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novel

545화. 정체



545화. 정체

경명제가 흘끗 현비를 바라보고는 굳은 얼굴로 명령했다.

“계속 하거라.”

“마마께서는…… 복청공주를 해한 이유가 황후마마를 증오하기 때문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궁녀는 몸을 바짝 엎드리고,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였다.

현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황상, 저것이 거짓을 고하는 것입니다! 저것의 말을 믿지…….”

“그만. 짐이 정녕 아무것도 모를 것 같소? 왜 황후를 증오했는지 이유를 말하시오!”

경명제가 현비의 말을 끊고, 버럭 고함을 쳤다.

“황상, 신첩은 그런 적이 없사옵니다……!”

“짐이 넷째를 궁으로 불러 물어야겠소?”

경명제는 현비와 영비 중에 진짜 흉수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증거가 있든 없든, 혹은 흉수가 죄를 인정하든 안하든,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이었다.

현비의 무의미한 몸부림은 경명제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열넷째가 한밤중에 문을 두드린 일을 현비의 꿈으로 단정 지은 것은 그가 꾸민 기묘한 일을 숨기고, 대외적으로 보여줄 적당한 이유를 찾은 것뿐이다.

귀신이 문을 두드린 것보다 현비가 잠꼬대를 한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겠는가.

진룡천자가 있는 황궁에서 잡귀가 설치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면, 그의 체면이 어찌 되겠는가?

경명제는 현비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흔들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다시 변명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현비의 얼굴은 백짓장을 넘어 회백색이 되었고 바닥으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이제 경명제의 눈빛에선 그녀에 대한 동정심을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말하게. 짐은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현비의 온몸을 감쌌다. 분명, 날씨는 초여름답게 후덥지근했지만, 그녀는 뼛속까지 치미는 냉기에 몸을 떨어야 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뺨을 타고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비릿하고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현비는 흐느끼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Locked Chapter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