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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유원(有冤): 원통함을 고하다



47화 유원(有冤): 원통함을 고하다

조문을 온 사람들이 향을 올렸다. 기동군왕을 시작으로 한 명씩 향을 올리고 인사를 하자, 명미는 아무런 표정 없이 조문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의 답례를 하였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이대감은 모든 사람이 향을 올리고 조문을 마칠 때까지 그녀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자 한시름 놓았다. 그러곤 마음속으로 일말의 득의양양함을 느끼며 역시 어린아이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라 생각했다.

‘조금만 겁을 줘도 말을 잘 듣는군.’

“왕야,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가 조문객들을 이끌고 나가려 할 때 갑자기 명미가 고개를 들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조금 갈라졌긴 하나, 맑은 소녀의 목소리가 빈소에 울렸다. 그리고 그녀가 장문봉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장대인님, 잠시만 걸음을 멈춰주시어요.”

왔다!

양공자의 마음속에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탄식이 흘렀다.

결국, 이쪽을 선택했군.

정의는 세우겠지만, 분명 앞으로 많은 고난을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한 선택이었다. 잠시 놀라 멈칫했던 이대감이 당장 고개를 돌려 그녀를 질책했다.

“바쁜 와중에 어렵게 시간을 내셔서 오신 분들이다. 네가 무례히 굴 자리가 아니야.”

명미는 이대감의 말을 무시하며 입꼬리에 비웃음을 걸었다. 그녀는 이대감을 무시하고는 바로 장문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장대인님, 대인께서는 남녀노소, 사농공상에 상관없이 억울함을 신원하면 모두 받아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그러하신지요?”

“현아!”

이대감은 당황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정녕 바보란 말이냐! 방금 그렇게 겁을 주었건만, 장 씨네 딸년처럼 될 것이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장문봉 또한 그녀의 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이 어린 소녀가 이렇게 나서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런 어려운 결심을 하고 용기를 낸다면 자신도 그녀가 최대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도록 도울 준비를 이미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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