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novel

34

***

"냥냥냥."

삐욧.삐욧.

패튼의 휴가를 뺏은 줄도 모르고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탑을 오르는 테오와 삐욧이.

"푸후훗. 삐욧이 집이 탑 79이니까 가는 길에 삐욧이 집에 들러 박 회장이 좋아하는 계란후라이를 챙기자냥!"

이번 유령창고에서 뽑기로 챙긴 물건들은 끌림이 약한 것들만 남았기에 테오는 세준의 칭찬을 더 받기 위해 에그 프룻도 챙겨가기로 했다.

'푸후훗. 박 회장, 보라냥! 나 테 부회장은 오늘도 초과근무를 한다냥!'

삐욧!삐욧!

[네! 저만 믿으세요!]

삐욧이가 앞장서며 탑 79층 코브 왕국으로 테오를 안내했다.

그렇게 둘이 에그 프룻을 챙기기 위해 코브의 수도 에이브에 도착하자

'전령새 삐르르르 요트가 어머니 나무를 치유해줄 분을 모셔 왔다!"

입구를 지키던 앵무새가 모든 새들이 들을 수 있게 크게 외쳤다.

"냥?! 전령새?"

삐욧!삐욧!

[맞다! 나 전령새였었지!]

그제야 자신의 임무를 기억해낸 삐욧이.

"전령새가 뭐냥?"

삐욧···.

[전령새는 어머니 나무를 치유할···.]

삐욧이가 자신이 배운 전령새의 임무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까룩!

찌르르.

뻐꾹!

새들이 하나둘 날아오더니 그들을 둘러쌓다.

그때

쿵.

펼친 날개까지 크기가 10m 정도 되는 거대 독수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새들의 왕 루이였다.

"어서 오시지요. 전령새 삐르르르 요트에게 설명은 들으셨을 테니 제가 어머니 나무로 안내하겠습니다."

"푸후훗. 가자냥!"

삐욧이의 설명을 듣고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한 테오가 냉큼 루이의 등에 올라탔다. 푸후훗. 나의 치유술로 어머니 나무를 치료해 주겠다냥!

그리고 그 대가는···

'푸후훗. 저기서 강한 끌림이 느껴진다냥!'

테오가 수도 중앙에 우뚝 솟은 산 정상의 무지갯빛 성을 보며 웃는 동안

삐욧!삐욧!

[내가 빨리 커서 테오 님을 태워야 하는데! 앞으로 먹는 걸 두 배로 늘려야겠어!]

자신의 등에 테오를 태우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삐욧이. 삐욧이는 자기가 다 컸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펄럭.펄럭.

루이가 테오를 태우고 어머니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271화. 전문가인 박 회장을 데려오겠다냥!

271화. 전문가인 박 회장을 데려오겠다냥!

탑 43층.

꾸이익!!

온몸에 불을 두르고 있는 수십 마리의 멧돼지가 인간 하나를 쫓고 있었다.

한때는 탑 53층의 보스였던 불타는 와일드 보어.

하지만 탑 77층 땅문서 때문에 강제로 이동한 세준을 찾기 위한 블랙 미노타우르스들의 남하 소동으로 모든 게 변했다.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남하에 겁을 먹은 상층의 몬스터들이 덩달아 남하하며 불타는 와일드 보어들도 떠밀리듯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열 층을 남하하며 탑 43층에 자리 잡은 불타는 와일드 보어들.

그리고

"스승님! 스승님, 어디 계십니까?!"

그런 불타는 와일드 보어에게 쫓기는 인간은 한태준과 특훈을 하고 있는 김동식이었다.

"스승니이임!!!"

약속한 장소에 불타는 와일드 보어를 데리고 도착한 김동식이 애타게 한태준을 불렀지만, 한태준은 어디 숨은 건지 보이지 않았다.

다다다다.

그사이 불타는 와일드 보어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김동식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갔다.

그리고

화르륵.

김동식의 머리 옆을 스쳐 가는 머리통만 한 화염구 하나.

콰광!

김동식을 스쳐 간 화염구가 바위와 부딪히며 거대한 폭발을 만들었다.

"헉! 스승님, 어디 있어요?!!!"

기겁한 김동식이 다시 한번 애타게 한태준을 부를 때

"동식아, 피해라! 매직미사일!"

콰과과광!

수백 발의 매직미사일이 방금까지 김동식이 있던 자리를 융단폭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직미사일 폭격이 끝나자

꾸익···

불타는 와일드 보어들 중 절반은 죽고 나머지는 다리가 부러지거나 몸의 일부가 터져 전투불능 상태가 됐다.

"동식아, 처리해."

"헉헉. 스승님, 잠깐만 쉬면 안 될까요? 저 죽을 것 같습니다!"

지쳐서 바닥에 널브러진 김동식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 네가 편하게 쉬고 싶다면야···그냥 영원히 쉬게···."

"아···아닙니다! 죽어라! 이 돼지들!"

한태준의 말에 김동식이 서둘러 일어나 검으로 불타는 와일드 보어를 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타는 와일드 보어를 처치하자

"동식아, 많이 쉬었으니 그만 갔다 와라."

"네?! 제가 언제 쉬었다고···."

몬스터를 처치하며, 레벨업을 하며 체력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완전히는 아니었다. 한참 모자랐다. 거기다 정신적 피로도···

그러나

"방금 쉬었잖아."

자신의 스승에게는 이게 휴식이었다.

"네···."

여기서 말대꾸해봐야 매만 는다는 것을 아는 김동식이 체념하며 다시 몬스터를 유인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

탑 99층.

구구궁.

"흥흥흥."

세준이 독꿀벌 대여왕이 있는 동쪽 지역으로 토룡이를 타고 이동했다.

"흐흐흐. 대체 뭘 주려고 부르는 거지?"

들뜬 목소리의 세준.

30분 전

위잉!위잉!

[세준 님, 안녕하세요! 대여왕님이 드릴 게 있다고 잠깐 들르시래요!]

점심을 먹고 밭일을 하던 세준에게 독꿀벌 하나가 날아와 독꿀벌 대여왕의 말을 전했고

"그래?!"

세준은 냉큼 토룡이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토룡아 좀 더 빨리 가자."

-네! 주인님!

그렇게 토룡이를 재촉해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이 있는 거대한 산 앞에 도착한 세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세준이 토룡이를 기다리게 하고

스르릉.

"많이도 열렸네."

잘 익은 농작물들을 보면서 신선함의 낫을 꺼냈다.

그리고

서걱.

[마력의 방울토마토 6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420을 획득했습니다.]

농작물들을 수확하며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 앞에 심어 놓은 다양한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을 때

"응?! 이건 조금 모양이 다르네."

세준이 크기는 작으면서 새빨간 청양고추를 발견했다.

"뭐지?"

서걱.

세준이 의아해하며 청양고추를 수확됐고

[고통의 청양고추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에 처음 보는 이름의 청양고추가 나타났다.

"고통의 청양고추?"

이름만 봐도 절대 먹고 싶지 않은 이름.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고통의 청양고추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그래도 신품종이니 일단 반가웠다.

[10번째 탑의 세 번째 시련을 완료하려면 5개의 신품종이 더 필요합니다.]

덕분에 세 번째 시련까지 필요한 신품종이 6개에서 5개로 하나 줄었다.

"어디 볼까."

세준이 고통의 청양고추를 들어 살펴봤다.

[고통의 청양고추]

탑 안에서 자란 청양고추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했지만, 이상하게 그 맛이 전부 몸에 고통을 주는 매운맛으로 변했습니다.

농사 전문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상승합니다.

섭취 시 엄청난 매운맛이 혀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생명력에 피해를 줍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효과가 약해집니다.(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5일

등급 : A

"이건 고문용이네."

세준은 절대 실수로라도 먹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고통의 청양고추를 조심히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그리고

서걱.서걱.

계속 농장물을 수확하며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 입구에 도착하자

위잉.위잉.

[세준 님, 어서 오세요. 제가 대여왕님께 안내해드릴게요.]

세준이 오길 기다리고 있던 독꿀벌이 세준을 독꿀벌 대여왕에게 안내했다.

***

빠닥!빠닥!

삐욧!

[저도 같이 가요!]

새들의 왕 루이의 등에 탄 테오를 쫓아 삐욧이가 열심히 날갯짓을 했다.

하지만 루이와 삐욧이의 거리는 더 멀어지기만 했다. 삐욧이의 작고 연약한 날개로 따라가기에는 루이의 날개는 너무 크고 강했다.

삐욧···.

[테오 님···.]

그렇게 상심한 삐욧이가 하염없이 작아지는 테오를 보고 있을 때

삐욧?

갑자기 다시 커지는 테오의 모습.

"삐욧이, 빨리 타라냥!"

루이에게 말해 방향을 돌린 테오가 삐욧이에게 자신의 앞발을 뻗으며 다가왔다.

삐욧!

[네!]

테오가 자신을 챙겨주는 것에 기쁜 삐욧이가 기뻐하며

빠닥!빠닥!

힘차게 날갯짓을 해 테오의 오른 앞발에 착지했다.

잠시 후

"여깁니다."

수십 km의 거리를 10분 만에 이동한 루이가 높이가 100m를 넘고 폭도 50m쯤 되는 거대한 나무 앞에 도착했다.

크기는 거대했지만, 생기가 없이 앙상하게 나뭇가지만 남은 어머니 나무.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에그 프룻 수십 개가 어머니 나무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루이, 약속을 잊지 말라냥!"

"네. 어머니 나무만 치유해 주신다면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푸후훗. 좋다냥!"

이동하며 루이와 어머니 나무를 치료했을 때의 보상을 얘기한 테오가 루이에게 다시 한번 약속을 확인받고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꾹.꾹.

앞발로 어머니 나무를 누르며 치유술을 사용했다.

꾹.꾹.꾹.꾹.

어머니 나무에 열심히 꾹꾹이 하는 테오.

삐욧!삐욧!

그사이 삐욧이는 어머니 나무에 열린 에그 프룻을 따서 열심히 가방에 넣었다.

1시간 후.

뿅.

테오의 치유술을 받은 어머니의 나무 나뭇가지에 작은 이파리 하나가 돋아났다.

"이럴 수가···."

슬슬 가자고 말하려던 루이가 나뭇가지에 난 푸른 이파리를 보며 경악했다. 솔직히 루이는 삐욧이가 데려온 테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은 전령새들이 어머니 나무를 치유할 이들을 데려왔지만, 누구도 어머니의 나무를 호전시키지 못했다.

거기다 삐욧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새.

나무의 무녀가 전령새로 지정해서 어쩔 수 없이 밖에 내보내기는 했지만, 루이는 삐욧이가 다치지 않고 돌아오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삐욧이가 어머니의 나무를 치료할 존재를 찾는 임무를 잊지 않고 누군가를 데리고 무사히 돌아오자

'기특하구나.'

삐욧이의 기특함에 루이가 친히 나서 삐욧이가 데려온 테오를 태우고 어머니 나무로 간 것이다.

삐욧이를 두고 가려던 것은 결과에 실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랬는데···

"삐르르르 요트, 네가 큰일을 했구나!"

삐로롱.

자신과 얘기하다 테오의 봇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삐욧이를 루이가 대견하게 바라봤다.

그때

"냐앙···이제 못 한다냥!"

어머니 나무를 치유하던 테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 시간 동안 어머니 나무에 엄청난 마나를 퍼부어 치유술을 사용했기에 지친 것.

"테오 님, 괜찮으십니까? 뭔가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죠. 테오 님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원하시는 모든 걸 준비하겠습니다."

어머니의 나무를 치유한 테오의 대우가 갑자기 코브 왕국의 귀빈으로 격상됐다.

하지만

"삐욧이, 일어나라냥! 그만 가자냥!"

삐욧!

[네!]

삐욧이를 깨워 떠날 준비를 하는 테오. 여기에는 세준이 없었다.

박 회장의 무릎이 필요하다냥! 테오는 탑 99층으로 돌아가 세준의 무릎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네?! 어디로 가신단 말입니까?!"

테오의 말에 루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이제야 어머니 나무를 치유할 존재를 만났는데···

"푸후훗. 루이, 걱정하지 말라냥! 이건 내 전문분야가 아니다냥! 전문가인 박 회장을 데려오겠다냥!"

루이에게 세준을 데려오겠다고 말하는 테오. 어머니 나무를 치유한 테오는 이건 자신보다 세준이 잘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 테오 님보다 더 전문가가 있습니까?"

"푸후훗. 그렇다냥! 그러니까 탑 77층 땅문서 달라냥!"

"네?! 여기 땅문서요?"

"그렇다냥! 그게 있어야 박 회장이 여기 올 수 있다냥!"

"네···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거기에는 맨티스라는 몬스터들의 영역입니다."

루이가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맨티스는 사마귀를 닮은 몬스터로 수가 많아지면 한 번씩 코브 왕국을 침입해 새들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매년 맨티스를 토벌해 수를 줄였지만, 요즘은 태어나는 새가 줄어들며 병사 수가 줄어 맨티스 토벌을 못 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맨티스를 토벌한 것이 5년 전.

그 5년 동안 맨티스들은 다시 수를 불려 영역을 넓혀갔고 그 결과 땅문서의 농장이 맨티스들의 영역이 돼버렸다.

"푸후훗. 그건 좋은 일이다냥! 어서 땅문서를 달라냥!"

세준을 레벨업 시킬 생각에 테오가 들뜬 목소리로 앞발을 내밀어 루이에게 땅문서를 요구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여기 있습니다. 그럼 꼭 전문가라는 박 회장님을 데려와 주십시오. 타시죠. 삐욧이도 타거라."

"알겠다냥!"

삐욧!

[네!]

테오와 삐욧이를 등에 태운 루이가 둘을 상인 통로 앞에 내려줬고

"박 회장의 무릎 충전이 필요하다냥!"

테오가 빠르게 탑 99층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슬쩍.

테오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웠던 삐욧이는 조심히 달리는 테오의 봇짐 위에 앉아 탑 99층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쁘흐흣. 좋네요.

그런 삐욧이의 가슴에는 코브 왕국의 외교관임을 나타내는 작은 배지가 달려있었다.

272화. 뭔가 불길해···

272화. 뭔가 불길해···

비잉.

[세준 님, 어서 오세요.]

세준이 독꿀벌의 안내를 따라 독꿀벌 대여왕의 방에 도착하자 독꿀벌 대여왕이 세준을 반겨줬다.

"응. 반가워. 근데 줄 게 뭐야?"

비잉.

[잠깐만요.]

세준의 물음에 독꿀벌 대여왕이 벽의 작은 구멍에서 금색 꿀젤리를 꺼내와

툭.

세준의 손바닥 위에 내려놨다. 저번과는 다른 색의 로얄젤리.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이름도 달랐다.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

세준이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

여러 종류의 꿀젤리를 독꿀벌 대여왕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으로 정제해 만들었습니다.

꿀로 만들어 달콤합니다.

섭취 시 4대 스탯 중 하나가 3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습득한 스킬 중 하나의 스킬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유통기한 : 100년

등급 : A+

"오! 좋은데."

세준이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살펴보는 동안

툭.툭.

계속 꿀젤리를 꺼내와 세준의 손바닥 위에 내려놓는 독꿀벌 대여왕. 꿀젤리는 한 개가 아니었다.

덕분에 총 10개의 금색 꿀젤리가 세준의 손바닥 위에 쌓였다

그리고

"흐흐흐. 여기서 5개만 먹어야지."

세준은 아무도 없는 지금 10개 중 5개를 혼자 독식하기로 했다.

'여기서 스탯을 올려서 애들과의 격차를 조금 줄이는 거야.'

엄청나게 하찮은 생각을 하며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어떻게 먹을지 작전을 짜는 세준.

하지만

'나머지 5개는 안 먹은 척하고 나 한 개, 테오 한 개, 꾸엥이 한 개, 황금박쥐 한···어?!'

작전에 빈틈이 있었다.

"황금박쥐?"

세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등을 만지며 황금박쥐를 불렀다. 황금박쥐는 존재감이 없기에 등에 매달려도 모를 때가 많았다.

다행히 등에서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고 황금박쥐의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 꾸엥이를 따라 서쪽 숲으로 간 것 같았다.

"휴우."

덕분에 세준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냠.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입에 넣었다.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30 상승합니다.]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4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4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첫 번째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가 마력을 30 상승시키고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의 스킬 숙련도를 올려 스킬 레벨을 올렸다.

냠.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30 상승합니다.]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5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이어서 먹은 두 번째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도 마력과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의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분명 스탯도 스킬도 랜덤하지만, 무슨 일인지 두 번 다 같은 스탯과 스킬이 올랐다. 뭐···두 번은 그럴 수 있지.

냠.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30 상승합니다.]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5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또?!"

이번에도 또 마력과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의 스킬 숙련도가 올라갔다. 세준은 뭔가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냠.

냠.

"이럴 수가···마지막까지···."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섭취하고 4개 스탯 중 하나인 마력과 16개 스킬 중 하나인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스킬 숙련도가 동시에 오를 확률은 64분의 1.

그렇게 연속 5번 같게 나올 확률은 대략 11억분의 1이다.

세준은 그런 엄청나게 희박한 확률을 뚫고 5연속 마력과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의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쾌거를 올렸다.

덕분에 세준은 마력이 150 상승하고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스킬 레벨을 3개나 올려 레벨 7이 됐다.

"뭔가 불길해···."

세준은 이 엄청난 우연에서 마치 자신을 부려 먹기 위해 특정 스탯과 스킬만 키우려는 세상의 불순한 의도를 느꼈다.

"에이. 아니겠지? 내가 뭐라고···."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간 것 같았기에 세준은 찜찜함을 뒤로하고

"나 갈게."

비잉.비잉.

[네. 안녕히 가세요.]

독꿀벌 대여왕에게 인사를 하고 농장으로 돌아갔다.

***

자색탑 89층.

[어라? 여기도 자색탑이네요?]

뿌드득.뿌드득.

자색탑의 새로운 층에 뿌리를 내린 불꽃이.

개골.개골.

주변에는 3~5m 크기의 화려한 색을 가진 독개구리들이 가득했지만

[헤헷.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일해서 땅문서를 확보할 거예요!]

뿌드득.뿌드득.

불꽃이는 개의치 않고 주변으로 뿌리를 뻗기 시작했다.

덥석.덥석.

독개구리들은 움직이는 불꽃이의 뿌리를 보자 달려들어 입에 넣었다. 움직이는 것을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본능 때문.

하지만 불꽃이의 거대한 뿌리는 그들이 먹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고

개골···

독개구리들은 불꽃이의 뿌리에 꿰뚫려 죽어버렸다. 마법을 사용해 태울 필요도 없었다. 그대로 뿌리의 영양분이 될 테니까.

[이 경험치를 주인님에게 드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불꽃이가 독개구리들을 처치하고 얻은 경험치를 세준에게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동안

뿌드득.뿌드득.

