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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내버려두다

59화. 내버려두다

행아는 가는 길에 계속 고개를 돌려보며 대나무집으로 돌아갔다.

소운은 그녀에게 약재를 갈라고 시켰고, 행아는 지난 일을 금방 잊어버렸다.

행아는 절구를 들고 약을 달이는 소운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아가씨, 얼마나 갈면 될까요?”

소운이 대충 보더니 말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께도 보내드리게 많이 갈거라.”

행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돌아가 앉아서 계속 약재를 갈았다.

소운은 약을 달인 뒤 그릇에 옮겨 담았다.

뒤에서 행아가 서랍을 열어보더니 말했다.

“아가씨, 포황(*蒲黄: 부들의 꽃가루. 지혈제(止血劑)로 씀)이 없어요.”

“없다고? 왜? 서랍에 가득 있던 것은?”

소운이 물었다.

“서랍에 가득 있던 것은 모두 갈았습니다.”

“…….”

소운은 갈려있는 포황을 보더니 다리에 힘이 조금 빠졌다.

많이 갈라고 했더니, 전부 다 갈아버릴 줄이야…….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나 많이 간 거야?”

소운이 이마를 짚고 물었다.

“나리들께도 보낸다고 하셨잖아요.”

행아가 답했다.

‘그들에게 보낸다고 해도 이렇게나 많이 쓸 수 있겠니.’

“너는 얼마나 보내려고 한 거야?”

소운이 물었다.

“한 말이요.”

“…….”

“얼마나?”

소운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여겨 다시 물어봤다.

“한 말이요.”

행아는 소운이 잘 듣지 못하는 것 같아 또박또박 답했다.

“이만한, 한 말이요.”

“진심이야?”

소운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진심이죠. 나리께서 약을 사실 때는 항상 한 말씩 사셨는걸요. 다른 사람이 나리께 약을 보낼 때도 이렇게 한 말씩 보냈어요. 나리와 큰 공자님께서는 청운산 형제들이 쓰는 약은 어떤 약이든지 같이 쓰셨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그들과 먼저 나누셨지요. 그러니 아가씨께서 조금만 보내시면 모자랄 거예요.”

“…….”

‘아버지께서 사람들을 이리도 진심으로 대하시니, 사람들이 아버지를 따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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