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6화. 운무를 헤치고 나와 (1)
이내 상관명모는 천월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운 왕가에 안 가 볼 것이오?”
“네,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운 왕가에 안 갈 거면 짐 정리하시오. 여기를 떠나야 하니.”
“어디 가는데요?”
상관명모가 만지고 있던 나침반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 왕가, 운 왕가 그 어르신 두 분은 아무래도 얘기가 잘 통하나 보오. 전갈을 보내오셨소. 우리 둘 다 그쪽으로 오라고 하셨소.”
“싫어요! 안 가요.”
“안 간다고? 왜? 설마 황궁을 떠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 연왕의 조건이었소. 당신이 안 오면 청산성에 출병하려던 옥 태자를 막겠다고 했소.”
“연왕께서 자서를 막는다고요?”
“진정 연 왕가가 해국에서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오? 그분이 정말로 막겠다면 황제도 어찌할 수 없소.”
상관명모가 손을 내민 순간, 천월은 벼락같이 창가 쪽으로 도망쳤다. 이내 상관명모는 허공에서 손을 움찔거리다 천월을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내가 당신 하나 잡지 못할 거라 생각하오?”
천월은 여전히 등을 돌리고 창밖만 바라보며 차갑게 답했다.
“상관명모, 바둑 한판도 몇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당신이 애초에 판을 벌리려면, 원래 이 판에 있던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했어야죠.”
상관명모는 순간 굳어진 얼굴로 말을 잃었다.
창밖에선 밤바람이 솔솔 걸어들어와 어둑어둑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천월은 잠시 그 밤빛을 맞다가 천천히 돌아서 밖으로 향했다.
“어디 가시오?”
상관명모가 서둘러 천월의 뒤를 쫓았지만, 천월은 상관명모보다 한 걸음 더 빨리 나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상관명모, 지금 이 문밖으로 한 발이라도 내딛는 순간 심장에 화살이 박힐 거예요.”
상관명모는 문득 걸음을 멈췄고, 밖에 있던 천월은 사방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만약 저 사람이 침전을 나서면, 바로 활을 쏴. 죽든 말든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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