불꽃이의 뿌리는 계속 뻗어 나가며 독개구리들을 유인했고, 독개구리들은 불꽃이의 뿌리를 삼키고 죽어갔다.

그렇게 불꽃이가 거침없이 뿌리를 뻗고 있을 때

[찾았다!]

불꽃이가 탑 89층의 농장을 발견했다.

[얘들아 안녕. 나는 불꽃이야.]

불꽃이가 농장의 식물들에게 인사를 하자

[불꽃이 님···저희를···도와···주세요.]

주변 독기에 고통스러워하는 농장의 식물들이 불꽃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알았어. 잠깐만 참아. 이얍!]

뿌드득.뿌드득.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로 농장을 감싸 독기가 들어오는 걸 막으며 첫 번째 이파리의 능력인 정화의 불꽃을 사용해 농장 땅을 정화했다.

[불꽃이···님···감사합니다.]

식물들은 불꽃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툭.

이번에도 불꽃이 앞에 탑 89층의 땅문서가 떨어졌다.

[좋아. 이걸로 자색탑 땅문서 3개째 획득이에요!]

불꽃이가 농장의 식물들을 보호하며 주변으로 뿌리를 뻗었다.

그때

"어?! 이 식물은 뭐지?"

독이 가득한 땅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찾아 탑을 살펴보고 있던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가 불꽃이를 발견했다.

"이렇게 크게 자란 걸 보면 여기서도 잘 자라는 나무 같네. 근데 씨앗은 어디 있지? 일단 뿌리를 잘라 가서 심어볼까?"

스릉.

베로니카가 단검을 뽑아 겁도 없이 불꽃이의 뿌리를 자르려 할 때

[감히!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려 하다니요?! 내 몸은 주인님 거야!]

쿠구궁.쿠구궁.

이상한 부분에서 분노한 불꽃이가 자신의 거대한 뿌리를 움직여 베로니카를 포위했다.

"살···살려주세요···."

불꽃이의 거대한 뿌리에 압도된 베로니카가 간신히 말을 뱉어냈다.

[좋아요. 살려줄 테니까. 대신 농장에서 일해요.]

"네?!"

자신은 자색탑의 용들을 빼고 자색탑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한테 일을 시키다니?

하지만

[와서 일하라고요.]

"네!"

금방이라도 뿌리로 자신을 옥좨 죽일 것 같은 불꽃이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가지치기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우리 주인님은 엄청 잘하는데 베로니카는 왜 이렇게 못해요?!]

"죄···죄송합니다."

불꽃이에게 세준 자랑 반 잔소리 반이 섞인 갈굼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가 불꽃이에게 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

쿠구궁.

"좀 배고픈데?"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돌아가는 길.

냠.

출출함을 느낀 세준이 에일린이 준 고기를 먹었다.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499조각 남았습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걸어가고 있을 때

다다다다.

꾸엥!

[아빠 어디 갔었다요?!]

멀리서 빠르게 달려오는 꾸엥이가 보였다. 약초를 캐고 돌아온 꾸엥이는 세준이 농장에 없자 바로 세준의 냄새를 찾아온 것.

"토룡아, 잠깐 들어가 있어."

-네.

토룡이가 땅으로 들어가자

찰싹.

때마침 도착한 꾸엥이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꾸엥!

[꾸엥이가 아빠 걱정했다요!]

"미안. 독꿀벌들한테 좀 다녀오느라고."

쓰담.

냠.

세준이 왼손으로 자신의 다리에 매달린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 꾸엥이의 입에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입에 넣어줬다.

꾸엥?!꾸엥!

[뭐다요?! 엄청 맛있다요!]

단 걸 먹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

꾸엥이는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먹고 힘이 30 상승하고 가진 스킬 중 하나의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며 스킬 레벨이 상승했다.

레벨이 오른 스킬의 이름은 살기 방출.

고오···

꾸엥!

꾸엥이가 몸에 힘을 빡주며 서둘러 스킬을 멈췄다. 안 된다요! 아빠 죽는다요!

꾸엥이의 빠른 대처 덕분에 세준은 목숨을 건졌고

"자. 황금박쥐도 먹자."

방금 또 죽을 뻔한 것도 모르고 황금박쥐를 불러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줬다.

냠.

(뱃뱃. 맛있어요.)

꾸엥이의 등에서 나온 황금박쥐가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먹고 기뻐했다.

그리고

"어?!"

스르륵.

세준의 눈앞에서 황금박쥐가 사라졌다.

황금박쥐의 위장 스킬 숙련도가 오르며 레벨이 상승했고 이제는 이렇게 허공에서도 위장이 가능해진 것.

그렇게 꾸엥이와 황금박쥐에게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하나씩 먹이고 다시 농장으로 이동하려 할 때

"이건?!"

뭔가 다가옴을 느낀 세준이 서둘러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입에 털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포옥.

동시에 노랑 털뭉치가 세준의 얼굴로 달려들었다.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였다.

빠닥.빠닥.

삐욧!삐욧!

[안녕하세요! 삐욧이도 왔어요!]

삐욧이가 테오의 주변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자신도 왔음을 알렸다.

'아. 삐욧이를 생각 못 했네.'

덕분에 세준은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가 하나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준의 계획은 자신이 먹고 남은 5개의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 이오나 그리고 자신이 먹는 것.

세준은 신입인 삐욧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세준은 자신의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삐욧이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테 부회장, 잘 다녀왔어?"

세준이 오른손으로는 입을 막고 왼손으로 테오의 뒷덜미를 잡아 자신의 얼굴에서 떼어내며 물었다.

"그렇다···."

냠.

대답하는 테오의 입에 세준이 서둘러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넣었다. 생선과 츄르가 아니면 안 먹는 녀석이기에 이렇게 기습적인 먹임이 필요했다.

"냥?! 냥! 박 회장, 이건 뭐냥?!"

역시 입에 생선과 츄르가 아닌 다른 게 들어오자 짜증부터 내는 테오.

그사이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는 빠르게 테오의 입에서 녹아 사라졌다.

"박 회장, 너무 한다냥! 어떻게 나한테 생선과 츄르가 아닌 것을···."

척.

세준이 짜증을 내는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가져가자

"냐앙···."

테오는 무릎을 안고 조용해졌다.

"이제 하나 남았군."

세준이 삐욧이를 보며 말했다.

삐욧?

그렇게 세준이 삐욧이에게도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먹였다.

하지만 테오와 삐욧이는 스탯과 스킬 숙련도만 오르고 큰 변화는 없었다.

"테오, 마지막으로 남은 건 가지고 있다 이오나 줘."

"알겠다냥!"

세준이 하나 남은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를 테오에게 건네고 농장을 향해 출발하려 할 때

빠안.

꾸엥이가 세준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아빠가 자기만 안 먹을 리 없다요!

지금까지 세준의 행동을 보면 아주 합리적인 의심.

킁킁.

꾸엥이가 세준의 몸을 타고 올라가 세준의 입 주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꾸엥아 왜?"

꾸엥이의 행동에 세준은 태연했다.

'흐흐흐. 이럴 줄 알고 이미 입을 깨끗이 헹구고 왔지.'

이미 증거를 없앤 세준.

하지만

꾸엥!꾸엥!

[아빠 마력이 몇 시간 만에 크게 늘어났다요! 아주아주 수상하다요!]

냄새는 숨겼을지 몰라도 몸의 변화는 숨길 수 없었다. 먹탐정 꾸난은 오늘도 상습 몰먹러를 검거했다.

273화. 아작스가 문제네.

273화. 아작스가 문제네.

탑 99층 취사장 안.

꾸헤헤헤.

꾸엥이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환하게 웃으며 요리를 하는 세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꾸엥이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열심히 꿀백설기를 만드는 세준.

조금 전

꾸엥!꾸엥!

[아빠 혼자 맛있는 거 5개 먹었다요! 꾸엥이는 다 알 수 있다요!]

먹탐정 꾸난은 엄청난 추리력으로 세준이 먹은 황금빛 숙련도의 로얄젤리 개수까지 정확하게 알아맞혔고

꾸엥!

[꾸엥이 서운하다요!]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를 간식주머니에서 꺼내는 꾸엥이의 모습에

"꾸엥아 미안. 대신 꿀백설기 만들어 줄게."

꾸엥!

[좋다요!]

세준은 꾸엥이 최애 음식인 꿀백설기를 만들어 주는 제안으로 꾸엥이와 평화적인 합의를 마쳤던 것.

척.

그렇게 세준이 꿀백설기를 찌기 위한 거대한 찜기를 수증기가 모락모락 나는 냄비 위에 올리고

[마력의 방울토마토 9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540을 획득했습니다.]

방울토마토밭으로 가서 방울토마토를 따기 시작했다. 꿀백설기와 함께 먹을 방울토마토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세준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하얀 탑의 임시 보관소에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5000개가 저장됩니다.]

[하얀탑의 임시 보관소가 가득 찼습니다.]

[임시 보관소에 농작물을 넣을 수 없어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에게 지시했던 수확하기가 종료됩니다.]

거의 두 달 만에 하얀탑의 임시 보관소 용량이 가득 찼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처음 심을 때는 탑 99층에 아작스가 뿜어낸 마력이 계속 쌓이며 농도가 높았었다.

그래서 방울토마토가 마력을 듬뿍 흡수하며 빠르게 자랄 수 있었지만, 방울토마토들이 마력을 흡수하며 하얀탑 99층의 마력 농도가 점점 낮아졌다.

그로 인해 방울토마토의 성장 속도가 느려졌고 지금은 영약급 방울토마토 5000개를 수확하는 데 거의 두 달이 걸리고 있었다.

"성장 속도가 너무 느려졌는데···."

이 문제의 핵심은 아작스.

차라리 아작스가 농땡이를 피고 있다면 갈궈서 수확 속도를 올리면 되겠지만, 아작스는 요즘 성실히 일하는 중.

이건 아작스가 뿜어내는 마력이 늘어나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어떻게 하지?'

세준이 생각에 잠겼을 때

[탑농부의 등급이 올라 5억 탑코인으로 임시 보관소 크기를 2배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확장하시겠습니까?]

임시 보관소를 확장하겠냐는 메시지가 추가로 나타났다.

탑간 운송 최대 용량은 100kg. 세준은 지금까지는 임시 보관소 크기가 작아 탑 간 운송으로 50kg까지 운송했다.

여기서 임시 보관소 크기가 2배로 늘어난다면 탑간 운송 최대 용량인 100kg을 다 쓸 수 있다는 말.

그러나

"안 할래."

세준은 임시 보관소를 확장하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저번에 를 구입하고 10억 탑코인 정도 남았기에 돈은 충분했다. 그저 필요가 없기 때문.

임시 보관소 크기를 2배로 늘어나 봐야 방울토마토 성장 속도가 느려서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금도 방울토마토 5000개를 수확하는 데 두 달이 걸린다. 크기가 2배로 확장된 임시 보관소를 가득 채우는 기간은 지금의 2배가 걸릴 거다.

"그럼 넉 달 이상을 기다려야 된다는 거잖아."

그건 너무 길었다. 어차피 그 전에 에일린이 먹을 방울토마토가 떨어지기에 임시 보관소가 채워지든 말든 탑 간 운송을 써야 한다.

오늘도 방울토마토가 채워지지 않았으면 조만간 며칠 안에 탑 간 운송으로 방울토마토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아작스가 문제네."

결국 문제는 아작스의 약한(?) 마력. 세준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걸 아작스가 알았다면 다시 한번 검은탑으로 쳐들어올지도 몰랐다.

물론 그전에 에일린에게 아작나겠지만.

그때

[탑의 관리자가 아작스 오빠가 또 그대의 말을 안 듣는 거냐고 묻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아작스 오빠를 소환하면 이번에는 진짜 아작을 내겠다고 분노합니다.]

세준의 말을 들은 에일린이 아작스가 또 세준의 골치를 썩이는 줄 알고 분노했다. 요즘 사고도 안 치고 열심히 일하는 아작스로서는 여러모로 억울했다.

"그런 거 아냐. 에일린."

세준이 에일린을 진정시키고

"운송."

탑간 운송비용 100만 탑코인을 내고 방울토마토 5000개를 검은 탑으로 옮겨왔다.

잠시 후

파앗.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5000개(50kg)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앞에 하얀색 방울토마토 5000개가 작은 산을 만들며 나타나자

"에일린, 방울토마토 떨어졌지? 이거 먹어."

세준이 에일린에게 방울토마토 3000개를 보냈다.

에일린이 하루에 먹는 방울토마토는 대략 50개. 3000개면 60일을 먹을 수 있으니 대략 두 달 치였다.

에일린이 하루에 방울토마토를 50개씩만 먹는 이유는 그 이상은 에일린의 마력 잠재력을 넘어서기 때문.

에일린의 마력은 이미 잠재력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에일린은 성장기였기에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성장하며 잠재력이 늘어났다. 세준의 꿀젤리도 에일린의 잠재력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렇게 매일 늘어나는 에일린의 마력 잠재력은 50 정도.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의 효과가 마력 10 상승인 것을 생각하면 이상했다. 50개를 먹으면 마력 500이 올라야 한다.

'이상하네.'

세준은 처음에 그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세준의 상식으로 잠재력보다 더 먹으면 화장실에 가야 하니까.

하지만 세준이 모르는 게 있었다. 에일린은 방울토마토의 효과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에일린의 격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

에일린은 방울토마토 하나를 먹으면 마력 1이 상승했다.

그렇게 에일린은 하루에 마력 50씩, 한 달 동안 마력 1500을 상승시키고 있었다.

카이저의 말로는 보통 에일린 나이대의 해츨링들의 잠재력 속도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탑의 관리자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받은 에일린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세준의 마음에 감동했다.

'크히히히. 세준아 내가 더 맛있는(?) 요리로 보답해줄게!'

자신이 요리한다고 하면 자신을 걱정해 극구 말리는 세준이기에 에일린은 세준 몰래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에일린의 마음도 모르고 세준은 그릇에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어느 정도 챙기고

"테 부회장, 이것 좀 담아줘."

"알겠다냥!"

테오에게 남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봇짐에 담게 했다.

마력을 많이 품은 다량의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모여 있으면 블루문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

그렇게 영약급 방울토마토 정리가 끝나자

"아작스한테 꿀젤리 좀 보내서 강하게 만들어야겠다."

꿀젤리를 먹으면 마력 관련 재능이 조금 강화되니 도움이 될 거다.

세준이 아작스에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의 종자와 꿀젤리가 가득 든 유리병 10병을 보냈다

그리고

촥-!촥-!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서 방울토마토즙을 짜서 방울토마토 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사용해서.

현재 세준의 마력 스탯과 마력 잠재력은

마력(581/708).

영약급 방울토마토 몇 개 먹는다고 화장실에 가는 예전의 세준이 아니었다.

"흐흐흐. 예전의 내가 아니란 말씀."

세준이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영약 방울토마토 주스를 만들었다.

잠시 후

"얘들아 저녁 먹자!"

세준이 동물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양앞발에 꿀백설기를 들고 신나게 먹는 꾸엥이.

"꾸엥아 마시면서 먹어야지. 그러다 체해."

세준이 그런 꾸엥이 입에 방울토마토 주스가 든 컵을 가져가자

꿀꺽.꿀꺽.

목이 메기는 했는지 꾸엥이가 빠르게 주스를 마셨다.

그리고

왑.왑.

목멤이 없어지자 꾸엥이는 다시 빠르게 꿀백설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때

툭.툭.

세준의 팔을 치는 노랑 앞발.

"박 회장, 이쪽도 신경을 쓰라냥!"

어느새 세준이 숟가락에 푼 츄르를 다 먹은 테오가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테 부회장, 벌써 다 먹었어?"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은 생선과 츄르를 잘 먹는다냥!"

세준이 조금 우쭈쭈해주자 금세 기고만장해진 테오가 잘난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런 테오에게 세준이 수제 츄르를 숟가락으로 퍼서 테오에게 가져가자

촵촵촵.

다시 열심히 먹기 시작하는 테오.

콕콕콕.

삐욧!

[맛있어요!]

옆에는 삐욧이가 부리로 세준이 빻아준 땅콩 가루를 먹으며 기뻐했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

[검은탑에서 하얀탑으로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 3000만 개와 꿀젤리 10병을 보냈습니다.]

"응?! 뭐야?"

밀짚모자에 장화를 신고 낫을 든 아작스가 방울토마토 씨앗 이외에 다른 것이 오자 의아해하며 뭔지 살펴봤다.

"응?! 꿀젤리?"

세준은 빨리 강해져서 방울토마토를 많이 수확하라는 의미로 보낸 거지만

"인간 녀석, 나한테 미안하기는 했나 보군."

아작스는 멋대로 그동안 세준이 자신을 고생시킨 사과의 표시로 꿀젤리를 보낸 거라고 생각했다.

"흥! 내가 이런 거 준다고 좋아할 것 같아?!"

이미 기분이 좋아서 입가를 실룩이는 아작스.

딸깍.

말로만 아닌 척하며 아작스가 꿀젤리가 든 유리병을 열었다.

냠.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자신은 위대한 하얀용. 이런 먹거리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굳게 결심하며 꿀젤리를 먹은 아작스.

하지만

사르르르.

"어?! 이거 뭐야?!"

너무 맛있잖아! 입에서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녹으며 느껴지는 꿀젤리의 짙은 꿀맛에 아작스의 마음이 무장해제 돼버렸다.

"흥! 인간의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주기는 하지."

냠.냠.

아작스가 신나게 꿀제리를 먹으며

"오! 저기 방울토마토가 익었네."

서걱.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그리고

솨아아아.

꿀젤리의 효과로 아작스의 드래곤하트가 조금 성장하며 아작스가 주변으로 뿜어내는 마력이 조금 증가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냐앙···."

테오를 들어 일어난 후

척.

자신의 다리에 장착하고 벽에 날짜를 표시했다.

조난 360일 차, 오늘은 레드리본 왕국의 건국식이 있는 날. 서둘러 용들에게 검은콩을 팔고 탑 55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덜컥.

세준이 테오와 함께 침실문을 열고 나오려 하자

삐욧!

[저도 같이 가요!]

나무 상자집에서 자고 있던 삐욧이가 서둘러 세준을 따라 나왔다. 저는 테오 님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는 테오 님의 오른앞발이라고요!

달칵.

그렇게 테오와 삐욧이를 데리고 저장고로 간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어 검은콩 2개를 꺼냈다.

"좋아. 6개다."

세준이 검은콩 6개를 챙겨서 용들이 있는 분수대로 향했다.

그때

삐욧?

[테오 님, 저희 뭔가 잊지 않았어요?]

삐욧이가 테오에게 물었다. 뭔가 잊은 게 있는데 기억이 안 났다.

하지만

"푸후훗. 삐욧이, 걱정말라냥! 이따가 아침 먹으면서 박 회장에게 뽑기한 걸 줄려고 했다냥!"

