밖에서요."

"그래, 그래."

역시 대한민국 서열 1위랑 친해지니 뭐든 잘 풀리는구나. 나 혼자 했으면 몇년이 걸려도 지지부진 했을텐데.

하여튼 그렇게 몇가지 실무적 협의후, 우리는 공식적으로 유성기업의 PMC 사업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자금력도 나와 유성기업을 합치다보니 역대 최대규모.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출범했다는걸 알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우린, 그냥 광고를 존나 사방에다 띄웠다.

대한민국을 뒤에서 주무르는 흑막 히어로와 아예 대놓고 빌런의 합작. PMC 사업.

드디어 그게,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