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혹리(酷吏): 가혹한 청천대인
기동군왕이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장문봉과 뇌홍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로부터 두 장(丈) 거리 밖에는 오익이 형틀에 묶여 이미 엉덩이와 허벅지가 피투성이가 된 채 기절해 있었다.
그를 한 번 쳐다본 뇌홍이 장문봉에게 물었다.
“대인,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일단 해보는 것이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침착하게 차를 마시며 장문봉이 대답했다.
“명삼이 죽었으니 이제는 이쪽부터 손을 쓸 수밖에 없다.”
오익이란 자는 담이 작았다.
십 년 전, 오익은 과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다가 이것이 걸릴 뻔하자, 문제가 생기기 전에 급히 기동군왕의 휘하로 들어가 몸을 피했다. 이런 소심한 자에겐 가장 폭력적인 형벌이 효과가 좋았으므로 장문봉은 곤장을 집행하고 겸사겸사 기동군왕에게도 겁을 주고 있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군왕에게 직접 손을 쓰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뇌홍이 웃으며 말했다.
“그분도 참 담이 작으십니다. 강 세자가 옆방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뿐인데도 놀라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대인께서 명의를 데려오셔서 다행입니다. 침으로 남자 구실 못하는 것도 치료했으니 말입니다.”
장문봉이 웃음을 머금었다.
“어쨌든 군왕이고 세자시다. 그들을 향해 직접 손을 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형을 집행하는 형신관이 오익에게 물을 뿌리자, 그의 의식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오익의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기도 전에 장문봉이 손짓하며 말했다.
“계속하라.”
“네, 대인!”
험악한 인상의 형신관이 큰소리로 대답하곤 다시 곤장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본 오익의 얼굴은 이미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창백했다.
이미 오익의 눈에는 먹향이 가득하여 선기가 흐르는 장문봉이나, 흡사 지옥의 염라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형신관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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