다른 대답을 하는 테오.

이번에는 테오와 삐욧이, 둘이 쌍으로 어머니 나무를 구해야 한다는 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삐욧!삐욧!

[아! 그거였구나! 역시 테오 님은 똑똑한 고양이에요!]

"푸후훗. 당연하다냥!"

삐욧이의 말에 테오가 우쭐해했다. 정말 환상의 콤비인 테오와 삐욧이였다.

274화. 설렌다냥!

274화. 설렌다냥!

자색탑 52층.

키익.

거대한 타란툴라 한 마리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땅에 올라왔다.

그때

쩌저적.

꿈틀.꿈틀.

타란툴라의 등을 가르며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콰드득.

촉수는 곧 거대한 타란툴라의 몸을 찢어버리고 곧 숙주를 벗어나 혼자 움직였다.

-케케켁. 도착했군.

멸망의 12사도 중 6좌의 위치에 있는 바다를 삼키는 괴수, 크라켄의 파편이었다.

원하는 것을 찾았으니 이젠 숙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기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

꿈틀.꿈틀.

모습을 드러낸 크라켄의 파편이 황무지를 기어가며 땅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케케켁. 찾았다. 창조신의 사원.

크라켄의 파편이 저 멀리 에밀리의 화단에 둘러싸인 새햐안 건물을 발견했다. 창조신의 사도가 지키는 창조신의 사원.

멸망의 사도들이 계속해서 탑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케케켁. 먹음직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군.

정확히는 창조신의 사원이 뿜어내는 힘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멸망의 사도들에게 창조의 힘은 멸망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먹이. 창조의 힘을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멸망의 힘이 강해진다.

꿈틀.꿈틀.

그렇게 창조신의 사원을 향해 이동한 크라켄의 파편이 마침내 에밀라의 화단에 도착했다.

파스스스.

크라켄 파편의 촉수에 닿자 농작물들이 재로 변하며 화단이 황무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단의 4분의 1이 줄어들었을 때

-여기까지군. 그래도 이제 3단계 봉인을 풀 수 있게 됐다.

그 말을 끝으로 크라켄의 파편이 추방당했고 창조신의 사원이 있는 땅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여기요. 2개씩 가져가시고 500억 탑코인씩 주시면 돼요."

세준이 용들에게 왼손에 있는 검은콩을 보여주고

척.

오른손을 내밀었다. 돈 먼저 주세요.

-크하하하. 알았다.

-세준아 여기 있다.

-나도.

척.척.척.

검은콩을 보자마자 흥분한 용들이 서둘러 세준에게 돈을 주고 세준의 왼손에 있는 검은콩을 2개씩 가져갔다.

'가볍네.'

손 위에 1500억 탑코인이 올라와 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가벼운 돈주머니.

테오가 가지고 다니던 돈주머니보다 높은 수준의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어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흐흐흐. 우리 애들 주머니 이거로 바꿔줘야겠다.'

뜻밖의 부수입에 세준이 기뻐하며 돈주머니 안의 탑코인을 세기 시작했다.

"총 1500억 탑코인 맞네요."

용들에게 받은 돈을 확인한 세준. 덕분에 다시 새로운 권능을 살 돈이 생겼지만, 지금은 권능을 살 시간이 없었다.

세준이 분수대를 내려오며

"꾸엥아!"

꾸엥이를 부르자

다다다다.

세준의 부름에 꾸엥이가 열심히 달려왔다.

그리고

척.

꾸엥?꾸엥?

[아빠가 꾸엥이 불렀다요? 꾸엥이 밥 먹는 시간이다요?]

밥 먹는 줄 알고 흥분해서 달려온 꾸엥이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하지만

"꾸엥이 조금만 참아. 토룡아!"

세준은 동물들과 토룡이를 타고 웨이포인트로 향했다. 건국식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쿠구궁.

토룡이를 타고 웨이포인트로 이동하는 길.

"자. 이제 아침 먹자."

세준이 토룡이의 머리 위에서 동물들에게 아침을 먹였다.

촵촵촵.

테오는 츄르.

아그작.아그작.

꾸엥이는 거대 고구마.

쭙쭙.

황금박쥐는 포도.

콕콕콕.

삐욧이는 땅콩 가루.

그렇게 동물들이 자신의 음식을 먹는 동안

오물.오물.

세준도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으며 배를 채웠다.

그때

"박 회장, 줄 게 있다냥!"

츄르를 다 먹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삐욧이, 지금이다냥!

빠닥!빠닥!

삐욧!

[테오 님, 여기 있어요!]

테오의 사인을 받은 삐욧이가 서둘러 테오의 봇짐을 들고 테오에게 날아왔다.

"푸후훗. 삐욧이 잘했다냥! 박 회장 받으라냥!"

그렇게 봇짐을 받은 테오가 탑 75층 유령 창고에서 뽑은 물건 두 개를 봇짐에서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하나는 허름한 가죽 표지를 가진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무봉이었다.

[책]

???

사용 제한 : 마력 50

제작자 : 비공개

등급 : B

[봉]

???

사용 제한 : 없음

제작자 : 비공개

등급 : D

미감정 아이템이라 그런지 책 안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였고 봉도 특별해 보이는 건 없었다.

"에일린, 이것들 감정 좀 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정을 부탁하고 있을 때

"냥?"

봇짐 안을 정리하던 테오가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이게 뭐냥?

척.

테오가 봇짐 안에서 꺼낸 물건은 땅문서. 탑 79층 땅문서였다.

'맞다냥!'

덕분에 세준을 데려가 어머니 나무를 치유하고 보상을 받기로 한 루이와의 약속이 기억났다.

그리고 자신의 앞발로 고른 보상을 세준에게 주고, 세준의 무릎에 누워 큰소리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테오.

'푸후훗. 생각만 해도 신난다냥! 빨리 박 회장을 탑 79층에 데려가야 한다냥!'

세준에게 큰소리칠 생각에 신난 테오.

"박 회장, 탑 79층에 가야 한다냥! 가서 어머니 나무를 치료해야 한다냥!"

흑토끼의 건국식에 가야 하는 세준에게 탑 79층에 가자고 졸랐다.

삐욧!

[세준 님, 어머니 나무를 치료하러 가야 해요!]

맞아요! 저는 임무 중이었어요! 테오의 말에 다시 전령새의 임무가 떠오른 삐욧이가 크게 외쳤다.

"애들아 진정해. 지금은 건국식 가야지. 건국식 끝나고 가자."

"알겠다냥! 그럼 건국식 끝나고 가자냥! 여기 땅문서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탑 79층 땅문서를 건넸다.

"응. 근데 이건 어떻게 얻은 거야?"

세준이 땅문서를 어떻게 얻은 건지 묻자

"푸후훗. 이 몸이 박 회장의 에그 프룻을 구하기 위해···."

척.

테오가 세준의 무릎 위에 누워 세준의 손을 자신의 배에 가져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말하는 동안 쓰다듬으라냥!

"그런 거면 당연히 가야지."

테오의 말을 들은 세준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에그 프룻이 열리는 나무를 죽게 할 수는 없지!'

세준에게 에그 프룻은 아주 소중했다.

그렇게 테오와의 얘기가 끝났을 때

[탑의 관리자가 감정이 끝났다고 말합니다.]

에이린의 말과 함께 세준의 손에 책과 봉이 나타났다.

[경험 많은 농사꾼의 식물도감]

[끊어지지 않는 봉]

"박 회장, 봉을 먼저 보라냥!"

봉은 끌림이 약했기에 테오는 세준에게 봉부터 보길 권했다.

"봉?"

테오의 말에 세준이 봉을 들어 살펴봤다. 봉은 마력을 넣으면 계속 늘어나는 능력이 다였다.

"땔감 없을 때 쓰면 되겠네."

그렇게 봉을 확인하고

"책을 볼까?"

세준이 책을 들어 살펴봤다.

[경험 많은 농사꾼의 식물도감]

어느 경험 많은 농사꾼이 자신의 지식을 기록한 도감입니다.

책의 빈 페이지에 농작물의 이름을 쓰면 검은탑 안에서 자라는 농작물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한 번 사용한 페이지는 다시 쓸 수 없습니다.

쓸 수 있는 페이지 : 0/200장

사용 제한 : 마력 500 이상, 농사 관련 직업을 가진 자

제작자 : 경험 많은 농사꾼 피가로

등급 : S+

"농작물 이름을 빈 페이지에 쓰면 위치를 알려준다고?"

설명을 보자 책의 성능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진 세준.

하지만

'근데 나 펜이 없는데?'

세준은 펜이 없었다. 대신 쓸 게 없나? 세준이 펜 대신 쓸 거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뱃뱃. 포도 씨는 세준 님에게! 포도 껍질은 버려요!)

세준의 눈에 포도즙을 다 먹고 포도에서 씨를 분리하는 황금박쥐가 보였다. 저거다!

"황금박쥐, 포도 껍질 좀 줘."

(네!)

세준의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포도 껍질을 가져오는 황금박쥐.

꾸욱.

세준이 포도 껍질을 받아 온 힘을 다해 짜자

뚝.뚝.

붉은색 즙이 두 방울 떨어졌다.

"좋아."

척.

세준이 검지로 붉은색 즙을 찍어

슥.슥.슥.

책에다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고···구···마."

일단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알 수 있는 농작물을 적었다.

그렇게 세준이 책의 빈 페이지에 글씨를 쓰자

[힘의 호박고구마 - 탑 99층, 탑 55층]

[태양의 호박고구마 - 탑 99층, 탑 55층]

[밤고구마 - 탑 70층]

고구마의 위치가 나타났다. 위에 두 개는 세준이 잘 알고 있는 고구마.

하지만

"어?! 밤고구마?"

다른 종류의 고구마가 검은탑에 있다는 것에 세준이 놀랐다.

"그럼 다른 농작물도···."

세준이 자신이 모르는 농작물이 검은탑에 있는지 경험 많은 농사꾼의 식물도감의 빈 페이지에 다른 농작물의 이름을 쓰려고 할 때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토룡이가 웨이포인트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철컹.

"얘들아 들어가 있어."

세준이 동물들을 아공간 창고에 들여보내고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려 탑 55층으로 이동했다.

***

탑 55층 화이트 캐슬 안.

"사절단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것이냐?"

귀빈석에 앉은 대상인 제토가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다.

"네···그게···모든 상인들을 풀어 찾고 있지만, 아직 사절단을 찾았다는 연락이 없습니다."

"휴우···조금 있으면 건국식이 시작되는데···도대체 사절단은 어디서 뭘 하는 건지···?"

부하의 대답에 제토가 답답함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건국식 시작까지 남은 시간이 진짜 얼마 없었다.

지금 제토가 기다리는 사절단은 코브 왕국의 사절단으로 대상인 제토는 코브 왕국 출신으로 사절단의 예물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왕국 입구에도 상인을 대기시키게."

"네!"

그렇게 제토의 지시를 받은 부하가 떠나고

"대책이 필요해···."

제토가 사절단이 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지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타국의 건국식에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건 상대 국가에 대한 심각한 무례.

잘못하면 외교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었고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 생각해야 했다.

'물론 왕과 왕비의 성격이 나쁜 편은 아니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그래도 기분은 상하겠지···.'

제토가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할 때

"제토님!"

부하가 빠르게 제토에게 달려와 뭔가를 보고했다.

"정말인가?!"

"네! 분명 코브 왕국 수석 외교관 배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좋아. 안내하게!"

"네!"

제토가 서둘러 부하를 따라 이동했다.

***

탑 55층.

웨이포인트로 세준이 탑 55층에 도착하자

빡!

[세준 님, 어서 오세요!]

웨이포인트에서 세준이 오길 기다리고 있던 호위단의 단장 코코가 세준에게 인사했다.

"응. 우리 안 늦었지?"

빡!빡!빡!

[네! 시간은 충분해요! 따라오세요!]

"잠깐만. 얘들아 나와."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에 있는 동물들을 불렀다.

"냥!"

뱃뱃!

삐욧!

역시 세준의 부름에 바로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는 테오, 황금박쥐, 삐욧이.

하지만 꾸엥이는 간식주머니를 채우느라 안 나왔다.

"꾸엥이, 아빠가 나중에 맛있는 거 줄 테니까. 간식주머니는 나중에 채우자."

덥석.

꾸엥?

어쩔 수 없이 세준이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꾸엥이를 달래며 두 손으로 들고나왔다.

"가자."

빡!

[네!]

그렇게 세준과 동물들이 코코의 뒤를 따라 화이트 캐슬 안으로 들어갈 때

"외교관님, 어디 갔다가 이제 나타나신 겁니까?!"

성에서 나오는 대상인 제토가 세준의 일행을 보며 외쳤다. 아니 정확히는 삐욧이를 보며 외쳤다.

삐욧?삐욧?

[외교관이요? 제가요?]

제토의 시선을 받은 삐욧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 외교관 아닌데요? 이번에는 삐욧이가 잊어버린 게 아니라 진짜 몰랐다.

루이는 혹시 삐욧이에게 곤란할 일이 생길까 코브 왕국의 수석 외교관임을 상징하는 배지를 주기는 했지만, 삐욧이에게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옆에 있는 테오를 보니 알려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

그리고

"푸후훗. 제토, 반갑다냥! 근데 외교관이면 뭘 받을 수 있냥?"

루이의 걱정대로 기대 가득한 눈빛을 한 테오가 설렘이 가득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제토에게 물었다.

'푸후훗. 설렌다냥!'

테오가 오늘도 한몫 잡기 위해 부릉부릉 시동을 걸었다.

275화. 우리랑 같이 알바 안 하냥?

275화. 우리랑 같이 알바 안 하냥?

"테오 님이 왜 여기에···?"

뒤늦게 삐욧이 옆에 있는 테오를 발견한 대상인 제토가 당황하며 묻자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냥! 우리 삐욧이한테 뭘 줄 거냥?!"

원래 받아야 할 걸 받는 듯이 테오가 제토에게 당당하게 앞발을 내밀며 외쳤다.

삐욧이는 자신의 부하. 고로 삐욧이가 좋은 걸 받으면 그건 자신의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박 회장에게 주면 나는 박 회장의 무릎에 누워 이쁨을 받는다냥! 푸후훗.'

기승전세준의 무릎인 무릎 광신도 테오 박.

그리고

삐욧!삐욧!

[빨리 제꺼 주세요! 테오 님한테 드릴 거예요!]

자칭 테오의 오른앞발인 삐욧이. 테오에게 바칠 게 생긴 것에 기뻐하며 삐욧이가 빨리 제토에게 자기 걸 달라고 조잘거렸다.

"일단 진정을···."

정신없이 자신을 다그치는 테오와 삐욧이 때문에 난처한 표정을 짓는 제토.

그때

스륵.

꾸엥···?!

[왜 줄 거 안 준다···?!]

"꾸엥이 아니야. 넣어둬."

테오와 삐욧이를 도와주기 위해 간식주머니에서 정의의 몽둥이를 꺼내는 정의의 사도 꾸엥이를 세준이 서둘러 말렸다.

꾸엥?

[지금 꾸엥이가 나쁜 놈 혼내줄 때 아니다요?]

"응. 지금 아냐. 자. 이리 와."

세준이 양팔을 벌리자

포옥.

꾸엥이가 세준의 품으로 들어왔고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안아 들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가슴 푹신하다요!]

세준의 품에 고개를 파묻고 비비며 좋아하는 꾸엥이.

"응? 많이 푹신하지는 않지?"

꾸엥이의 말에 충격을 받은 세준이 진지하게 물었다.

하지만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 가슴 많이 푹신하다요!]

꾸밈없는 꾸엥이의 솔직한 대답.

'이제 운동할 거야!'

세준은 앞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단단한 근육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와 얘기를 하는 사이

"내놔라냥!"

삐욧!

[내놓으세요!]

테오와 삐욧이는 아직도 제토에게 조르고 있었다.

"애들아. 그만해. 이러다 건국식 늦겠다."

결국 세준이 나서 둘을 말렸다.

"쳇. 실패다냥!"

삐욧!삐욧!

[쳇! 실패네요!]

세준의 말에 테오와 삐욧이가 입을 한 번 삐죽거리고 쿨하게 돌아왔다.

그때

"저···혹시 위대한 검은용이십니까?"

테오에게 지시를 내리는 세준을 보며 제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테오는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그런 테오에게 지시를 내리는 세준은 둘 중 하나다.

위대한 검은용 본인이거나 아니면 테오보다 서열이 높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거나.

물론 겉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봤을 때는 둘 다 아닌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위대한 검은용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아.'

엄청난 기운을 품은 곰을 아무런 기운도 없는 세준이 안는 것을 보며 제토는 세준이 위대한 검은용이 맞다고 확신했다.

푸후훗. 박 회장의 무릎 기운 좋다냥! 테오의 기운 빨려 때문에 세준이 방출하는 기운이 전부 테오에게 흡수되고 있었지만, 제토는 알지 못했다.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은 위대한 검은용이다냥! 그리고 이 몸은···."

제토의 물음에 테오가 세준의 소개를 빙자한 자신의 소개를 시작할 때

빡!

[이제 그만 가야 합니다!]

코코가 나서 적절하게 끊어줬다.

"알았어. 빨리 가자."

세준이 서둘러 이동하자 제토도 일단 세준을 따라갔다.

그렇게 세준과 동물들이 코코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거대한 홀. 전에 야외에서 진행됐던 결혼식과 다르게 건국식은 실내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척.

세준의 등장에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 대상인 유렌, 대상인 미미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준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때

"뀻뀻뀻. 세준 님, 어서 오세요!"

이오나가 빠르게 날아와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

쏙.

테오의 꼬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삐욧!삐욧!삐욧?

[안녕하세요! 저는 앞으로 테오 님의 오른앞발이 될 흰머리 오목눈이족 삐르르르 요트라고 합니다! 근데 누구세요?]

처음 본 이오나에게 인사를 하는 삐욧이.

"이런···."

검은 박에 마탑의 마탑주이자 대파괴의 마법사인 이오나에게 누군지 묻는 삐욧이를 보며 제토가 기겁했다. 빨리 말려야 해!

제토가 상황이 커지지 않게 서둘러 나서려 할 때

"뀻뀻뀻. 그래. 삐욧이, 반가워. 내 이름은 이오나야.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테 부회장님의 오른앞발이 되거라."

삐욧!삐욧!

[네! 저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뀻뀻뀻. 그래."

삐욧이를 격려하는 이오나가 보였다. 저 까칠한 마법사가 격려를? 위대한 검은용 앞이라 그런 건가? 아님 연인 옆이라서?

항상 까칠한 이오나만 보다가 온순한 이오나를 본 제토가 신기해할 때

빰빠라빰!

나팔 소리와 함께 건국식이 시작됐다.

그리고

쿵.

홀의 거대한 문이 열리며

쀼쀼!

