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온천 봄빛 (1)
이윽고 천월은 문을 나섰고, 옥탁은 천월이 갈아입을 옷을 들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마침 천월이 나오자 작은 소리로 공손히 말했다.
“소인 아가씨께서 갈아입을 들고 왔는데 두 분께서 대화를 나누고 계셔서 감히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옷이 다 말랐군요. 어서 돌아가서 따뜻한 물로 씻으십시오. 감기에라도 걸리시면 큰일입니다.”
“응, 알겠어!”
천월은 온몸이 으슬으슬해 어서 가서 따뜻한 물로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용경 이 망할 자식! 부상을 당해도 여전히 흑심을 품고 날 괴롭히다니.’
천월은 곧 옥탁이 건넨 옷을 받아서 천월각으로 향했다. 그런데 천월이 막 발걸음을 뗀 순간, 왼쪽에서 갑자기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천월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난데없이 현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천월의 앞에 착지했다.
천월은 문득 현가를 보며 자신도 저렇게 무공을 펼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매번 현가가 자신의 앞에 다다랐을 때야 그를 발견하곤 했는데 오늘은 분명 5초 정도 빨리 자각한 것 같았다.
매우 짧은 시간이긴 해도 진정한 고수들에게 있어 5초란 5개의 검초(剑招)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천월의 무공은 본래 현가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뜻했다. 천월은 곧 미소를 지으며 현가를 바라보았다.
현가도 막 마침 착지를 하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천월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현가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천월은 벌써 현가가 왔음을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현가는 간담이 서늘해져,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무슨 일이야?”
천월은 이미 신발을 던진 그때는 다 잊었다는 듯 기분 좋게 말을 건넸다.
“천월 아가씨, 소인 아가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지금 세자께서…….”
현가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천월은 순식간에 웃음을 거두고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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