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장.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보네
진운서는 후부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앞에는 항상 부를 지키던 시위들이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때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뿐만 아니라 저택 앞의 큰길에도 시위가 없었다.
‘다 어딜 간 거야?’
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귓가에 한 부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심 좀 해. 멀리 북지에서 가져온 거란 말이다. 그 물건들을 남원(南院)으로 옮겨.”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북지 사람처럼 차려입은 부인 하나가 보였다. 나이는 쉰까지는 아니고, 마흔 살 언저리인 것 같았다.
‘저 사람이 바로 어머니의 동생?’
이때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모님, 어머니는 아직 불당에 계세요. 짐을 다 옮기는 대로 제가 모시고 갈게요. 부의 대문과 큰길을 지키는 시위들은 향 하나를 태울 시간만큼만 빌려드릴 수 있어요.”
진운서는 손화니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그 목소리에는 손윗사람을 대하는 손아랫사람의 공손함이 담겨있었다.
“화니야. 후부가 이렇게 큰데 하인은 왜 그렇게 적은 거야? 내가 여기에 왔으니, 나한테도 하인 몇 명을 보내 줘야 할 것 아니야?”
웃음기가 담긴 말투였다. 무심코 묻는 말처럼 들렸으나 사실 부인의 마음속에는 꿍꿍이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건 침묵뿐이었다. 손화니는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였지만, 도무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운서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오자 치맛자락이 펄럭이며 몇 개의 층을 만들어냈다.
“북지에서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후부에는 며칠이나 묵으실 생각이신가요?”
손화니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진운서의 앞에 섰다.
“형님, 이분은 어머니의 동생이세요.”
말을 마친 손화니가 애써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말도 마세요. 저도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요. 어머니와 이목구비가 닮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 말을 믿지도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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