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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누가 내 이불을 뺏어 갔어? (3)



78화. 누가 내 이불을 뺏어 갔어? (3)

천월은 계속 고개만 가로저으며, 굳은 표정만 보였다.

“나도 인연이 없을 거예요. 난 부처님을 믿지도 않고, 불교 신자도 아녜요. 오라버니, 제발 날 좀 그만 괴롭혀요! 늙은 중이 날 출가시켜 영 대사의 비구니 스님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떡해요? 난 절대 안 가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영 대사에 비구니 스님도 없을뿐더러, 누이가 비구니 스님이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야.”

모한이 엄격한 말투로 계속해서 천월을 설득했다.

“아무튼 난 안 가. 죽어도 안 가요. 아니, 못 가요. 절대로 안 갈 거야.”

천월은 연신 거절의 단어만 나열하며, 확고한 자신의 뜻을 전했다.

“아무래도 내가 널 끌고 가야지만 갈 것 같네.”

모한은 천월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월에게 가까이 걸어가 천월의 팔을 잡으려 했다. 깜짝 놀란 천월이 모한을 피하려는 순간, 밖에서 현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 세자, 안에 계십니까?”

순간 모한이 놀라서 창밖을 쳐다보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고 담담히 물었다.

“무슨 일이냐?”

“경 세자께서 운 세자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만나 뵙기를 청하셨습니다.”

현가의 목소리에, 모한은 눈썹을 찌푸리며 침묵에 잠겼다. 천월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태껏 현가가 이렇게 반갑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에 얼마 전 그의 계략으로 부용 생선요리를 마음껏 먹지 못했던 일은 이제 그만 용서해 주기로 했다.

‘아, 모한 같은 골칫거리가 하필 이 운천월의 친 오라버니라니.’

‘오라버니를 아버지와 같이 따라야 한다.’ 라는 옛말을 익히 들어왔기에, 이곳에선 그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

그러나 천월은 평생을 관리자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곳에 온 이후론 한순간 모든 역할이 바뀌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도리어 관리를 당하고 있으려니,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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