뺙!

화려한 황금 왕관을 쓴 쀼쀼와 흑토끼가 왕좌를 향해 걸어가 앉자

"레드리본 왕국의 건국을 축하하는 사절단들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여러 단체나 나라 사절단들이 입장해 쀼쀼와 흑토끼에게 친서와 선물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절단들이 순서대로 하나씩 입장해 쀼쀼와 흑토끼를 배알하고 있을 때

삐욧?

[테오 님, 저 사절단 할까요 말까요?]

제토에게 코브 왕국의 사절단으로 왕을 배알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삐욧이가 테오를 보며 물었다.

"푸후훗. 공짜는 없다···."

당연히 이거로 한몫 챙기려는 테오.

하지만

"당연히 해줘야지."

그런 테오의 입을 막으면서 세준이 말했다. 제토가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오! 감사합니다! 위대한 검은용이시여."

자신을 위해 나서준 세준에게 감사를 표하는 제토.

"그냥 세준이라고 불러."

"네! 세준 님."

그렇게 사절단이 되기로 한 삐욧이.

하지만

삐욧···

제토가 꺼낸 선물을 들고 가기에는 삐욧이의 크기도 너무 작고 사절단의 위엄도 살지 않았다.

그때

"푸후훗. 제토, 알바 안 필요하냥?! 우리가 알바로 사절단이 돼주겠다냥!"

테오가 제토을 보며 다시 앞발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알바비 내놔라냥!

"그건···."

제토가 이걸 수락해도 되는지 고민할 때

"그거 좋은 생각이네!"

테오와 꾸엥이에게 부리를 씌우고 날개를 달아줄 생각에 신난 세준이 찬성했다. 재미있겠다.

그렇게 사절단 알바를 하게 된 테오와 꾸엥이.

잠시 후

"이번에는 탑 79층 코브 왕국 사절단이 입장하겠습니다!"

시종의 외침과 함께 코브 왕국의 사절단 넷이 입장했다.

삐욧!

가장 선두에 선 삐욧이가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하지만

쫑.쫑.쫑.

다리가 짧았기에 열심히 걸어도 상당히 걷은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그런 삐욧이의 뒤를 대파 이파리로 만든 부리와 날개를 단 테오와 꾸엥이가 천천히 따라갔다.

"푸후훗.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새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는 날 수 있다요!]

열심히 날개를 퍼덕이며 걷는 테오와 꾸엥이.

"얘들아, 살살 움직여. 잘못하면 날개 찢어져."

테오와 꾸엥이의 뒤에서 세준이 최대한 조용히 얘기했다.

원래는 당연히 테오와 꾸엥이 둘만 보내려 했지만

"냥?! 박 회장은 우리랑 같이 알바 안 하냥?"

"응. 안 할 건데."

"안된다냥! 우리는 하나다냥!"

꾸엥!꾸엥!

[꾸엥이 아빠랑 같이 알바하고 싶다요! 우리는 하나다요!"

'우리는 하나다!'라는 자신이 뱉은 말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렇게 세준도 부리를 달고 사절단의 가장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파닥.파닥.

날개는 세준의 등에 매달린 황금박쥐가 맡았고 덕분에 네 명분의 인건비를 받았다.

쫑.쫑.쫑.

앞장서서 열심히 쀼쀼와 흑토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삐욧이와 일행이 배알을 위한 장소에 도착하자

'삼촌, 거기서 테오 형이랑 꾸엥이랑 뭐 하는 거야?'

흑토끼가 세준을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아무것도 묻지 마.'

흑토끼의 물음에 세준이 고개를 티 나지 않게 흔들며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사이

삐욧···

[레드리본 왕국의 위대한 여왕···]

외워온 말을 하는 삐욧이.

하지만

삐욧···

[어···]

삐욧이는 첫 줄부터 버벅대기 시작했다. 사절단이 상대 왕국 여왕의 이름을 모른다니? 엄청난 사고였다.

여왕님 이름이 뭐였죠?

삐욧이가 울듯한 눈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군. 플랜B다.'

아까 삐욧이가 잘 못 외우는 걸 보고 만약을 대비해 준비한 방법이 있었다.

"황금박쥐."

세준이 아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황금박쥐를 부르자

(레드리본 왕국의 위대한 여왕 쀼쀼님과 왕 흑토끼 님을···)

세준의 등에서 황금박쥐가 대본을 보며 텔레파시로 삐욧이에게 대사를 전달했고 덕분에 그들의 사절단 알바는 무사히 끝났다.

***

쀼쀼!

뺙!

사절단의 선물을 다 받은 쀼쀼와 흑토끼가 개국공신들에게 관직을 주고 있을 때

"엘게, 너의 내단을 뺏은 게 저 녀석이냐?!"

귀빈석에 앉은 엘게 카이만과 같은 악어 머리를 한 수인이 사절단 알바를 하고 돌아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세준을 보며 물었다.

"응! 저 녀석이야!"

"일이 쉬워지겠군."

엘케 카이만의 대답을 들은 2왕자 코모도 카이만이 세준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3일 전 2왕자 코모도 카이만은 엘게 카이만의 호위로 심어뒀던 자신의 부하로부터 엘게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신의 동생이 노예가 됐을 뿐만 아니라 내단까지 뺏겼다고? 카이만 왕국의 왕자가?

집안 망신을 시킨 엘게에게 분노한 코모도 카이만.

코모도 카이만은 서둘러 아버지인 크로커 카이만에게 사정을 말하고 정예 병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그렇게 코모도 카이만은 왕의 허락을 받아 정예 병사 100명과 탑 55층으로 내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라. 크크큭."

세준을 보며 웃는 엘게 카이만.

그리고

'멍청한 녀석, 저런 하찮은 녀석에게 내단을 뺏겨?'

그런 동생을 노려보는 코모도 카이만. 코모도 카이만은 동생을 구하러 온 게 아니었다.

'네 내단은 잘 쓰마. 대신 네 시체는 왕실 묘지에 묻어주지.'

왕실의 수치인 엘게 카이만을 죽이고 세준이 가진 내단을 자신이 먹으려는 것. 그게 코모도 카이만의 계획이었다.

물론 카이만 왕국을 우습게 여긴 놈들은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

그때

빰-!

긴 나팔 소리와 함께 건국식이 끝났고

"움직인다."

"네!"

코모도 카이만의 명령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정예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빰-!

꾸벅꾸벅.

"응?"

졸고 있던 세준이 나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톡.톡.톡.

"얘들아, 일어나. 끝났어."

자신의 다리 위에 모여 자는 동물들을 토닥이며 깨우기 시작했다.

"냐앙-!"

꾸엥-!

"뀨웃-!"

(배앳-!)

삐요옷-!

세준이 깨우자 힘차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동물들.

"벌써 다 갔네."

연회장은 다른 장소에 마련돼 있기에 대화를 나누는 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연회장으로 이동해 홀은 거의 텅 비어있었다.

"우리도 빨리 가서 뭐 먹자."

자다 일어났더니 너무 배가 고팠다.

꾸엥!꾸엥!

[아빠 빨리 간다요! 꾸엥이 배고프다요!]

세준과 같은 마음인···아니 더 간절한 꾸엥이가 세준을 재촉했다.

"알았어. 빨리 가자. 자. 위치로."

세준의 말에 테오와 꾸엥이는 세준의 다리에 황금박쥐와 삐욧이는 세준의 양어깨에 자리 잡았다.

"뀻뀻뀻···."

이오나는 아직 잠이 덜 깼지만, 테오가 꼬리에 잘 붙어있었기에 걱정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연회장으로 밥 먹으러 가려 할 때

"잠깐 대화 좀 할까?"

코모도 카이만인 정예 병사들과 함께 세준과 동물들을 포위했다.

꾸엥···

[꾸엥이 배고파서 화가 난다요···]

짜증이 난 꾸엥이가 간식 주머니에서 정의의 몽둥이를 꺼냈지만, 세준은 꾸엥이를 말리지 않았다.

"너희 뭐야?"

세준도 배고파서 짜증이 난 상태.

코모도 카이만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276화. 우리 꾸엥이가 힘 조절했나?

276화. 우리 꾸엥이가 힘 조절했나?

"이봐 네가 내 동생 엘게의 내단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좋은 말로 할 때 주면 목숨은···."

배고파서 짜증이 난 세준과 꾸엥이의 기분도 모르고 코모도 카이만이 거들먹거리며 말할 때

꾸엥!꾸엥!

[꾸엥이 배고파서 화난다요! 꾸엥이의 정의를 보여주겠다요!]

후우웅.

꾸엥이가 자신의 앞을 막는 코모도 카이만과 정예 병사들을 향해 정의의 몽둥이를 휘둘렀다. 꾸엥이에게 배고픔만큼 큰 불의는 없었다.

콰과광!

거대한 폭음과 충격이 일어나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그리고

'망했다···.'

세준은 뒤늦게 이곳이 왕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얘들아 튼튼한 건물로 다시 지어줄게.'

흑토끼와 쀼쀼에게 사과하는 세준.

잠시 후 바람이 가라앉자 세준은 눈을 떠 왕궁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떴다.

그러나

"어?! 멀쩡하네?"

세준의 예상외로 왕궁은 그대로 있었다.

홀의 벽에는 금하나 가지 않았고 테이블 같은 집기들과 코모도 카이만, 정예 병사들만 깔끔하게 사라졌다.

'우리 꾸엥이가 힘 조절했나?'

세준이 꾸엥이를 보자

꾸엥?꾸엥!

[왜 안 부서졌다요? 아무튼 다행이다요!]

자신과 마찬가지로 건물이 부서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꾸엥이가 보였다. 꾸엥이가 한 건 아니었다.

그때

"뀻뀻뀻. 꾸엥이, 아무리 화나도 그렇지, 왕궁이 부서지면 어쩔뻔했어요?"

어느새 테오의 꼬리에서 나와 재앙의 지팡이를 든 이오나가 꾸엥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오나가 주변에 앱솔루트 실드 마법을 펼쳐 꾸엥이의 공격이 건물을 부수지 못하게 막은 것이었다.

꾸엥!꾸엥!

[배고픈데 길을 막으니까 화나서 그랬다요! 다음에는 조심하겠다요!]

"뀻뀻뀻. 앞으로는 힘 조절에 좀 더 신경을 쓰세요."

꾸엥이에게 힘 조절 하라고 말하는 이오나. 대파괴의 마법사가 할 말은 아니었다.

세준의 시선이 꾸엥이와 이오나에게 가 있는 사이

데구루루.

"냥?"

테오가 자신 쪽으로 굴러오는 검은 구슬을 주웠다.

'푸후훗. 앞발이 끌리는 게 좋은 물건이다냥! 이따가 밥 먹고 배부른 박 회장에게 이걸 주고 배 쓰다듬어 달라고 해야겠다냥.'

씨익 웃으며 검은 구슬을 봇짐에 넣는 테오. 그렇게 코모도 카이만의 내단도 세준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재주는 꾸엥이, 이오나가 부리고 이득은 세준과 테오가 챙겼다.

그렇게 이오나의 도움으로 큰 피해 없이(?) 일이 마무리되자

"꾸엥이, 가서 밥 먹자."

꾸엥!

[좋다요!]

척.

정의의 몽둥이를 휘두르며 기분이 조금 풀린 꾸엥이가 재빨리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고

"출발!"

세준이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

미국 하와이.

"본부, 목적지에 도착했다."

C-17 수송기 1대가 하와이 상공에 나타났다.

-투하하라.

"알겠다."

본부의 지시를 받은 파일럿이 후방 출입문을 열자 군인들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가 100kg씩 담긴 박스를 투하했다.

퍽.퍽.

박스가 땅에 떨어지며 안에 든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가 충격을 받고 터졌다.

잠시 후

꿀렁.꿀렁.

주변에 퍼진 짙은 향긋한 포도 향을 맡고 거대 거머리들이 다가왔다.

향이 얼마나 강한지 박스 반경 5km 안의 거대 거머리들이 전부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박스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거대 거머리들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의 즙을 빨아 먹기 시작했다.

"본부, 거머리들이 1번 박스에 반응을 보인다."

-좋다. 다른 박스도 확인하라.

"알았다."

대답한 파일럿은 수송기를 조종해 다른 투하 지점에도 박스를 투하하고 반응을 확인했다.

그렇게 투하된 총 10개의 박스.

"본부, 1번에서 10번 박스까지 거머리들이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알았다. 그만 복귀하라.

본부의 지시를 받은 수송기 파일럿이 복귀하기 위해 방향을 전환할 때

"어?!"

파일럿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쾅!쾅!

거대 거머리들이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것.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는 사라졌지만, 포도를 먹은 거대 거머리의 몸에서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향이 계속 나고 있었기 때문.

거대 거머리들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향이 나는 거대 거머리를 공격해 죽이고

츕.츕.츕.

몸에 남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즙을 빨아먹기 시작했고

쾅!

동족을 죽이고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즙을 먹은 거대 거머리는 다시 다른 거대 거머리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 과정이 1시간 정도 지속되다 멈췄고 해군 사령부는 처음으로 거대 거머리 수가 줄어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탑 4층 포도농장에서 일하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준다고 했지? 헌터들을 탑 4층에 보내서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해군참모총장 사무엘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얻기 위해 해군에 소속된 헌터들을 탑 4층 포도 농장에 투입할 것을 명령했다.

그렇게 작전명 : 대민지원을 위해 해군 소속 헌터 500명이 탑 4층 포도농장에 일을 하기 위해 출발했다.

***

[카이만 왕가 후계자의 내단]

···

..

.

내단에 대략 120년 동안 수행한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총 120개의 보너스 스탯을 획득합니다.(마력이 120보다 낮은 존재가 섭취 시 반대로 모든 스탯을 내단이 흡수합니다.)

사용 제한 : Lv. 52 이상, 마력 120 이상

등급 : S

"이것도 내단이네?"

"푸후훗. 어떠냥?"

밥을 다 먹고 배부른 세준의 무릎에 누워 세준에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게 한 테오가 우쭐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히 잘했지."

세준이 대답하며 테오의 이마와 턱을 마구마구 쓰다듬어 줬다.

"푸후훗. 당연하다냥! 나 테 부회장은 항상 당연히 잘한다냥!"

세준의 폭풍 칭찬에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테오.

슥슥.

테오가 기분 좋음을 자신의 등을 세준의 무릎에 비비는 것으로 표현했다.

덕분에 바지에 털이 잔뜩 박힌 세준.

"조만간 테오볼 또 하나 만들어야겠네."

"뀻뀻뀻. 테오볼이요? 제가 살게요!"

열심히 볶음 땅콩을 먹다가 세준의 말을 들은 이오나가 볼이 빵빵해진 상태로 서둘러 예약 구매를 요청했다.

다른 이에게 뺏기기라도 할까 봐 서두르는 모습. 어차피 이오나 너 아니면 아무도 안 사.

그렇게 우수 고객 이오나에게 테오볼을 팔기로 하자

오도독.오도독.

이오나는 다시 안심하고 땅콩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세준의 눈에 먹은 지 한 시간이 넘었지만, 지금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게 고기를 먹는 꾸엥이가 보였다.

그리고

삐욧!삐욧!

[많이 먹고 커서 등에 테오 님을 태울 거예요! 삐욧이는 배부름에 지지 않아요!]

몸을 비우고 돌아오는 삐욧이도.

콕콕콕.

많이 먹는 꾸엥이에게 자극받은 삐욧이는 몸을 10번째 비우고 다시 땅콩 가루를 먹기 시작했다.

"아직 멀었네."

먹는 걸 보니 식사가 끝나는 걸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았다.

"테오, 잠깐 가지고 있어봐."

세준이 테오에게 내단을 들게 하고

쓱.

허리에 있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전에 얻은 엘게의 내단을 꺼냈다. 두 내단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였다.

세준은 내단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에 엘게의 내단을 먹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내단을 꺼내자

"어?!"

"냥?!"

세준이 든 내단과 테오가 든 내단 사이에 인력이 발생하며 서로 합쳐지려 했다.

그리고 세준이 내단을 잡은 손에서 힘을 풀자

스르륵.

내단이 테오가 든 내단으로 끌려가 물방울이 합쳐지듯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오! 신기하네."

세준이 테오가 든 내단을 확인하며 말했다. 내단의 내용이 보너스 스탯 220을 준다는 내용으로 변해있었다.

"푸후훗. 그것 또한 내가 잘해서 그렇다냥!"

테오가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리며 세준을 바라봤다. 어서 나를 칭찬하라냥!

"그래."

세준이 그런 테오의 배를 한참 쓰다듬고 있을 때

"테오 님, 안녕하십니까!"

다섯 마리의 몬스터들이 테오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용아병 투구를 하사받기 위해 50층 대의 보스들이 파견한 고블린 파쿠와 다른 몬스터들이었다.

그들은 테오의 기다리라는 지시에 주점에서 며칠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테오가 자신을 찾지 않자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것이다.

"스카람?"

파쿠의 얼굴을 보자마자 세준도 테오처럼 스카람을 떠올렸다.

"푸후훗. 이 녀석은 스카람이 아니고 스카람의 조카다냥!"

그런 세준의 착각을 정정해주는 테오.

"조카?"

"그렇다냥! 그리고 지금은 나의 부하다냥! 너희들 인사하라냥! 여기는 박 회장이다냥!"

"네! 박 회장님, 인사드립니다!"

테오의 말에 세준에게 인사하는 몬스터들.

"아. 반가워요. 테오, 근데 이 몬스터들은 뭐야?"

세준이 몬스터들의 인사를 받으면 테오에게 조용히 물었다.

"푸후훗. 이 녀석들은 용아병 투구를 받고 싶은 보스들이···."

테오가 몬스터들의 사정을 말해줬다.

"그래? 그럼···"

세준이 테오에게 용아병 투구를 받기 위한 조건을 말했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용아병 투구를 주겠다고 했다냥!"

세준의 말을 전달하는 테오.

"2가지 조건이요?"

"그게 뭡니까?"

테오의 말에 몬스터들이 서둘러 물었다.

"땅문서와 면접이다냥!"

용아병 투구만 있으면 그 층에서는 거의 상대할 적이 없기에 세준은 보스가 괜찮은 몬스터인지 면접을 통해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세준이 보스와 면접을 하기 위해서는 보스가 있는 층으로 이동하기 위한 땅문서가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몬스터들이 서둘러 자신들의 보스에게 테오가 말한 2가지 조건을 전달하기 위해 흩어졌다.

그렇게 위대한 검은용이 하사하는 용아병 투구를 받기 위해서는 땅문서가 필요하다는 소문이 검은탑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세준은 편하게 땅문서를 얻을 수 있게 됐다.

***

탑 4층.

"이게 무슨···."

명령을 받고 포도 농장에 일하러 온 해군 소속 헌터들의 리더 잭슨이 엄청나게 긴 줄을 보며 당황했다.

