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화. 거래 한 건 (3)
엽청은 순간 할 말을 잃고 천월만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여인의 고운 눈에 담긴 굳건한 빛, 차분한 표정, 투명한 눈동자. 천월은 특유의 자색 옷을 입고 우아한 기품을 발산하고 있었다. 순간 엽청은 이 짙은 붉은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천월의 앞에서 자신이 아주 희미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껏 엽청은 천하에 그 어떤 여인도 자신보다 계략에 능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자부해왔다. 참 가녀린 몸이지만 7년 전에도 야경염에 대한 중임을 맡을 만큼 엽청은 본인이 막강한 포부까지 갖춘 사람이라 자신했다.
엽청이 언제나 갖고있는 신념은 자신의 나라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선 그 어떤 것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천월의 말이 엽청의 신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선한 마음을 지킨다는 건 참 순진하고 어리석은 일이라 엽청은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다들 외면해버리는 진실이지만 사실 모두가 악한 마음에 물드는 것이야 말로 유약하고 어리석은 일이며, 선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지혜롭고 현명한 일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 누구나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다투는 세상에 굳건히 선한 마음을 지키며 살 그런 인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지금 엽청은 바로 눈앞에서 그런 단단한 여인을 만났다. 투명한 눈빛을 반짝이며 당당히 선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앞에서 엽청은 순간 자신이 매우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엽청은 동요된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히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래요, 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이 더 필요한 거죠?”
천월은 잠시 고심하다 대답했다.
“그럼 비밀스런 진상을 더하기로 해요. 그날 오문 밖 만주왕이 자초 독에 중독됐고 공주도 다쳤었죠? 하지만 그 일엔 진짜 진상이 있잖아요. 맞죠?”
“그건 안 돼요, 말할 수 없어요.”
엽청은 고민도 않고 단호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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