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중계(中計): 역풍 맞은 흑포인
화살이 사방에서 날아오자 조용했던 밤 속으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흠칫 놀란 영후가 미간을 구겼다. 언덕에 선 흑포인은 또 다른 한 줄기 불꽃이 하늘로 타오르는 것을 보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다른 언덕에서 횃불이 타오르며 고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흑포인이 몸을 띄우며 빠르게 달려 나가자, 영후 역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나무의 가지를 밟고 선 흑포인은 한 무리의 일행이 빠르게 고지를 향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갑옷을 입고 선 종서를 명확하게 비췄다.
“기다리시오, 종대장군!”
단전에 힘을 준 채 안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흑포인이 고함을 쳤다. 마치 봄날의 우레처럼 터져 나온 그의 음성은 종서를 멈춰 세우는데 성공했다.
“임선생!”
종서가 분을 토했다.
“본인과 한 약속을 잊은 것이오!”
흑포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잊을 수가 있겠소?”
그러자 종서가 목소리를 높여 질책했다.
“그렇다면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오!”
“난 약속을 지키지 않았소. 그러나 대장군 또한 날 믿지 못했잖소? 아니라면 직접 병사들을 데리고 양공자의 뒤를 따랐을 리가 없겠지. 어차피 날 믿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원망을 하는 것이오? 대장군이 내게 진 것이오.”
“자네!”
흑포인은 화가 난 종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것을 보며 계획이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몇 해간 준비했던 일이 드디어 제대로 성공했단 생각에 너무도 흡족해진 흑포인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그가 웃음을 멈추곤 다시 입을 열었다.
“종대장군, 아직도 그리 고고한 척을 하는 것이오? 당시 장군의 아버지도 함께 작당을 했지만, 종씨 가문은 운 좋게 화마를 피했소. 그래놓고 이제 와 당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귀와 권세를 지키기 위해 억지로 내 뜻에 따르는 척했던 것이 당신들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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