이미 포도 농장에 대한 소문이 나며 다른 헌터들도 일하기 위해 줄을 선 것.

싸움도 없이 10시간만 일하면 편하게 몇 억을 벌 수 있기에 초보 헌터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때

달그락.달그락.

"일하러 오신 거죠?"

블랙 스켈레톤 하나가 잭슨에게 다가와 뼛조각 하나를 건넸다.

"512?!"

뼛조각에 새겨진 숫자를 보며 잭슨은 이게 번호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앞에 511명의 헌터가 있다는 것도.

"잭슨 소령님, 작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이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냥 쳐들어가죠!"

부하들이 잭슨에게 무력을 이용한 작전을 제안할 때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일단의 무리들이 포도 농장의 창고를 습격했다.

그리고

쿵.쿵.

갑자기 3m 크기의 거대한 스켈레톤 10구가 일어나 압도적인 무력으로 침입자를 처치하기 시작했다.

세준이 포도 농장 수비를 위해 두고 간 용아병들이었다.

세준은 원래 포도 농장을 지키기 위해 필립을 비롯한 말을 할 수 있는 블랙 스켈레톤 10명에게 용아병 투구를 주려 했다.

하지만 블랙 스켈레톤들은 용아병 투구를 착용하지 못했다. 너무 약했기 때문.

그래서 용아병 투구는 평소에는 투구 상태로 있다가 이렇게 침입자가 있을 때만 용아병으로 변신해 침입자를 처치했다.

"크음···돈을 주고 순번을 사는 방법은 어떨까요?"

"그게 좋겠군."

덕분에 해군 소속 헌터들은 서둘러 작전을 다른 방향으로 수정했다.

277화. 전방에 힘찬 꾸엥후 발사!

277화. 전방에 힘찬 꾸엥후 발사!

탑 3층 웨이포인트 옆에 벽돌을 쌓아 만든 5층짜리 건물. 건물의 현판에는 '가겔'이라고 적혀있어 벽돌 건물이 가겔의 소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벽돌 건물은 가겔이 경험치 농장을 관리하기 위해 지은 관리소로 탑 2층과 탑 3층 웨이포인트 옆에 한 채씩 지어져 있었다.

탑 3층 경험치 농장 관리소 5층.

"부회장님, 작전에 실패했습니다."

"뭐?!"

작전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마이클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인상을 구겼다.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할 수가 없었다. 작전 목표도 적과의 전투가 아니라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와 포도나무의 나뭇가지를 탈취하는 것.

블랙 스켈레톤들의 이동 속도를 생각했을 때 탈취만 성공하면 이후는 무조건 성공하는 작전이었다.

가겔이 헌터들의 포도를 사지 않고 이렇게 작전을 하게 된 이유는 헌터들이 품삯으로 받은 포도 안에는 이상하게도 씨앗이 없었기 때문.

마이클은 씨앗이나 나무를 구해 직접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키울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철저한 조사로 블랙 스켈레톤들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저장하는 창고의 위치와 창고를 지키는 병력 수까지 전부 파악했다.

거기다 비록 크러쉬 길드처럼 정예들은 아니었지만, 일류 헌터를 50명 이상 투입했다. 그런데 실패라니?

"이유가 뭐지?"

마이클이 부하에게 작전이 실패한 원인을 물었다.

"그게···창고 주변에 3m짜리 스켈레톤 10구가 매복하고 있었습니다."

"3m짜리 스켈레톤?"

"네. 보통의 스켈레톤과 다르게 매우 단단하고 강하고 빨랐습니다."

"일단 노예들을 포도농장에서 일하게 하면서 포도나 나뭇가지를 빼돌리게 해.

"네."

그렇게 마이클은 포기하지 않고 바로 다른 작전을 진행했다.

***

꾸엥!

[꾸엥이 이제 배 찼다요!]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음식을 먹은 꾸엥이의 두 앞발이 드디어 멈췄다.

꾸엥···

[꾸엥이 졸리다요···]

덥석.

배가 부르자 졸음이 오는지 꾸엥이가 세준의 품에 파고들며 안겼고

꾸로롱.

세준의 품에 머리를 대자마자 꾸엥이가 잠들었다.

삐욧!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빠닥.빠닥.

과식한 삐욧이는 또 배를 비우러 갔다. 삐욧이가 화장실에 간 걸 20번 이후로는 세지 않았지만, 저렇게 자주 가면 엉덩이 아플 텐데···

삐욧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

"흑토끼한테 우리는 탑 79층 갔다가 바로 탑 99층으로 돌아간다고 전해줘."

세준은 코코에게 자신이 떠난다는 걸 알려줬다.

빡?빡!

[네? 그럼 왕을 모셔오겠습니다.]

"아냐. 흑토끼도 바쁘고 우리도 급한 일이 있어서 바로 가야 해."

빡!

[알겠습니다!]

그렇게 세준이 코코를 설득했을 때

삐욧!

[저 왔어요!]

빠르게 배를 비운 삐욧이가 돌아왔다.

"그럼 이제 탑 79층으로 출발하자. 얘들아 들어가 있어."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어 자는 꾸엥이를 조심스럽게 창고 바닥에 놓으며 다른 동물들에게 말하자

"알겠다냥!"

(네!)

삐욧!

동물들이 대답하며 아공간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컹.

그렇게 동물들이 들어간 아공간 창고를 닫고

촤르륵.

세준이 탑 79층 땅문서를 펼쳤다.

[검은탑 79층 농장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세준이 사라지고

빡!

[조심히 다녀오세요!]

코코가 세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경레를 하며 세준을 배웅했다.

***

[검은탑 79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79층으로 이동했습니다.]

[20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세준이 탑 79층 농장에 도착했다. 평소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몬스터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려던 세준.

하지만

[맨티스]

"···?!"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방에 사마귀를 닮은 녹색의 맨티스라는 몬스터가 가득했으니까.

너무 많은 수의 몬스터들에 압도돼 순간적으로 얼음이 된 세준.

그때

쇄액!

날카로운 앞발이 바람을 가르며 세준의 등을 공격했다. 농장을 점령하고 있던 맨티스 중 하나였다.

맨티스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뒷모습을 보이며 나타난 먹이를 조용히 사냥했지만

팅!

성석 아이스 실드큐브가 세준을 보호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세준이 자신을 공격한 맨티스를 손가락으로 겨누며 성석 피어싱에 마력을 불어넣었고

"피어싱!"

푸슝.

맨티스의 머리에 주먹만 한 구멍 두 개가 만들어졌다.

"응?!"

구멍이 두 개 생긴 것에 세준이 의문을 가질 때

쿵.

[어린 수컷 맨티스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획득 메시지와 함께 죽은 수컷 맨티스가 쓰러지며 육중한 소리가 울려펴졌다.

···!

동시에 소리를 들은 맨티스들의 시선이 세준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퀴엑!

맨티스들이 세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철컹.

맨티스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미 아공간 창고가 열린 후였다.

그리고

"박 회장! 말하지 않은 게···냥?"

서둘러 농장 주변에 맨티스가 많다는 걸 말해주려다 세준을 향해 달려드는 맨티스들을 보고는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테오.

"푸후훗.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이 구해주겠다냥! 냐냐냥!"

테오가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며 용발톱을 뽑아 세준을 공격하는 맨티스들에게 보이지 않는 마력 칼날을 날렸다.

[파수꾼 테오가 어린 수컷 맨티스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을 획득했습니다.]

···

..

.

그리고

(뱃뱃. 저도 세준 님을 구해드릴게요!)

삐욧!

[테오 님, 제가 보필하겠습니다!]

테오의 뒤를 이어 나온 황금박쥐와 삐욧이가 정신없이 빠르게 날아다니며 맨티스들을 처치했다.

서걱.

황금박쥐는 빠르게 움직이며 날개로 맨티스를 벴고

삐요옷!

삐욧이는 멘티스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했다.

꾸엥···

그사이 세준은 자고 있는 꾸엥이의 몸을 양손으로 잡고 들어 꾸엥이의 몸을 몰려오는 멘티스들을 향하게 한 후

"꾸엥이, 전방에 힘찬 꾸엥후 발사!"

꾸엥후를 사용하게 하게 했다.

꾸에에에엥!!!!

[꾸엥이 졸리다아아아요!!!!]

콰과과광!!

숙면을 방해받아 짜증이 가득 담긴 꾸엥이의 꾸엥후가 만든 살기등등한 바람이 맨티스들을 갈기갈기 찢었다.

[약초꾼 꾸엥이가 어린 수컷 맨티스를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덕분에 세준이 레벨업을 하며 68레벨이 됐다.

그때

퀴엑···

세준의 귀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꾸엥후의 경계에서 약하게 맞아 죽지 않고 기절만 맨티스들이었다.

꾸엥···

[꾸엥이 졸린데 아빠가 깨웠다요···]

"미안. 미안. 다시 자자."

토닥.토닥.

"피어싱."

그런 녀석들은 세준이 꾸엥이를 달래며 직접 처리했다.

그사이 주변이 얼추 정리되자

"근데 왜 구멍이 두 개씩 나는 거지?"

세준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확인하기 위해 성석 피어싱을 들어 확인했다.

[성석 더블 피어싱]

"어?! 진화했네?"

성석 피어싱은 더블 피어싱으로 진화해 있었다. 에일린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특훈을 해 진화에 성공한 것.

"그럼 얘만 남았네."

세준이 자신의 그림자 심장 부근에 자리하고 있는 검은색 보석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이었다.

"에일린한테 보내볼까?"

그렇게 세준이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을 보며 에일린에게 보낼까 말까 고민할 때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 봉인이 미세하게 약해집니다.]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 다크의 봉인이 0.02% 풀립니다.]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이 자신의 봉인을 99.97%까지 풀었다.

"뭐지?"

일단 변화가 있기에 세준은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에게서 시선을 거둬 농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 카이저랑 만날 뻔했네.'

위기를 넘긴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이 안도했다. 최근에 세준의 마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봉인을 풀 여력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어둠의 신 다크의 심장이 안도하는 동안

"맨티스가 더 있나?"

세준은 농장을 돌아보며 남은 맨티스가 있나 찾아보고 있었다.

농장을 점령하고 있던 맨티스를 전부 처치했는데도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

그때

"냥! 박 회장, 저게 어머니 나무다냥!"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있던 테오가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나무를 가리켰다.

"저게 나무라고?"

세준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한 거대한 어머니 나무를 보며 놀랄 때

[탑 79층에서 곧 죽을 어머니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탑 79층의 어머니 나무가 죽으면 코브 왕국 새들은 멸종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어머니 나무가 죽어가는 이유를 찾아 제거하세요.]

남은 시간 : 5일

보상 : 경험치 100만, 50만 탑코인

실패 시 : 어머니 나무의 죽음, 코브 왕국 멸망

기다리던 농장의 주인으로 인정받았다는 메시지는 안 나타나고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5일 남았다고?"

일단 어머니 나무 쪽 일이 훨씬 더 급하기에 농장은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세준은 서둘러 어머니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때

"어?!"

거대한 그림자가 만들어지며

"테오 님, 오셨군요?!"

쿵.

코브 왕국의 왕 루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루이는 테오가 떠난 이후로 매일 먼 거리에서 농장 주변을 한 번씩 정찰하고 있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농장을 살펴보는데

"뭐지?"

농장이 녹색으로 보일 정도로 농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맨티스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함을 느끼고 농장 가까이 왔다가 테오를 발견한 것이다.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이랑 같이 왔다냥! 이제 루이는 걱정하지 말라냥!"

삐욧!삐욧!

[쁘흐흣.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 삐욧이도 왔어요! 앗! 저 잠깐 배 좀 비우고 올게요!]

삐욧이는 아직도 비울 게 많았는지 서둘러 작은 바위 뒤에 숨어 볼 일을 봤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회장님."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그사이 세준은 루이와 얘기를 나눴다.

삐욧!

[저 왔어요!]

삐욧이가 돌아오자

"제 등에 타시죠. 어머니 나무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루이가 자신의 등을 내밀었다.

"네. 고마워요."

덕분에 세준은 하늘을 날며 어머니 나무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좀 추운데?"

물론 털이 없는 세준에게 하늘은 굉장히 추웠지만

"흐흐흐. 얘들아 이리 와."

품에 안은 털복숭이들의 온기를 뺏으며 추위를 극복했다.

그렇게 도착한 어머니 나무 앞.

"우와."

멀리서 볼 때도 컸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 크기에 절로 압도됐다.

"자. 치료를 시작하자."

세준이 정신을 차리고 말하자

"알겠다냥!"

(네!)

치료 담당인 테오와 황금박쥐가 대답하며 각자 자신의 능력으로 어머니 나무를 치료했다.

나머지 세 동물들도 따로 담당이 있었다.

꾸로롱.

뀨로롱.

자고 있는 꾸엥이와 이오나는 파괴 담당.

삐욧!삐욧!

[세준 님, 파이팅이요! 테오 님, 파이팅이요!]

삐욧이는 응원 담당이었다.

척.

세준이 어머니 나무에 손을 올려 치료를 시작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어머니 나무의 손상된 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

..

.

'아픈 곳이 뿌리였구나?'

세준이 어머니 나무의 뿌리를 계속 치료하자

[뿌리가 치유된 어머니 나무가 뿌리를 움직여 자신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존재에게 벗어나려 합니다.]

"생명력을 흡수하는 존재?"

세준에게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때

퀘엑!

거대한 녹색 물결을 만들며 맨티스들이 어머니 나무를 향해 몰려왔고

꾸엥!

[잠 좀 편하게 자고 싶다요!]

"뀨-뀨-뀨-누가 제 잠을 깨운 거죠?!!!"

잠을 방해받은 것에 엄청 빡친 파괴 담당 둘이 잠에서 깨어났다.

278화. 너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278화. 너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어머니 나무의 뿌리가 있는 지하 깊은 곳.

뿌드···득···

어머니의 나무는 자신의 뿌리를 칭칭 감은 수천만 개의 붉은색 촉수들을 벗어나기 위해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어머니 나무의 반항은 한없이 미약하기만 했다.

그렇게 어머니 나무가 반항하는 동안

치이익.치이익.

뜨거운 열을 내는 붉은색 촉수들은 어머니 나무의 뿌리를 불로 지져 상처를 내고

꿀꺽.꿀꺽.

상처를 통해 생명력을 빨아들여 어딘가로 공급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거대한 붉은색 사마귀가 있었다. 맨티스들의 여왕 맨티스퀸이었다.

맨티스퀸은 오래전부터 어머니 나무가 가진 잉태의 힘을 노리고 있었다.

잉태의 힘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태어나게 하는 힘.

어머니 나무가 자신이 피우는 꽃에서 새들을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것도 잉태의 힘이 있어서다.

그래서 맨티스퀸은 잉태의 힘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불의 힘으로 탑 79층의 물을 없애고 어머니 나무가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머니 나무의 힘이 약해지자 이렇게 뿌리에 접근해 잉태의 힘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맨티스퀸은 몇 년째 잉태의 힘을 얻지 못하고 어머니 나무의 생명력만 흡수하고 있었다.

어머니 나무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생명력으로 잉태의 힘을 보호하며 버티고 있었기 때문.

최근 맨티스들의 수가 급격히 불어난 것은 맨티스퀸이 어머니 나무에게서 흡수한 넘치는 생명력을 처리하기 위해 새끼를 많이 낳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조금만 있으면 끝이었다. 드디어 수십 년을 기다린 맨티스퀸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오고 있었다.

어머니 나무의 생명력이 거의 다 바닥난 것.

생명력이 바닥나면 어머니 나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보호하고 있던 잉태의 힘이 자신의 것이 된다.

그때

뿌드득.

세준과 동물들의 치료로 기운을 어느 정도 회복한 어머니 나무가 자신의 뿌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뿌리는 수천만 개의 붉은색 촉수들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콰드드득.

오히려 평소보다 강한 힘으로 벗어나려 하는 어머니 나무의 뿌리를 더욱 강하게 옥죄며 굳히기를 하는 촉수들.

그러나

뿌드득.뿌드득.

어머니 나무도 치료를 받는 지금이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아는지 사력을 다해 다시 뿌리를 격렬하게 움직였고

트득.

드디어 어머니 나무의 뿌리를 감고 있던 촉수들 중 하나가 끊어졌다.

트드드득.

한 번 물꼬가 터지자 하나둘 점점 더 많이 끊어지는 촉수들.

퀘에엑?!!!

어머니 나무를 누군가 돕고 있다는 걸 깨달은 맨티스퀸이 분노했다.

그리고

퀘에에엑!

모든 맨티스들에게 어머니 나무로의 진군을 명령했다.

***

꿰엑!

맨티스퀸의 명령에 어머니 나무를 향해 빠르게 진군하는 100만 마리의 맨티스들과

꾸오오오!

뀨오오오!

그들을 향해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며 빠르게 날아가는 파괴 담당 2인조.

잠시 후

"뀨-뀨-뀨-운석의 힘이여. 적을 향해 떨어져라. 메테오."

콰과광!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꾸엥!꾸엥!

[꾸엥이 잠 방해했다요! 혼내준다요!]

콰과광!

거대한 정의의 몽둥이가 우에서 좌로 휘둘러지며

꿱꼬닥.

100만 맨티스는 전멸했다.

[파수꾼 이오나가 수컷 맨티스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이오나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을 획득했습니다.]

[약초군 꾸엥이가 암컷 맨티스를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25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덕분에 엄청난 경험치를 얻으면 세준은 2번의 레벨업을 했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소중한 씨앗을 많이 많이 모아라.]

채종하기 스킬 100만 번 사용하기(0/100만)

보상 : 71레벨 개방, 1000만 탑코인, 모든 스탯 +100

70레벨이 되며 71레벨이 되기 위한 직업 퀘스트가 나타났다.

채종하기 스킬 100만 번 사용하기. 수확하기 스킬 10만 번 사용, 씨앗 1000만 개 심기에 이은 3연속 노가다 퀘스트.

그래도 보상에 모든 스탯 100 상승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채종하기 백만 번? 뭐···하다 보면 금방 되겠지."

세준은 퀘스트 내용을 보며 적당한 의욕을 불태웠다. 이 정도 상태가 딱 좋았다.

처음부터 너무 뜨겁게 의욕을 불태우면 나중에는 의욕이 사그라지기 때문.

"그리고 지금은 딴 생각할 때가 아니지."

척.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어머니 나무의 손상된 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세준이 어머니 나무에 손을 올리고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잠시 후

"흥흥흥."

세준이 어머니 나무를 치료하며 콧노래를 부르자

꾹.꾹.

"냥냥냥."

테오가 자연스럽게 어머니 나무에 꾹꾹이를 하며 세준의 다리에 궁둥이를 붙이며 콧노래를 불렀다.

(뱃뱃.)

삐욧.삐욧.

이어서 황금박쥐와 삐욧이도 세준의 어깨에 올라와 노래를 불렀다.

