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4화. 삼생석
천월은 커다란 바위에 고요히 누운 누군가를 응시하며, 옷소매 안으로는 두 손을 움츠렸다.
큰 키에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먹색 옷을 입고 바위에 누운 한 사내가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그에게선 천하에 가장 독보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역시 천월의 직감이 정확했다. 예상대로 여기서 기다리는 사람은 야경염이 아닌 용경이었다.
그가 누운 곳이 바로 천월이 상관명모에게 이야기했던 그 삼생석이었다.
천월은 음양진 같은 것으론 결코 용경을 곤란하게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설령 용경의 오만 병마는 가둬도 용경은 절대 가둬 둘 수 없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저 남자의 손바닥 안에 있는데, 세상 어디에 그가 계산하지 못할 일이 있을까.
천월은 그와의 재회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화를 내지 않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그렸다.
그 순간, 용경이 갑자기 얼굴을 가린 소매를 치우고 천월을 돌아봤다. 그리곤 멀지 않은 곳에 입가를 실룩거리는 천월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오늘 밤은 달빛, 별빛 하나 노닐지 않았지만, 꼭 동그란 달이 땅으로 내려온 듯 주위가 환해졌다. 용경의 눈빛이 미친 듯 무너져내리고,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월도 그제야 용경과 완벽히 조우했다. 어두운 밤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는 여전히, 언제나처럼 너무도 아름답고 눈이 부신 외모를 자랑했다.
그는 천월과의 이별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얼굴에선 마음고생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늘 그렇듯 그림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곧 천월이 그를 보며 전보다 더 밝게 웃더니 운을 뗐다.
“모용 공자, 안색을 보아하니 그동안 잘 지내신 것 같군요.”
모용 공자……. 그 호칭만으로도 두 사람의 거리가 실감이 났다. 용경도 바위에 얹었던 손이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평소처럼 온화하게 답했다.
“운천월, 참 빨리도 왔구나.”
“천천히 올 수가 있어야지요.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한시가 급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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