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장. 운서야, 날 때려줘!
조정에 나가기 전, 진형이 분부했다.
“오늘 아침밥을 만든 숙수에게 월은을 더 챙겨주려무나.”
진형이 그 말을 남기고 발길을 옮기자, 진운서가 얼른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은자는 필요 없어요. 대신 초사흘에 외출해서 대자은사의 묘회에 다녀오게 허락해 주세요. 조금 늦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진형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아 네가 만든 것이냐?”
“당연하죠. 아버지, 상으로 외출을 허락해 주실 거죠?”
묘회가 열리는 날이면 대자은사 주변은 낮부터 떠들썩해졌고 밤에는 더욱 그랬다. 딸은 계속 그런 시끄러운 곳을 찾지 않았는데, 올해는 이전과는 달랐다.
모두 여인은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하지만, 혼자서 키운 다 큰 딸을 데리고 있는 사내 역시 그랬다. 특히 그의 딸은 한창 꽃다운 나이였다.
진형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 씨 그놈이 참 수완이 좋구나.’
딸은 어려서부터 일찍 철이 든 데다 예를 지킬 줄 알았다. 또한 소근언은 그 탁월한 능력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으며, 드물게 용기와 지략을 모두 지닌 사내였다.
이 점에서 진형은 소근언을 아주 높이 평가했다. 그 사내는 자신만의 힘으로 집안을 일으킬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딸과 관련된 일이라 진형으로서는 한 번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진형이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된다.”
말을 마친 진형은 딸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서 아주 빠른 속도로 앞으로 걸어갔다.
진운서는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아버지의 커다란 조복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청을 거절했다. 예전이라면 분명 승낙하셨을 일이었다.
아버지의 태도가 변한 건,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후부터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아버지가 소근언의 저택으로 보낸 밤 한 광주리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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