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화. 신방 도박장 (2)
“이 서신은 안 볼 거예요?”
7공주가 천월이 든 서신을 가리켰다.
“어떻게 봐요. 이제 제가 살 궁리부터 해야죠.”
천월이 서신과 향낭을 힐끔거리며 생각했다.
‘영소탁의 필체가 이렇게 훌륭했었나?’
이런 필체는 분명 오랜 시간 연습을 걸쳐 길러진 것이었다. 하지만 영소탁이 무엇을 썼든 간에 그냥 보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선택지였다. 더는 영소탁과 얽히고 싶지 않으니 아예 공력으로 서신을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이리 다오.”
그때, 용경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천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천월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뭘요?”
“네 손에 있는 거.”
용경이 답했다.
천월은 걸음까지 멈췄다. 용경은 절대 이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이내 천월은 용경이 내민 손을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냥 서신일 뿐이니 없애버릴게요! 괜히 손만 더러워지잖아요.”
“운천월, 그 서신이 네 손을 더럽혔어?”
용경은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민 손도 거두지 않았다.
천월은 금세 울상이 되어 얼른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그냥 영소탁이 준 거예요. 나랑 사이도 안 좋아서 걸핏하면 서로를 죽이려한 건 세자도 잘 알잖아요. 분명 헛소리일 거예요. 좋은 일도 아닐 테니 없애버리는 게 마음도 편하죠.”
“그래?”
용경이 갑자기 멈춰서 천월을 돌아보았다. 쏟아지는 용경의 그윽한 눈빛에 천월은 고개를 폭 숙여버렸다.
“영소탁이 무슨 바람이 든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큰 병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아요.”
“응? 머리가 어떻게 되었다고?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던데.”
용경이 살짝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눈썹을 까딱였다.
천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고 용경을 쳐다보았다.
“어쨌든 난 어떠한 행동으로도 그를 건드린 적이 없어요. 날 믿어야 해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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