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목자국(木字局)
정각이 잠자코 주경연을 바라보자, 주경연은 슬픈 듯 고개를 떨군 채 나지막이 말했다.
“소난 말이 맞아. 황가에는 부자도, 형제도 없군!”
정각은 괴이한 표정으로 주경연을 바라보며 입을 닫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주경연이 고개를 돌려 정각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무겁게 두드리더니, 한숨을 쉬며 무언가 그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각아, 난 정말…… 이렇게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넌 모르겠지만, 요 며칠 나는 늘 꿈에서 우리의 옛일을 봐.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나가서 술을 마시고 싸우고 노래를 부르고 싸우기도 하고, 노래하는 소녀를 보고, 춤추는 여인의 기교를 보고, 또 몰래 빠져나가서……. 얼마나 즐거웠던지…….”
정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몇 번 기침하고는 느릿하게 말했다.
“난 지금이 좋은 것 같아.”
주경연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뛰어올라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힘껏 정각을 내리치더니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
“이 망할 놈! 소난을 얻으면 만사가 다 충분한 것이냐? 네게 바깥일을 줄곧 맡겼으니, 계속 밖에만 있어라! 흥!”
정각은 손을 뻗어 부채를 막고서는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
“밖에서 일을 처리한다고 해도 이전보단 나을 거야. 소난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너!”
주경연이 정각의 손에서 부채를 빼앗았다. 그는 재빠르게 부채질을 하며, 흔들의자 위로 쓰러져서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청평이 밖에서 큰 소리로 아뢰더니 시녀를 이끌고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두 사람은 밥을 먹고는 시녀들이 자리를 치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청평이 차를 올렸고, 두 사람은 흔들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정각이 잔을 내려놓고는 손을 들어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돌려 주경연을 보며 웃었다.
“이번 임무를 맡은 이후에, 바로 어떤 생각을 하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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