황금박쥐는 어머니 나무를 치유하는 노래를, 삐욧이는 모두를 응원하는 노래를.

그리고

꾸엥···

[졸리다요···]

"뀨-뀨-졸려요."

맨티스들을 처치하고 온 꾸엥이와 이오나도 자신의 자리로 가서 자기 시작했다. 꾸엥이는 세준의 품 안, 이오나는 테오의 꼬리에.

꾸로롱.

뀨로롱.

곧 둘의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리자

흥흥.뱃.꾸로.욧.냥냥.뀨로.뱃.삐.롱.

여러 소리가 합쳐지며 듣기 좋은 음악이 됐다. 너무 조화로운 소리에 세준과 동물들은 자시도 모르게 심취해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어머니 나무를 집중해서 치료하고 있을 때

[어머니 나무가 뿌리를 움직여 자신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존재에게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어머니 나무의 뿌리가 뭔가 해로운 것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꾸엥이 일어나면 토룡이랑 같이 지하에 있는 거 처리하라고 해야겠다."

땅파기 전문가인 꾸엥이와 토룡이가 함께면 금방 어머니 나무를 괴롭힌 존재를 찾아낼 것이다.

그때

구구궁.

땅이 울리며 뭔가가 땅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 회장, 위험하다냥! 냐냐냥! 냐냐냥!"

그 뭔가는 땅을 올라오기도 전에 치료 담당이지만, 세준의 경호도 겸하고 있는 테오의 냥냥폭풍권에 처리됐다.

[파수꾼 테오가 맨티스퀸 화염의 이트라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0만을 획득했습니다.]

물론 직업 퀘스트 때문에 경험치는 획득하지 못했다.

'아깝네···.'

세준이 아쉬워할 때

"푸후훗. 박 회장을 나 테 부회장이 지켰다냥!"

테오가 발가락을 벌려 V를 만들며 우쭐해했다.

"아니거든! 나도 강해져서 이번엔 이길 수 있었거든!"

괜히 심술이 난 세준이 반박하자

"아니다냥! 박 회장은 약해서 못 이겼다냥!"

질 수 없다는 듯이 대꾸하는 테오. 빨리 칭찬해달라냥!

"아니거든!"

"맞다냥!"

그렇게 세준이 테오와 투닥거리고 있을 때

-탑농부시여.

누군가 세준을 불렀다.

"응?"

세준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자신에게 말을 건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부르르르.

-탑농부시여. 접니다. 어머니 나무.

어머니 나무가 자신의 앙상한 나뭇가지를 떨며 세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 어머니 나무였구나? 몸은 좀 어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자 세준은 자신의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물었다.

-탑농부시여. 제 치료는 그만하셔도 됩니다.

"어?! 왜? 아직 많이 치료해야 될 것 같은데?"

-저는 주어진 삶을 모두 살아 곧 죽을 겁니다. 대신 이 아이를 받아 주세요.

"아이?"

세준이 의아해할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어머니 나무 씨앗을 농장에 심어 성목으로 키워라.]

보상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땅문서 퀘스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머니 나무가 말한 아이가 뭘 말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세준이 퀘스트를 확인하는 동안 세준의 앞에 앙상한 나뭇가지에 어울리지 않는 싱그러운 꽃봉오리가 만들어졌다.

맨티스퀸에게 생명력을 모두 뺏긴 어머니 나무. 어머니 나무는 자신의 남은 생명력을 불태워 세준의 앞에 생애 마지막 꽃을 피우는 중이었다.

사르르륵.

봉오리가 터지며 안에 연두색의 주먹만 한 씨앗을 가진 하얀색 꽃이 활짝 만개했다.

"······."

어머니 나무가 피워낸 꽃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동안 봐왔던 어떤 꽃보다 더.

어쩌면 곧 저 아름다운 꽃이 져 버릴 걸 직감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더 아련했는지도 모른다.

"이게 네가 말한 아이지?"

-네.

그렇게 세준이 어머니 나무의 꽃에서 연두색 씨앗을 따려 할 때

"어머니!"

코브 왕국의 여왕인 프라나를 선두로 코브 왕국의 모든 새들이 어머니 나무를 향해 날아왔다.

맨티스의 진군을 보자마자 루이가 프라나에게 보고를 했고 프라나가 어머니 나무를 지키기 위해 모든 새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다행이구나. 이렇게 인사할 시간이 있어서.

"네? 어머니, 인사라니요?!"

-프라나, 나의 딸아. 내 삶은 얼마 남지 않았단다. 대신, 이 씨앗에서 나를 대신할 어머니 나무가 태어날 것이다.

"어머니···."

-프라나, 여기 탑농부님을 도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거라.

"네. 어머니."

그렇게 프라나와 얘기를 마친 어머니 나무.

-탑농부시여. 남은 제 아이들을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나무는 다시 한번 세준에게 씨앗과 자신이 낳은 새들을 부탁했다.

"응. 편히 쉬어."

-감사합니다.

어머니 나무는 세준이 자신의 아이들을 맡아준다는 대답에 안도하며 수백 년을 이어온 삶을 내려놓았다

툭.

꽃에서 연두색 구슬이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하얀색 꽃잎이 졌다.

-너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

그게 어머니 나무의 마지막 말이었다.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홀로 외로웠던 어머니 나무. 우연히 잉태의 힘을 얻었고 그 후 새들을 낳아 외롭지 않았다.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

까룩···

찌르르···

뻐꾹···

삐욧···

덕분에 어머니 나무는 자신이 낳은 수많은 새들의 배웅을 받으며 삶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었다.

스르르륵.

거대한 무게를 지탱하던 생기가 사라지자 나무들은 너무도 쉽게 주저 않으며 가루로 바스러졌다.

"세준 님, 어머니 나무의 씨앗을 부탁드립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프라나는 세준에게 어머니 나무의 씨앗을 부탁하고 장례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준이 가루에 묻힌 어머니 나무의 씨앗을 찾으려 할 때

"박 회장, 여기 있다냥!"

가루가 쌓이기 전에 미리 어머니 나무의 씨앗을 챙긴 테오가 세준에게 씨앗을 내밀었다.

정확히 말하면 챙긴 건 아니고 테오의 앞으로 굴러온 씨앗을 테오가 챙겼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라냥!"

이번에는 붉은색 구슬을 건네는 테오.

"이건 뭐···어?! 테오, 근데 너 왜 그래?"

붉은색 구슬을 받던 세준이 뒤늦게 테오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푸후훗. 박 회장한테 좋은 거 주려고 찾다 그랬다냥! 그러니 빨리 나를 쓰다듬어 달라냥!"

테오가 양손에 어머니 나무 씨앗과 붉은색 구슬을 하나식 쥔 세준의 얼굴로 달려들었다.

"야! 퉷!퉷!"

무방비 상태로 털과 흙먼지가 입에 들어간 세준이 짜증을 내며 소리 질렀다.

하지만 세준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 있었다.

목욕은 싫어하지만, 몸단장은 잘하는 테오가 자신을 위해 흙먼지를 뒤집어썼다는 것을 알기 때문. 그게 기분이 좋았다.

'흐흐흐. 이번만 봐주마.'

'푸후훗. 박 회장이 기분이 좋다냥! 더 요구해도 되겠다냥!"

그렇게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는 둘이었다.

279화. 이거 신품종이다!

279화. 이거 신품종이다!

슥슥.

"푸후훗. 박 회장, 손을 멈추지 말라냥!"

테오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세준의 손이 조금이라도 느려진다 싶으면 세준을 재촉했다.

그리고

"알았어. 이제 됐지?"

"푸후훗. 됐다냥!"

세준은 그런 테오의 말에 군소리 없이 테오의 배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이렇게 세준이 테오를 우쭈쭈해주는 이유는 테오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구해온 붉은색 구슬 때문이었다.

테오가 가져온 붉은색 구슬은 맨티스퀸이 죽으며 남긴 것으로

"냥?"

세준이 어머니 나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사이 테오가 앞발의 끌림을 따라 혼자서 땅을 파고 찾아온 것이다.

'흐흐흐. 기특한 녀석, 이것 때문에 봐준다.'

세준이 웃으며 자신의 손에 있는 붉은색 구슬을 봤다.

[생명의 구슬]

맨티스퀸 화염의 이트라가 생명력을 압축해 만든 구슬입니다.

거대한 생명력이 담겨있습니다.

구슬 안의 생명력을 원하는 만큼 빼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체력 500 이상, 마력 500 이상

등급 : S-

거대한 생명력이 들어있는 구슬. 구슬 안에 든 생명력은 세준의 생명을 10번 이상 살릴 수 있는 양이었다.

물론 생명력만 있다고 사는 건 아니지만, 생존에 항상 민감한 세준은 생명력 보조 배터리가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아주 많이.

"박 회장, 이제 츄르를 먹어야겠다냥!"

"배고파? 알았어."

그래서 테오가 바라는 걸 전부 들어주고 있는것이다. 물론 그것도 방해가 없을 때까지였다.

킁킁.

꾸엥?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난다요?]

자고 있던 꾸엥이가 츄르 냄새에 깨어났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큰형아 꾸엥이랑 같이 먹는 거다요!]

테오의 츄르를 탐내는 식탐왕 꾸엥이.

"싫다냥! 이건 내꺼다냥!"

꾸엥!

[나도 먹고 싶다요!]

둘이 싸우기 시작하자

"자. 꾸엥이는 이거 먹자."

세준이 다른 손으로 수제 츄르를 한 숟가락 떠서 꾸엥이에게 줬고 자연스럽게 테오의 우쭈쭈는 끝이 났다.

그렇게 츄르를 먹고

"농장으로 가자. 토룡아."

-네. 주인님.

세준이 토룡이를 불러 동물들과 농장으로 이동했다.

***

탑 43층.

"잠깐 쉰다."

"네? 정말요?"

한태준의 말에 김동식이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되물었다. 먹고 자는 시간 이외에 한태준이 이렇게 휴식 시간을 준 건 처음이었다.

"그래. 쉬고 보스를 공략할 거다."

"네."

탑 43층의 보스는 작열하는 와일드 보어. 자신이 막는 동안 한태준이 매직미사일을 날려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김동식의 생각.

'너 혼자."

"네?!"

"동식이, 너 혼자 보스를 잡는다."

한태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게 시작된 김동식과 보스의 1 대 1 전투.

쿵.

"이겼다아아아!!!"

3시간의 사투 끝에 세준의 농작물을 먹으며 싸운 김동식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 싸운 건 아니고 위험한 순간마다 한태준이 매직미사일로 보스의 시선을 끌어 도움을 주었다.

"헉.헉.헉."

김동식이 힘든 몸을 이끌고 붉은 크리스탈을 향해 다가갔다.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빨리 클리어 보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척.

힘들게 걸어 도착한 김동식이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대자

[탑 43층 클리어 보상으로 경험치 11만, 1000탑코인, 와일드 보어 가죽 방패를 획득했습니다.]

[탑 43층의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탑 44층으로 이동합니다.]

탑 44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누구냐펭?!"

그들은 푸른 펭귄족에게 포위당했다.

***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가는 길.

고로롱.

꾸로롱.

뀨로롱.

배로롱.

삐로롱.

동물들은 세준의 무릎과 어깨 위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고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씨앗]

잉태의 힘으로 열매 대신 새를 낳는 나무의 씨앗입니다.

심은 땅의 영양이 풍부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섭취 시 잉태의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유통 기한 : 3일

등급 : SS

"흐음···."

세준은 연두색 씨앗을 살펴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심은 땅의 영양이 풍부하지 않으면 발아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설명 때문.

거기다 유통 기한도 3일로 짧았다.

"땅에도 사용 가능하겠지?"

세준은 땅에 를 사용해 땅을 비옥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고민하는 사이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응. 고마워."

토룡이가 농장에 도착했다.

척.

세준은 동물들과 토룡이의 머리 위에서 내려와

"얘들아, 잠깐 일어나 볼래?"

"냥···."

"뀻···."

테오와 이오나만 깨웠다. 혹시나 자신이 기절했을 때 응급조치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푸후훗. 박 회장, 내가 필요한 것이냥?"

"뀻뀻뀻. 세준 님, 무슨 일이시죠?"

'응. 혹시나···."

세준이 그들을 왜 깨웠는지 말했다.

그러자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은 박 회장이 권능을 쓰는 것에 반대한다냥! 하지 말라냥!"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테오. 박 회장이 위험한 건 싫다냥! 특히 박 회장의 무릎이 위험해지는 게 싫다냥!

"뀻뀻뀻. 권능을 사용할 때 테 부회장님이 가져온 저 생명의 구슬을 먼저 사용하면 위험한 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에 이오나는 마법사답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게 가능할까?"

"뀻뀻뀻. 네. 제가 보조해 드릴게요."

"응. 고마워."

세준이 이오나에게 고마워하자

"아니다냥!"

서둘러 이오나의 앞을 가리는 테오.

"테 부회장, 뭐가 아냐?"

"고마움의 방향이 틀렸다냥! 생명의 구슬을 가져온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냥!"

결국, 자기를 칭찬하라는 뜻이었다. 아까 칭찬이 좀 부족했다냥!

"그래. 오구오구. 우리 테 부회장 잘했네."

세준이 테오의 궁둥이를 토닥이자

"푸후훗. 알고 있다냥! 그리고 거기가 아니라 여기다냥!"

금세 기고만장해진 테오가 발라당 누워 배를 보였다.

"알았다."

'으이구. 이 화상아···.'

세준이 마지못해 테오의 배를 쓰다듬을 때

"뀻뀻뀻."

쓰담.쓰담.

이오나는 그런 테오의 배를 은근슬쩍 세준과 같이 쓰다듬었다. 뀻뀻뀻. 테 부회장님, 귀여워요.

그렇게 테오의 배를 충분히 쓰다듬고

"이오나, 준비됐지?"

"뀻뀻뀻. 네!"

세준의 머리 위에 자리 잡은 이오나가 재앙의 지팡이를 들고 대답했다.

이오나가 재앙의 지팡이를 꺼냈다는 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 이오나의 각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오나, 실수하면 안 된다냥!"

불안한지 세준의 다리에 매달린 테오가 집중하는 이오나를 방해하며 시끄럽게 굴었고

"뀨-테 부회장님, 조용히 좀 하세요."

"그래. 테 부회장, 입 닫아."

"냥···알겠다냥."

결국 세준과 이오나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나서야 조용히 구경하는 테오였다.

잠시 후

"뀻뀻뀻. 세준 님, 준비됐어요."

이오나가 준비를 마치자

"풍성해져라."

왼손은 생명의 구슬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땅을 짚은 세준이 권능을 사용했다.

권능이 사용되며 세준의 생명력이 오른손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저주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생명력을 흡수해라. 라이프 드레인."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해 생명력을 생명의 구슬에서 흡수해 세준의 몸으로 유도하며 세준의 생명력을 다시 채웠다.

[농장에 가 작용합니다.]

[농장의 땅이 2배 비옥해집니다.]

덕분에 세준은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무사히 권능을 사용했다.

방금 권능 사용으로 사용한 생명력은 세준이 가진 생명력의 10%. 땅이 너무 척박해 토질을 2배 비옥하게 해도 생명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았다.

스슥.

세준이 손가락으로 흙을 만져 토질을 확인했다.

"권능을 몇 번은 사용해야겠는데?"

마른 모레처럼 푸석푸석 흙을 보며 세준이 말했다.

토질이 워낙 척박해 권능으로 땅이 2배 비옥해졌지만, 여전히 척박했다.

"이오나, 다신 한번 갈게."

"뀻뀻뀻. 네!"

권능을 사용하면 땅을 2배 비옥하게 할 테니 생명력도 2배 필요할 거다.

그럼 생명의 구슬에 담긴 생명력을 생각했을 때 7번 정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풍성해져라."

세준이 다시 권능을 사용하자 생명력이 오른손으로 빠져나가 땅으로 스며들었다.

[농장에 가 작용합니다.]

[농장의 땅이 2배 비옥해집니다.]

2번째 권능을 사용하자 흙에 조금 찰기가 생겼다.

"이오나, 다시 한번 갈게. 풍성해져라."

그렇게 세준이 이오나의 도움을 받아 농장 땅에 권능을 6번째 사용할 때

[농장에 가 작용합니다.]

[농장의 땅이 2배 비옥해집니다.]

[농장의 땅이 너무 비옥해 권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가 농장의 토질이 최고치에 도달했음을 알려왔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조심스럽게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씨앗을 꺼내

푹.

단검으로 땅에 구멍을 내고

쏙.

땅에 마력을 투입하며 씨앗을 넣고 덮었다.

[마력이 담긴 땅에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씨앗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씨앗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신품종을 획득할 확률이 5배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그리고

빼꼼.

···i···

수줍게 흙을 뚫고 나온 작은 싹 하나. 땅의 영양분이 충분해 성장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오! 벌써 나왔네?!"

세준이 바닥에 앉아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싹을 보며 흥분했다.

그때

활짝.

···Y···

싹이 벌어지더니

쿠구궁.

거대한 진동과 함께

-싸아아악!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새싹이 이상한 기합을 지르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영양분이 없으면 죽는다고 했구나···.'

세준이 새를 잉태하는 나무에 옷이 걸린 채 하늘로 끌려가며 생각하는 사이

"어?!"

세준의 눈에 저 멀리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땅이 보였다. 땅은 조금씩 희미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저거 그때 그 화단 있던데 아닌가?"

세준이 에밀리의 화단을 떠올릴 때

-싹!싹!

완전히 성장한 새를 잉태하는 나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에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고

뿅.뿅.

꽃봉오리들 사이사이로 풍선에 바람을 넣듯이 부풀어 오르며 에그 푸릇이 열렸다.

"오!"

덕분에 세준의 관심은 금세 에그 푸릇으로 향했고

톡.톡.

열심히 에그 푸릇을 따기 시작했다.

그때

"응?"

세준의 눈에 다른 색 에그 푸릇들이 뜨문뜨문 보이기 시작했다. 노랑색,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 그리고 4색이 줄무늬처럼 그려진 5가지 에그 푸릇.

쿵쾅.쿵쾅.

'이거 신품종이다!'

직감적으로 5개의 에그 푸릇들이 신품종이라는 것을 깨달은 세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휴우."

툭.

세준이 심호흡을 하며 심장을 진정시키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붉은색 에그 푸릇을 하나 따자

[영약 : 체력의 에그 푸릇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에 처음 보는 에그 푸릇의 이름이 나타났다.

그리고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신품종 탄생 업적을 알리는 메시지. 세준의 예상대로 신품종이었다.

"좋아!"

세준이 다른 색 에그 푸릇을 서둘러 따기 시작했다.

***

10번째 탑 안.

"으음···여기는?"

위대한 은빛용 스텔라 히스론이 정신을 차렸다.

280화. 역시 우리 꾸엥이는 효자였어.

