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화. 양심
남량, 수도.
이날은 조후의 즉위식이었다.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고 햇빛이 찬란했다.
왕비는 조후의 친고모지만 이제 동림왕부의 형양군주로 알려진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북왕비일 뿐이었다.
남량 황제의 즉위식에 제나라 사신은 참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즉위식이 끝난 뒤에 궁에 들어와 축하할 수밖에 없었다.
조후는 용포를 입고 천지신명께 고한 뒤 능왕으로부터 옥새를 받았다.
그가 옥새를 높이 들고 제일 먼저 내린 성지는 국호를 임(臨)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남림(南臨).’
무릎을 꿇고 있는 남량 황실 사람 중 나서서 뭐라고 하는 자는 없었다.
목숨 하나 보전하는 것도 힘든데 누가 감히 나서서 조후한테 양심이 없다고 비난하겠는가?
능왕이 황위를 물려주니까 국호를 바꾼다?
능왕이 어떻게 황위에 앉았는지는 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 국호를 듣자마자 어떻게 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충신을 죽이고 양장(良將)을 죽임으로써 남량이 스스로 멸망을 자초했음을 온 천하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남량 선황이 뿌리를 다 뽑지 못하고 화근을 남긴 것을 원망했다.
조후는 원래 국호를 동림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조상이 동의하지 않았다. 이제 막 즉위해서 정국이 아직 불안정했고 또 어쨌든 능왕으로부터 황위를 물려받는 것이니 남량 황실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살려 줘야 했다.
모두가 그의 의도를 알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남림을 동림이라고 부를 것이다.
호칭이 많아지면 언제 바꾸든 모두 그의 말에 달렸으니 지금 다툴 필요가 없었다.
즉위식이 끝나자 조후는 신하들과 궁으로 들어가 연회를 베풀었다.
모든 신하가 같이 즐겼다.
연회가 시작한 지 일각이 지나자 왕야 등이 축하 사신으로 궁에 들어왔다.
남림 대신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동림왕부의 형양군주가 살아있다는 것이 헛소문이 아니었다. 바로 제나라 진북왕비였다.
남림 연회는 제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래와 춤이 무르익고 술잔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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