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집으로 돌아가다
황제가 엄중히 나무라자 정각이 어깨를 움츠리더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황제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내게 궤변을 늘어놓지 말아라. 이 일은, 너 외에는 할 다른 이가 없어!”
정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 황제는 그를 한참 쳐다보다가 잔을 들어 차를 몇 모금 마시고는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올 때는 밤낮으로 달려서 돌아왔느냐?”
“예.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새해를 맞이하려 했습니다.”
“그렇군.”
황제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어쨌든 원래보다 철이 많이 들었구나.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됐으니. 그래, 북삼로의 뒷일은 짐이 엄 승상에게 총괄하라 하겠다. 너는 가서 엄 승상에게 일을 건네주고, 돌아가서 푹 쉬도록 해라. 15일이 되면, 다시 부(部)로 가서 일을 보도록 해라.”
정각이 기뻐하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가려 하는데, 황제가 무슨 생각이 난 듯이 손을 들어 그를 멈추고는 부드럽게 분부했다.
“네 고모를 뵙고 나서 궁을 떠나거라. 계속해서 너를 걱정하더구나.”
정각은 황급히 대답하고는 손을 모으고 근정전 문을 나선 뒤에, 성큼성큼 온취궁으로 향했다.
잠시 후, 정각은 온취궁에서 나와 다시 급하게 엄 승상에게 일을 맡기고는 말에 올랐다. 그리고 똑같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종복과 수하, 호위병에게 둘러싸인 채로 여남왕부로 질주해갔다.
정각은 대문 앞에 도착하여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몰려나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는 문지기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말채찍을 원산에게 팽개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외쳤다.
“상이다!”
정각은 은자 주머니를 던지고서 영벽을 끼고 돌아 곧장 중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중문 안에서는 소난이 짙은 자색으로 자수가 놓인 은여우 두봉을 입은 채로 죽청과 선익 등 시녀와 어멈들을 이끌고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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