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장. 체면을 사정없이 깎아내리다
순간 류 어멈은 울화가 치밀어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큰아가씨의 싸늘한 표정을 보자 감히 경솔히 굴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곳은 장방의 공간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머쓱한 듯 말했다.
“큰아가씨, 소인은 셋째 아가씨를 위해 물건을 가지러 온 것뿐입니다. 이 늙은 것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리 벌하려 하십니까?”
류 어멈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으며, 눈빛에도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전혀 모른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이유로 큰아가씨가 그녀에게 매질을 한단 말인가.
류의는 오래전부터 류 어멈이 눈에 거슬렸었기에 이 기회를 빌려 엄하게 꾸짖으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큰아가씨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면, 더더욱 호된 벌을 받아야지.”
말을 마친 진운서가 아주 빠른 속도로 옆에 있던 여종에게 눈짓했다.
여종은 재빨리 명을 받들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더니 곧 사동 몇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류 어멈도 뚱뚱한 체형이지만 두 사내가 좌우에서 협공하여 양팔을 잡으니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진운서가 조금 전에 말한 그대로 행하려 하자, 깜짝 놀란 류 어멈은 차마 체면을 차릴 틈도 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귀한 큰아가씨께서 어찌 일부러 사사건건 잘못된 곳을 지적하며 이 늙은이를 난처하게 하신단 말입니까! 아가씨께서 그저 소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거라면 소인도 딱히 할 말은 없긴 합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어깨를 부르르 떨더니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목청껏 울부짖었다.
“둘째 부인께서 돌아오시면 이 늙은이를 위해 정의가 뭔지 보여 주실 겁니다! 진부의 두 방은 원래부터 서로 화목하게 지내왔는데, 아가씨 때문에 이 꼴이 되었어요! 먼저 가신 노부인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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