280화. 역시 우리 꾸엥이는 효자였어.

툭.

세준이 마지막 다섯 번째 신품종인 4색 줄무늬 에그 프룻을 따자

[영약 : 모듬 에그 푸릇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습합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수확하기 스킬의 숙련도가 채워져 8레벨이 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이어서 신품종을 수확했다는 메시지들.

"지겹네."

사람은 확실히 적응의 동물인 듯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신품종 수확을 연속으로 5번이나 하니 메시지를 읽는 것도 지겨워졌다.

"그래도 이제 거의 끝이다."

세준이 말할 때

[탑에서 신품종 15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검은탑의 위상이 상승합니다.]

[위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 검은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1개 늘어납니다.]

[검은탑 입구의 숫자가 103개에서 104개로 늘어나며 104번째 입구가 가장 안전한 장소에 생성됩니다.]

11번째 신품종에 102번째 입구, 13번째 신품종에 103번째 입구에 이은 검은탑의 104번째 입구가 생성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신품종 15개를 확보했습니다.]

[10번째 탑의 세 번째 시련을 돌파했습니다.]

드디어 나타난 세 번째 시련을 돌파했다는 메시지.

"됐다."

세준이 기뻐할 때

[10번째 탑의 마지막 시련이 발생합니다.]

[10번째 탑의 마지막 시련 : 탑농부는 모든 용족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일손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홉 용족의 용혈을 1L씩 받아 용들과 친함을 증명하세요.]

용들과 친함을 증명하는 마지막 시련이 시작됐다.

"용혈?"

일단 검은용, 하얀용, 붉은용의 용혈은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 나머지 여섯 용족의 용혈만 구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시련을 받고 다시 에그 푸릇을 수확하는 세준.

그때

꼬르르륵.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렸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알았어. 오늘 메뉴는 삶은 에그 푸릇 먹자!"

꾸엥!

[좋다요!]

세준의 요리는 다 좋은 꾸엥이가 두 앞발을 들며 환호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어. 뭘까?"

세준이 꾸엥이를 보며 묻자

꾸엥?

[손 씻는다요?]

"아니."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안다냥! 불을 피워야 한다냥!"

"땡."

"냥? 그럴 리가 없다냥!"

(뱃뱃. 저요! 여기서 내려가야 돼요!)

"맞아. 하지만 반만 맞췄어."

그때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꾸엥이 안다요! 슈퍼 히어로 랜딩이다요!]

해맑은 웃음과 함께 대답하는 꾸엥이.

꾸엥!

[꾸엥이가 1등으로 도착한다요!]

다다다다.

꾸엥이가 냉큼 달려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아니야!

"푸후훗. 슈퍼 히어로 랜딩은 내가 더 잘한다냥!"

테오도 꼬리에 이오나를 매단 채 몸을 날려 공중에서 3회전을 하며 뛰어내렸다. 아니라고!

그리고

(뱃뱃. 저도 할 수 있어요! 슈퍼 히어로 랜딩!)

삐욧!

[뭔지 모르겠지만, 테오 님을 따를게요!]

그 뒤를 따라 뛰어내리는 황금박쥐와 삐욧이. 아니라니까!

여기는 100m 상공 위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꼭대기.

"날 내려줘야 될 거 아냐! 이것들아!!!"

세준이 뛰어내린 동물들을 향해 외쳤다.

와 카이저의 비늘이 있으니 죽지는 않겠지만,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엄청 아플 것 같았다.

"에잇! 어쩔 수 없지."

세준이 나무에 매달려 열심히 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꾸엥?

[아빠 왜 아직도 안 내려온다요?]

둥둥.

다행히 꾸엥이가 세준이 너무 늦자 염동력을 써서 찾으러 올라가다가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세준을 발견해서 함께 내려왔다.

***

10번째 탑 안.

-스텔라 히스론, 일어났느냐?

정신을 차린 스텔라에게 어디선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가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나는 10번째 탑의 관리자다.

"10번째 탑의 관리자요? 그럼 여기는?"

-그렇다. 10번째 탑의 1층이다.

"제가 왜···? 헉!"

그제야 스텔라는 자신이 멸망의 사도 2좌 할파스의 공격을 받기 직전 정신을 잃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리고

"절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을 구해준 10번째 탑의 관리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크흠. 됐다. 어차피 나도 일을 시킬 존재가 필요했으니까.

"일이요? 뭔데요? 저의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뭐든 도와드릴게요.

-곧 10번째 탑의 시련을 통과한 존재가 올 거다. 그 존재가 탑을 올라올 수 있게 돕거라.

"네."

······

"저···근데 언제 오나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네···"

기약도 없이 세준을 기다려야 하는 스텔라였다.

***

"자. 얘들아 먹자."

세준이 음식을 만들고 동물들을 부르자

꾸엥!

[맛있겠다요!]

꾸엥이가 거대한 냄비에 담긴 삶은 에그 푸릇을 보며 흥분했다. 꾸엥이만 흥분했다.

"박 회장, 생선구이는 어디 있냥?"

(뱃뱃. 과일 없어요?)

세준이 뭘 만드는지 상관없이 일관되게 자신이 먹는 걸 찾는 테오와 황금박쥐.

그리고

"뀻뀻뀻. 자요. 태 부회장님의 오른앞발이 되려면 많이 먹어야죠."

삐욧!

[잘 먹겠습니다!]

자신의 땅콩 주머니에서 땅콩 몇 알을 꺼내 삐욧이와 나눠먹는 이오나.

결국 에그 푸릇은 세준과 꾸엥이의 몫이었다.

"자. 여기."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생선구이와 과일을 꺼내 테오와 황금박쥐에게 챙겨주고

"이오나, 삐욧이 여기 하나씩 가지고 있어."

"뀻뀻뀻. 감사합니다."

삐욧!

[세준 님, 감사합니다!]

이오나와 삐욧이에게는 땅콩이 든 주머니를 하나씩 챙겨줬다.

그렇게 다른 동물들의 식사를 챙기고 세준이 삶은 에그 푸릇을 먹고 있는 꾸엥이에게 다가가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꾸엥이 옆으로 수북한 에그 푸릇 껍질들이 보였고 냄비는 이미 절반 정도 비어져 있었다.

꾸엥!

[아빠는 색 있는 거 먹는다요!]

꾸엥이가 색이 있는 에그 푸릇들을 세준에게 권했다. 세준에게 영약들을 양보하는 꾸엥이.

"어? 고마워."

평소라면 몸에 좋은 건 자기가 다 먹을 텐데···웬일로? 꾸엥이의 행동에 불안감이 든 세준. 이거 쓴 건가?

그래도 일단 맛은 보기 위해 냄비 모서리에 붉은색 에그 푸릇을 내리쳐서 깼다.

꾸엥이의 머리에 에그 푸릇을 쳐서 깨보고 싶은 장난기가 잠깐 발동하려 했지만

꾸엥?

[에그 푸릇은 원래 그렇게 깨는 거다요?]

꾸엥이가 에그 푸릇을 들고 자신의 머리를 내리칠 생각을 하니 장난기는 금세 사라졌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 장난기를 자제한 세준이 에그 푸릇 껍질을 까서

톡.

소금에 찍어 입에 넣고 씹자

오물오물.

"으음."

담백함, 고소함만의 약간 심심한 맛이 될 뻔한 걸 소금의 짭짤함이 멱살을 잡고 강제로 캐리하며 입맛을 돋우는 맛으로 만들어줬다.

그래도 노른자의 뻑뻑함으로 인한 목멤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많은 연구 끝에 먹을만한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된 검은탑 비공식 바리스타 세준.

후루룩.

커피를 마시며 뻑뻑함마저 완전히 극복했다.

꿀꺽.

"크···좋다."

세준이 에그 푸릇을 커피와 함께 넘기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짓자

[영약 : 체력의 에그 푸릇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4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노랑색,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 에그 푸릇들은 각 스탯을 4씩 그리고 모듬 에그 푸릇은 모든 스탯을 1씩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세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꾸엥이가 이걸 자신에게 왜 양보했는지. 영약 에그 푸릇은 일반 에그 푸릇과 맛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

맛이 같았기에 세준에게 영약을 양보한 것이다.

'맛이구나!'

덕분에 세준은 꾸엥이가 지금까지 자신의 것을 왜 뺏어 먹으려고 했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꾸엥이는 몸에 좋은 걸 밝히는 게 아니라 그냥 맛있는 걸 먹으려고 한 거였다.

아이템 효과나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 지금까지 몸에 좋은 걸 뺏어 먹는다고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그냥 맛있는 걸 뺏는 거였는데···

"역시 우리 꾸엥이는 효자였어."

그렇게 세준이 이상한 결론을 내고 있을 때

꾸엥.꾸엥.

[꾸엥이가 아빠 먹으라고 했다요. 근데 먹고 싶다요.]

어느새 일반 에그 푸릇을 다 먹은 꾸엥이가 색이 있는 에그 푸릇에 손을 댈까 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꾸엥이 꿀 먹을래?."

꾸엥!

[좋다요!]

그런 꾸엥이에게 꿀을 권하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세준이 들고 있는 유리병을 낚아채는 꾸엥이.

꾸헤헤헤.

핥짝.핥짝.

이미 영약 에그 푸릇은 꾸엥이의 관심 밖이었다.

냠.

덕분에 세준은 편하게 영약 에그 푸릇을 먹을 수 있었다.

***

한국 각성자 협회.

"부협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모든 기사 통제하고 일단 스승님을 찾아서 보고해."

"네!"

한태준의 첫 번째 제자이자 부협회장인 차시혁이 서둘러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필 스승님이 안 계실 때···."

차시혁은 갑자기 한국에 나타난 3개의 검은탑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예전에 생긴 2개의 검은탑처럼 나타나기만 했으면 이 정도로 정신이 없진 않았을 거다. 사람들의 접근만 통제하면 되니까.

하지만 성동구에 있는 왕십리역에 한국의 4번째 검은탑이 생기면서 얘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재앙의 존재가 들어올 수 없는 안전한 지역에 들어오셨습니다.]

검은탑 4개를 선으로 이은 지역 안에 들어온 일반인과 헌터들에게 저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탑 4개가 연결된 지역 안이 세이프존으로 지정된 것.

그것만으로 전 세계가 놀랄 일인데···2개의 검은탑이 용산구의 용산공원과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 생기면서 세이프존이 더욱 넓어졌다.

그로 인해 각국 정부들은 일단 한국 정부와 회담을 신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한국 각성자 협회에 자문위원으로 회담에 같이 참여하길 요청하고 있었다.

***

"활력."

중간중간 활력 스킬을 사용하며 세준은 영약 에그 푸릇 59개를 먹고 힘이 62, 체력이 62, 민첩이 58, 마력이 54 상승했다.

"흐흐흣.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아주 많이 뛰어넘었다."

그렇게 세준이 에그 푸릇을 먹고 흐뭇해하고 있을 때

"푸후훗. 잘 먹었다냥! 역시 박 회장의 생선구이가 가장 맛있다냥!"

생선구이를 배부르게 먹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 위로 올라가 발라당 누웠다.

쓰담.쓰담.

자연스럽게 그런 테오의 배를 쓰다듬는 세준.

잠시 후

고로롱.

테오는 금세 잠들었고

꾸헤헤헤.

꾸엥이는 세준의 엉덩이에 자신의 궁둥이를 붙이고 열심히 꿀을 핥아먹었다.

그리고

"뀻뀻뀻."

이오나는 어느새 테오의 꼬리에 자리를 잡았고

꾸벅.꾸벅.

황금박쥐와 삐욧이는 불 가에 앉아 불을 쬐며 졸고 있었다.

그렇게 평온한 분위기.

"근데 왜 땅의 주인으로 인정이 안 되지?"

세준이 높이 솟은 새를 잉태하는 나무를 보며 의문이 들었다. 퀘스트 완료가 안 됐기 때문.

"이 정도면 성목 아닌가?"

이게 성목이 아니면 이 나무는 앞으로 더 크게 될 거란 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일단 내일 아침에 탑 99층에 다녀와야겠다."

세준은 탑 99층에 있는 용들에게 검은콩이나 삼양주를 대가로 세 용의 용혈을 받고 미리 다른 용들의 용혈도 부탁할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용들의 용혈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빨리 말할수록 좋을 테니까.

"꾸엥아, 자자."

세준이 졸고 있는 황금박쥐와 삐욧이를 들고 말하자

꾸엥!

[알겠다요!]

꿀을 다 먹은 꾸엥이가 자신의 몸을 5m 정도로 키웠고

와락.

세준을 안아 자신의 배에 올리고 누워 다 같이 잠들었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사이

-싹?

새를 잉태하는 나무가 나뭇가지를 움직여 세준과 동물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줬다.

조난 360일 차. 정신없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281화. 저 주인님이랑 같이 다녀도 돼요?

281화. 저 주인님이랑 같이 다녀도 돼요?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을 먹자마자 탑 79층 웨이포인트를 통해 탑 99층에 도착한 세준과 동물들.

"토룡아."

-네! 주인님!

세준은 토룡이를 불러 농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탑 99층 농장에 도착하자

꾸엥!꾸엥!

[집이다요! 엄마 꾸엥이 왔다요!]

다다다다.

꾸엥이가 서둘러 분홍털을 찾아 달려갔다.

그리고

-크하하하. 맛 좋다.

-그러니까 역시 세준이가 만든 삼양주가 최고라니까.

-인정. 무조건 인정.

"안녕하세요."

세준은 분수대에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는 용들을 찾아가 인사했다.

-그래. 어서 와라.

-세준이도 한잔할래?

-크흠. 이건 저번에 받은 삼양주 값이다.

저번에 삼양주 5병을 공짜로 받은 램터가 세준에게 10만 탑코인을 건넸다. 용 체면에 공짜로 받을 수 없었다.

"너무 많은데요?"

-크흠. 나의 성의를 무시하지 말거라.

"네. 그럼 이건 제 성의에요."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11가지 맛 막걸리 2세트를 꺼내 램터에게 건넸다.

-아니. 이건···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있기에 거절하지 못하는 램터.

-크흠. 그럼 어쩔 수 없지.

스윽.

싫은 척 막걸리를 챙겼다.

-근데 무슨 일이냐?

인사를 하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눈치만 보는 세준에게 카이저가 물었다.

"세 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엇이냐?

"앞으로 검은콩이나 삼양주를 드리는 대가로 용혈을 받고 싶어요.

-용혈?!

고오오오.

세준의 말에 카이저가 언성을 높이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게 네가 왜 필요해?!

-···인간 주제에···!

켈리온과 램터도 흥분해서 소리쳤다.

"어···."

용들의 격양된 반응에 위축된 세준.

박 회장은 내가 지킨다냥! 다행히 용들의 기운은 테오가 기운 빨려로 열심히 흡수하고 있었다.

'맞아. 피는 몸에 상처를 내고 뽑아야 하는데···.'

평소에 발톱, 비늘, 이빨을 아무렇지 않게 줬기에 편하게 얘기했는데 용혈은 선을 넘은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세준이 자신이 너무 과한 걸 요구했다고 생각하며 일단 사과부터 했다.

그래도 용들과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용들의 반응이 세준은 조금···아니 많이 서운했다.

그때

-아니. 세준이 네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너냐?! 우리 세준이한테 사과시킨 게?!

카이저가 분노하며 켈리온의 멱살을 잡았다.

-아···아니! 난 아닌데?

-그럼 너냐?!

-나도 아니야!

카이저의 서슬 퍼런 눈빛이 켈리온에서 자신에게로 향하자 램터는 자신도 멱살을 잡힐까 봐 서둘러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사실 켈리온과 램터도 세준의 사과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사과하지?

그들이 흥분한 이유는 세준이 용혈을 달라는 요구로 선을 넘어서가 아니다. '약한' 세준이 용혈을 달라고 했기 때문.

그게 무슨 차이냐고? 용혈에는 용의 힘이 농축된 상태로 녹아 있어 약하고 하찮은 존재는 만지는 것만으로 소멸할 정도로 위험했다.

즉, 세준이 용혈을 만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

'세준이 너한테 용혈은 너무 위험해!'

'넌 너무 약해서 우리 피 만지면 죽어. 다른 거 가지고 놀아!'

'약한 세준이 주제에 어딜?!'

그래서 용들이 흥분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맛있는 술도 팔아주고 멸망의 사도와 싸울 때 필요한 검은콩도 팔아주는 세준은 너무 소중한 존재니까. 절대 위험에 빠지게 둘 수 없었다.

-근데 용혈은 왜 필요한 것이냐?

흥분이 가라앉자 카이저가 타이르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10번째 탑의 시련을 받는 중인데 아홉 용족의 용혈을 1L씩 모으라고 해서요."

-뭐?! 10번째 탑?!

-으잉?!

-엑?!

세준의 대답에 용들이 크게 놀라서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10번째 탑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풀지 못했는데···세준이 10번째 탑의 시련을 받고 있을 줄이야.

'내가 뭐 잘못했나?'

분위가 심상치 않자 세준이 용들의 눈치를 보며 긴장했다.

그때

톡.톡.

"푸후훗. 박 회장, 쫄지 말라냥! 박 회장의 오른팔인 나 테 부회장이 있다냥!"

테오가 그런 세준의 다리를 앞발로 두드리며 토닥여줬다.

"나 안 쫄았거든!"

테오의 말에 정곡을 찔리고 발끈하는 세준.

"아니다냥! 내가 박 회장이 쫄아서 다리 떠는 거 느꼈다냥!"

"아니야! 내가 일부러 흔든 거야!"

"푸후훗. 박 회장, 거짓말한다냥! 나중에 꾸엥이한테 말해야겠다냥!"

"훗. 어차피 우리 꾸엥이는 아빠 말을 더 신뢰해."

"아니다냥! 꾸엥이는 큰형인 내 말을···"

대화의 주제가 세준이 쫄았냐 안 쫄았냐에서 꾸엥이가 누구 말을 더 신뢰하는지로 넘어갔다. 덕분에 세준의 긴장이 완전 사라졌다.

'용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면 에일린한테 다 쫓아내 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세준이 굳은 마음을 먹을 때

-크하하하. 역시 우리 세준이구나! 걱정 말거라. 내가 아홉 용족의 피를 쫙쫙 뽑아다 주마.

켈리온과 램터가 협조하기로 얘기를 끝낸 카이저가 큰소리를 쳤다. 태도로 봤을 때는 용들이 거부하면 패서라도 용혈을 받아낼 기세였다.

-세준아, 용혈을 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이냐?

"네."

-알겠다.

용혈을 모으기만 하는 거라면 쉬운 방법이 있었다. 그냥 용의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는 용기에 용혈을 담으면 된다.

뭐···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튼튼한 재료를 써야겠지만, 용의 육체는 단단하니까.

비늘, 뿔, 발톱, 이빨, 가죽을 재료로 쓰면 용혈의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는 용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부탁드려요."

