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화
사명(使命): 명사의 사명
현비가 별자리에 올라서자 두 사람의 부담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현술에서는 타고나는 천부적 자질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컸다. 물론 긴 세월 동안 노력하면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한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지만, 결국 진정한 경지에 오르는 현사는 하늘이 내린 천재 중에서 탄생하는 법이었다. 현도관의 많은 장로가 모두 달려들었지만 버티지 못했던 진을 지금 지탱하는 것은 겨우 세 명의 젊은이였다.
크아아악-!
또 다른 요괴 하나가 진압되어 진혼패로 돌아갔다. 귀곡성이 잦아들고 음기 역시 많이 흩어진 뒤였다. 마치 소나기가 내리듯, 요괴를 누르는 일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장로들이 막 한숨을 내려놓았을 때, 돌연 거대한 음기의 폭발과 함께 찢어지듯 곡성이 터져 나왔다.
우오오오오-!
막 옅어졌던 음기가 순식간에 다시 농밀하게 차오르며 심지어 실체까지 갖추려는 듯 보였다. 그에 흠칫 몸을 떤 이장원이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요괴왕이오!”
장로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그들은 이미 이제 모습을 드러낼 요괴가 전에 나왔던 모든 요괴보다 더욱 강력한 괴물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음기가 비처럼 공중에서 후두둑 떨어졌고, 귀청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요괴가 모습을 드러내려 할 때 현비의 다리가 휘청이며 그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는 가장 앞에 있었기에 요괴가 가장 먼저 공격할 이도 그였다.
“후우!”
깊게 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현비는 전력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곧 그가 구결(口訣)을 읊조리며 가진 법력 전부를 관성대로 쏟아 넣었다.
현비는 강력한 요괴의 힘 앞에 자신은 작은 조각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 불어 닥친 거대한 폭풍의 파도를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작은 조각배. 그러나 그의 정신만큼은 요기(妖氣)의 폭풍 속에서도 매우 잔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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