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송행(送行): 양공자가 떠나다
입동(立冬).
겨울에 들어선 그 날은 양공자가 고당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안왕이 그를 배웅하러 나온 건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새로 지은 따뜻한 겨울옷을 입고 땅콩을 깨작깨작 씹고 있던 안왕은 친위(親衛)를 대동한 채 양공자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양수, 짐이 많네?”
어슬렁거리던 안왕이 퉤, 하고 뱉은 땅콩 껍데기 몇 개가 수레로 떨어졌다. 그것을 본 아현이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수레에 떨어진 껍데기를 버렸다. 그 모습에 안왕이 조소하며 턱을 밉상스레 내밀었다.
“양수, 너희 집 아현의 충심이 참 대단하구나.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 본 왕에게 버릇없이 구는 것이야? 쯧, 지금이라도 본 왕 밑으로 들어오너라. 네가 온다면, 본 왕이 널 바로 일등 시위로 올려주마. 어떠냐?”
뒷말은 아현에게 한 말이었다. 아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양공자를 바라보았다. 양공자는 자신의 말을 쓰다듬으며 안왕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전하. 그러나 전 다른 주인을 모실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제 성도 양씨니까요.”
박릉후부에서 성이 양씨인 무장종들은 모두 대단한 심복 중의 심복들이었다. 그들과 양씨 집안은 완전한 하나여서, 중간에 양씨 집안을 떠나 다른 이를 섬기는 법이 없었다.
아현의 말에 안왕이 입을 삐죽이더니 계속해서 입으로 땅콩을 밀어 넣었다.
“재미없네. 본 왕이 친 장난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야?”
아현이 입꼬리만 올리며 웃는 척을 했다.
‘전혀 그렇게 안 들렸습니다만.’
안왕은 또다시 주변을 돌아다니다 시종들을 시켜 짐을 챙기고 있는 아관을 보곤 씽긋, 웃으며 다가갔다.
“넌 왜 이렇게 예쁜 것이냐? 서북의 모래바람이 얼마나 거친지 알아? 거기가면 네 피부도 곧 까맣게 거칠어져서 아줌마처럼 될 텐데……. 아관 동생, 차라리 여기 남아 있는 게 어떠하냐? 내가 잘해줄게.”
아관이 차갑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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