그렇게 용들에게 용혈을 부탁하고 세준이 잠깐 양조장에 들렀다. 원숭이들에게 줄 게 있었다.

우끼!우끼!

"응. 얘들아, 잘하고 있지?"

세준이 원숭이들의 인사를 받고

"이거 술 만들 때 써."

원숭이들에게 끊어지지 않는 봉을 건넸다.

봉의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 가능해 항아리 바닥까지 잘 저을 수 있고 가벼워 증폭의 대검보다 더 편하게 술을 빚을 수 있다.

우끼!우끼!

원숭이들이 세준의 선물에 황송해했다.

"그럼 계속 수고해줘."

세준은 양조장을 나와 동굴 안에 있는 불꽃이에게 향했다. 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포도리에게 권능을 쓰다 기절하며 흐름이 끊겨 불꽃이를 잊어버린 세준. 오늘은 불꽃이에게 권능을 사용해 크게(?) 자라게 해줄 생각이었다.

'불꽃아, 기다려. 내가 빨리 자라게 해줄게.'

세준이 서둘러 동굴을 향해 걸어갔다.

"불꽃아, 잘 있었지?"

[네! 주인님, 어서 오세요!]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 인사를 건네자 자신의 5개 이파리를 흔들며 세준을 반갑게 맞이하는 불꽃이.

'역시 어렸을 때 잘 못 먹어서 그래.'

아직도 크기가 작은 불꽃이를 보며 세준은 마음이 아팠다.

작은(?) 불꽃이를 볼 때마다 세준은 자신이 잘 보살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책이 들었다.

물론 작아서 귀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작은 상태로 둘 수는 없는 법.

"풍성해져라."

[어?!]

그래서 세준이 불꽃이에게 권능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는 나무에 권능을 사용하면 다음 수확량이 2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발아를 위해 땅에 권능을 사용하며 세준은 권능을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세준은 불꽃이의 크기가 2배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권능을 사용했다.

당연히 불꽃이의 크기가 자신이 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세준은 생명의 구슬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세준이 생명력을 쪽쪽 빨리기 직전

[사과나무에 가 작용···]

메시지가 갑자기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멈췄다.

***

[포도리, 너 요즘 왜 이렇게 안 먹어? 어?!]

[네?! 저 열심히 먹고 있는데요?]

불꽃이의 말에 포도리가 화들짝 놀라며 깨작깨작 흡수하던 영양제를 빠르게 흡수했다.

[그래. 진작 그렇게 먹을 것이지. 여기 더 먹어. 그래야 빨리 세계수 되지.]

영양제 하나를 먹자 셋을 건네는 불꽃이.

[고···고맙습니다.]

포도리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불꽃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절대 감동해서는 아니었다.

'하아. 세계수 때려치우고 싶다.'

세계수가 되려면 이렇게 영양제를 많이 먹어야 되는 줄 알았으면 세계수 후보가 되지 않았을 거다.

그때

[어?!]

[불꽃이 님, 왜 그러세요?]

[비상 상황이야!]

불꽃이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포도리를 지켜보던 불꽃이의 시선이 사라졌다.

***

'주인님이 위험해!'

세준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권능을 사용하자

뚝.

불꽃이는 자신의 5개 이파리가 달린 가지까지를 급하게 부러트렸다.

생각을 하고 움직인 게 아닌 세준을 구하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 덕분에 권능의 범위를 줄여 세준의 생명력 소모를 줄였다.

[사과나무 이파리에 가 작용합니다.]

[사과나무 이파리가 2배 성장합니다.]

"어?! 불꽃아!"

메시지와 함께 이파리가 길어지던 불꽃이의 가지가 부러지며 바닥에 떨어지자 세준이 불꽃이를 붙잡기 위해 달려갔다.

그때

척.

네 개의 이파리를 팔다리처럼 사용하며 슈퍼 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하는 불꽃이.

"어?"

세준은 불꽃이의 행동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주인님···]

아직 상황을 깨닫지 못한 불꽃이는 이파리를 움직이며 몸을 일으켰다. 세준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데서 죽고 싶었다.

포옥.포옥.포옥.

그렇게 생전 걸어본 적 없는 불꽃이가 아랫부분의 이파리 두 개를 다리처럼 움직이며 어색하게 세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세준은 그런 불꽃이를 조용히 지켜봤다. 아까 슈퍼 히어로 랜딩도 그렇고 좀 이상했다. 보통 나무는 부러진다고 걷지 않으니까.

거기다 불꽃이의 몸에서는 뭔가 위태로움보다는 생동감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확신했다.

'우리 불꽃이는 걸을 수 있어! 불꽃아, 힘내!'

그렇게 세준이 불꽃이의 걸음마를 응원하는 사이

[···?]

불꽃이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포옥.포옥.포옥.

이상하게 움직일 만했고 몸이 분리돼 있지만, 다른 뿌리의 감각들도 그대로 느껴졌다.

'포도리 녀석, 또 딴짓하네. 혼내줘야지!'

'베로니카는 또 가지를 부러트렸네. 하아. 농사 재능이 너무 없어. 우리 주인님 농사 실력의 100분의 1만큼만 있어도 가르치기 쉬울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불꽃이는 세준 곁에서 죽겠다는 일념으로 세준을 향해 걸었다.

폭.폭.폭.

점점 더 힘이 붙는 걸음걸이. 불꽃이는 점점 쌩쌩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불꽃이는 걷는 게 익숙해지더니

[주인님, 저 달릴 수 있어요!]

포보복!

세준의 주변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불꽃아, 괜찮아?"

[네!]

불꽃이는 자신이 분리돼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불꽃이는 세계수도 뛰어넘은 존재. 타락한 앤트들이 가진 꽃이나 가지를 분리하는 능력 정도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있는 줄 몰랐을 뿐.

[헤헷! 주인님, 저 주인님이랑 같이 다녀도 돼요?]

"그럼 되지. 이제 같이 다니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특별히 허락하겠다냥!"

세준의 대답에 테오가 한 마디 얹으며 생색을 냈다.

[고맙습니다!]

세준과 테오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불꽃이.

"가자."

세준이 그런 불꽃이에게 손바닥을 뻗자

[네!]

폴짝.

불꽃이가 이파리를 스프링처럼 만들며 세준의 손바닥 위로 점프했다.

조난 361일. 불꽃이가 세준과 함께 여행할 수 있게 됐다.

282화. 내 오른무릎을 허하노라.

282화. 내 오른무릎을 허하노라.

[휴우. 빨리 소화시켜야지.]

불꽃이의 감시가 사라진 사이 포도리가 불꽃이의 강압으로 흡수한 영양분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일단 포도를 만드는 데 영양분을 쓰긴 했지만, 그러고도 한참 많이 남았기에 남은 영양분은 전부 주변 땅으로 퍼트렸다.

[휴우.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그렇게 포도리가 과식한 영양분을 배출하고 후련해할 때

[그래? 내가 기껏 챙겨준 걸 다 버리고 살만하다고?]

[···?!]

불현듯 들려오는 불꽃이의 싸늘한 목소리에 포도리가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불꽃이의 시선이 돌아와 포도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마저 아주 싸늘했다.

화르르륵.

반대로 불꽃이의 뿌리는 불에 휩싸이며 점점 뜨거워졌다.

[저···불꽃이 님···]

타죽을 것 같은 뜨거움을 느낀 포도리가 서둘러 불꽃이에게 잘못했다고 빌려고 할 때

[뭐하냐?]

[네?]

[배출한 영양분 다시 빨아들여! 빨리!]

[네!]

그렇게 불꽃이에게 타죽지 않기 위해 주변에 뿌린 영양분을 다시 흡수하는 포도리.

그때

[와! 주인님, 저 밖은 처음 나와요!]

"그래? 여긴 처음이지? 어디 가보고 싶은 데 있어?"

[아니요. 저는 주인님 옆이면 다 좋아요.]

포도리가 세준과 세준의 어깨에서 쫑알쫑알거리는 작은 존재를 발견했다. 5장의 녹색 이파리를 머리와 팔다리처럼 움직이는 불꽃이였다.

[불꽃이 님?]

기운이 같았기에 헷갈릴 리는 없었다.

[불꽃이 님, 가식 덩어리. 가증스러워요.]

포도리가 자신의 앞에 있는 불꽃이 뿌리를 보며 말하자

[뭐?! 뭐?! 너 주인님한테 말하면 알지?! 너 죽고! 너 죽는 거야!]

괜히 민망한 불꽃이가 언성을 높이며 포도리를 협박했다.

***

취사장 앞.

퍽.퍽.퍽.

"냥···심심하다냥···"

세준의 쌀국수 반죽하는 소리를 들으며 테오가 문 앞에 엎드려 세준을 기다렸다. 반죽할 때는 털 때문에 접근 금지이기 때문.

"이럴 수는 없다냥!"

털 때문에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지는 건 너무 부당했다.

핥.핥.핥.

그래서 테오는 열심히 자신의 털을 핥아 털을 전부 삼켜버렸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 이제 털 안 빠진다냥!"

세준을 부르며 쫄래쫄래 취사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진짜야?"

"푸후훗. 그렇다냥!"

"어디 보자."

쓰윽.

세준이 손가락으로 테오의 몸을 쓸자 잡히는 한 움큼의 털. 털 관리가 쉬웠으면 세준이 테오를 접근 금지 시킬 이유가 없었다.

쓰윽.쓰윽.

몇 번 쓸자 털뭉치 한덩이가 금세 완성됐다.

"아니잖아."

세준이 자신의 손에 잡힌 털뭉치를 테오에게 보여주자

"냥···분명 내가 털을 다 먹었다냥. 이상하다냥···더 먹어야 하냥?"

꼬리와 귀를 축 늘어트리고 밖으로 터덜터덜 나가는 테오.

"야! 털을 왜 먹어?! 이리 와."

척.

테오의 태도에 마음이 약해진 세준이 오른쪽 다리를 들며 말했다. 테 부회장, 내 오른무릎을 허하노라.

"푸후훗."

덥썩.

세준의 허락에 테오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대신 털 안 날리게 가만히 있어야 된다. 알았지?"

"푸후훗. 알겠다냥!"

그렇게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차지하고 좋아할 때

삐욧!

[테오 님, 정찰 다녀왔습니다!]

빠닥.빠닥.

농장을 정찰하고 온 삐욧이가 취사장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척.

삐욧!

[주변에 이상한 건 없었어요!]

자신의 날개로 테오에게 경례를 하며 정찰 내용을 보고하는 삐욧이.

"푸후훗. 수고했다냥!"

'쁘흐흣.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인 저는 이렇게 테오 님의 안전을 위해 항상 주변을 정찰한다고요!'

테오의 칭찬에 혼자 뿌듯함에 취한 삐욧이.

그때

[헤헷. 해가 좋아요.]

삐욧?

삐욧이의 눈에 세준의 오른쪽 어깨에 앉아 해를 쬐는 이상한 녀석이 보였다. 감히! 거긴 내 자린데?! 너 잘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부하 만들기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데 저 정도 녀석이면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쁘후훗.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인 나 삐르르르 요트 님의 첫 번째 부하가 되는 영광을 주마!'

빠닥.빠닥.

곧 부하를 만들 생각에 신나 하며 세준의 어깨 위로 올라간 삐욧이.

툭.툭.

삐욧?삐욧!삐욧?!

[이 자리가 누구 자리인지 알아? 바로 나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인 삐르르르 요트 님의 자리야! 빨리 안 비켜?!]

삐욧이가 불꽃이의 어깨를 날개로 치며 최대한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쁘흐흣. 나 너무 무서운데요. 이러다 저 녀석이 너무 겁을 먹고 기절하며 어떡하죠?

삐욧이가 자신의 무서운 모습에 심취해 있을 때

찰싹.

삐욧이의 얼굴로 나뭇잎 싸대기가 날아왔다.

"흥흥흥."

퍽.퍽.퍽.

지금은 세준이 반죽 삼매경에 빠져 집중하고 있는 상황. 불꽃이는 세준이 볼 때나 조신하지 세준이 안 볼 때는···아주 무서웠다.

삐욧?

갑자기 싸대기를 맞은 삐욧이. 눈가에 눈물이 삥 돌았다.

삐···

억울한 삐욧이가 왜 때리냐고 따지려 할 때

척.

불꽃이가 이파리를 검지처럼 세워 삐욧이의 입을 막았다.

'쁘엥! 나 왜 때려요?!'

그래서 불꽃이를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왠지 소리를 내면 더 심하게 맞을 것 같았기 때문.

[테오 오라버니의 부하니까 한 대만 때린 거야. 앞으로 조심해.]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였지만

뿌덜덜.뿌덜덜.

이미 불꽃이에게 완벽하게 기선 제압된 삐욧이의 다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싸움은 선빵이었어요!'

오늘도 하나 배우는 삐욧이였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힝. 힘들다."

카이-라의 심장 파편에 심혈을 기울여 마법을 각인하다 지친 에일린.

"크히히히. 그래도 거의 다 됐어."

카이-라의 심장 파편에 촘촘하게 새겨진 마법진들을 보며 에일린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며칠만 더 작업하면 생각한 날짜에 맞춰 세준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냠.냠.

"크히히히. 세준이 토마토 맛있어."

그렇게 에일린이 마력 회복을 위해 세준이 준 영약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수정구의 알람 등을 확인하고 있을 때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황금색 메시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응? 초과 달성?"

에일린이 메시지를 누르자

[검은거탑 성장 조건]

-탑농부(A) : 달성

-신품종 10종 이상 탄생시키기 : 초과 달성(15/10)

-경작지 1억 평 이상 경작하기 : 미달성

-세계수 키우기 : ?

-세계의 기운 1만 피스 이상 확보하기: 미달성

-신기 5개 이상 소유하기 : 미달성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 미달성

-검은탑의 입구 120개로 늘리기 : 미달성

나타나는 거탑 성장 조건.

"어?! 언제 언제 신품종이 15개가 됐지?"

에일린이 조건을 확인하며 말했다.

"근데 초과 달성이면 좋은 게 있나?"

에일린이 '초과 달성'이라고 쓰인 글자에 손을 가져가자

[거탑 성장 조건 중 초과 달성 2개가 있으면 조건 하나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크히히히. 세준아 잘했어!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와압.

에일린이 입안 가득 영약 방울토마토를 넣고 다시 카이-라의 심장 파편에 마법을 각인하기 시작했다.

***

탑 44층에서 등 푸른 펭귄족에게 포위돼 감옥에 갇힌 한태준과 김동식.

"오늘이 며칠이지?"

"5월 6일입니다."

한태준이 김동식에게 날짜를 묻자 헌터폰을 확인한 김동식이 대답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잡히지 않기 위해 펭귄들과 싸웠지만, 펭귄들이 입은 갑옷은 한태준의 매직미사일마져 통하지 않았고

"동식아, 무기 버려라."

"네."

펭귄들의 태도에서 그들을 죽이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은 순순히 항복했다.

"시간이 얼마 없군."

"서둘러 나가서 세준 님에게 김치를 전해드려야 하는데···."

김동식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세준의 실종 날짜로부터 1년이 되는 5월 11일에 맞춰 세준에게 김치와 다른 먹거리들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세준의 어머니 김미란의 감독하에 각성자 협회 직원들이 김치를 담그고 레시피를 기록하기로 돼 있었다.

거기다 김미란이 만든 음식을 탑으로 운반하기 위해 1000명의 지구방위대원들이 한국에 입국해 있는 상황.

원래라면 탑 43층 보스를 잡기 전에 돌아가야 일정에 여유가 있었는데 한태준이 보스만 잡고 가자고 우기는 바람에 이런 꼴이 된 것이다.

어쩌다 보니 김치 운반 작전의 최고 지휘관 둘이 지휘를 할 수 없는 상황.

"김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러다 세준에게 전달될 때쯤에는 완전히 쉬어버린 김치가 도착할지도 몰랐다.

"크흠···진짜 보스만 처치하고 가려 했는데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그래도 애들이 우리 대신 세준 님에게 잘 전달할 거다"

한태준도 미안한지 평소라면 김동식의 말에 고함이나 주먹이 나갈 텐데 조용히 얘기했다.

그때

"너희들 세준 님을 아냐펭?"

감옥을 지키고 있던 펭귄들 중 하나가 그들에게 물었다.

***

"반죽 끝."

세준이 완성된 반죽 1000kg을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아공간 창고에서는 상태가 그대로 유지하니 아무 때나 필요할 때 국수틀로 국수를 뽑아내면 된다.

"푸후훗. 드디어 끝났다냥?! 으냐냐냥!"

세준의 끝났다는 말에 자고 있던 테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삐요옷!

세준의 발등에 앉아 테오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삐욧이도 테오를 따라 서둘러 날개를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불꽃이에게 세준의 오른쪽 어깨 자리를 뺏긴 삐욧이는 세준의 오른발등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테오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커피 마시면서 쉬어야지."

잠시 커피타임을 갖기 위해

드르륵.

세준이 맷돌로 원두를 간 후

툭.툭.

커피 가루를 검은색 광택이 나는 드리퍼에 넣고

쪼르륵.

원을 그리며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다.

드리퍼는 에일린이 용의 비늘로 만들어 준 것으로 보온 마법이 걸려있어 물의 온도를 뜨겁게 유지시켜 준다.

덕분에 커피 추출이 활발해져 진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후루룩.

"크으. 진하다."

그렇게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세준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 타임을 갖자

"푸후훗. 좋다냥!"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서,

[헤헷. 따뜻해요.]

불꽃이는 세준의 어깨에서,

삐히히.

[히히.]

삐욧이는 세준의 발등에 앉아 세준과 함께 따뜻한 해를 온몸으로 맞으며 일광욕을 즐겼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약초 캐왔다요!]

다다다다.

분홍털을 만나고 약초밭에 다녀온 꾸엥이가 약초를 들고 달려와

폴짝.

세준의 품에 안겼다.

꾸엥!

[여기 약초 있다요!]

세준의 품에 안긴 꾸엥이가 간식주머니에서 약초를 꺼내기 시작했다.

단맛이 나는 푸른색 칡뿌리 10개와 쓴맛이 나는 흰색 칡뿌리 하나, 신맛이 나는 연두색 칡뿌리 하나.

[헤헷. 꾸엥이 안녕?]

팔랑.팔랑.

그렇게 세준에게 약초를 건넨 꾸엥이에게 불꽃이가 자신의 이파리를 흔들어 인사했다.

꾸엥?

[불꽃이 누나다요?]

불꽃이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기운을 느낀 꾸엥이가 물었다.

[응. 나 이제 같이 다닐 수 있게 됐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잘됐다요!]

둘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이제 내려가자."

커피를 다 마신 세준이 동식물들과 탑 79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어?! 여기도 괜찮은 세계수 후보가 있었네요? 오너라. 내 뿌리.]

새를 잉태하는 나무를 본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를 탑 79층으로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