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4화. 식사량
소숭은 망원경이 너무나 궁금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그래서 몰래 동향후의 막사에 들어가 그것을 훔친 뒤 남안군왕 일행과 감상하려고도 했었다.
그 결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마터면 동향후에게 자객으로 오해받아 목숨을 잃을 뻔했다.
소숭은 한바탕 얻어맞은 뒤 망원경을 갖고 도망쳤고, 남안군왕 등과 밤새워 연구를 해 봤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 멀리까지 볼 수 있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망원경은 동향후가 다시 갖고 갔고 소숭과 초순 등은 성문을 지키는 벌을 받았다.
그렇게 한참 뒤, 소운이 다시 망원경을 보내왔는데 무려 다섯 개였다.
왕야와 기북후, 소숭이 하나씩 가졌고 나머지는 수성관(守城官)에게 줘서 수성을 책임지는 자가 쓰게 했다.
그동안 장군들은 앞다투어 성을 지키려고 했고 망원경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알았기에 너무나 갖고 싶은 상태였다.
동향후가 소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망원경은 어디서 난 것이냐?”
“제가 사람을 시켜 만든 것입니다.”
“…….”
행아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덧붙였다.
“처음에 세 개를 만들었는데 아가씨께서 폐하께 하나 드리고 두 개를 후야께 보낸 것입니다.”
아가씨 심중에는 그래도 후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향후는 불만이 커졌다.
“이렇게 좋은 물건을 폐하께 드리는 것은 너무 낭비가 아니냐?”
“…….”
“…….”
이 말은 매우 불경(不敬)하여 황제가 들었다면 분명히 진노했겠지만 맞는 말이었다.
황제는 고작 풍경에 보는 데 쓸 뿐이지, 어디 그들처럼 적의 동태를 살피는 데 쓰겠는가?
소운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구황자 일행에게 하나씩 줬다고 말했다가는 집안을 망쳐 놓은 자식 취급을 받을 것만 같았다.
행아도 더는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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