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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8화. 뜻밖의 이야기

1088화. 뜻밖의 이야기

천월은 자세를 바로 한 뒤, 조금 더 온화한 투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남 가주가 원하는 게 군직은 아니라는 건 짐작하지만 다른 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원래 세상 가장 알기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근데 당신이 용경에게 조건을 말하기 전에, 한마디만 더 하고 싶어요.”

“무슨 큰 이치라도 말씀해 주시려는 겁니까? 경 세자비께서 세상 사는 도리를 많이 알고 계신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게 많아도 말해 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말한 적은 없어요.”

“그럼 귀담아듣겠습니다.”

“창정을 상대할 사람이 꼭 남 가주여야 할 필요는 없어요. 용경이 딱히 남 가주의 조건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말이에요. 풍신도 할 일이 없어 지금 한가하게 놀고 있을 거거든요.

그래도 남 가주가 용경에게 정중히 청을 올린다면, 용경도 기꺼이 들어줄 거예요. 용경이 얼마나 관대하고 착한 사람인지 잘 알잖아요.

본래 사람은 태어나 한 세상을 살고, 풀은 나서 봄 한 철을 산다고, 가문의 흥망성쇠도 순간이라 금방 사라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남 가주도 지금 내가 무슨 말하는지 잘 알 거라 믿어요.

내 삶은 내가 지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죠.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내 삶을 망치는 거죠. 내가 할 말은 이게 다예요. 이제 할 말이 있다면 용경과 직접 이야기하도록 해요.”

천월은 그대로 일어나 옷 주름을 정리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남의는 내내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러나 천월의 마지막 한마디가 남의의 마음을 동요시킨 것 같았다.

용경은 의자에 고요히 앉아, 천월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응.”

천월이 막 문턱을 딛는데, 남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천월을 불렀다.

“잠시만요!”

천월도 멈춰서 남의를 돌아보았다. 남의는 입술을 오므린 채, 의연한 눈빛으로 천월을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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