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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화. 병문안



534화. 병문안

반해가 경명제의 얼굴에 튄 피를 다급히 닦았다. 그는 어쩐지 황제가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황상께서는 바람 잘 날이 없으시네…….’

현비는 아들의 심계가 들통 났다는 참담한 결말과 황제의 얼굴에 피를 토했다는 섬뜩한 사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그대로 졸도하고 말았다.

반해가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사태를 회피하기엔 졸도가 최고의 방법이지.’

경명제는 반해가 자신의 얼굴을 닦도록 내버려둔 채, 궁녀에게 부축 받는 현비를 바라보았다.

“태의를 불러 현비를 진료토록 하거라.”

그는 그녀가 실의를 보인 것에 화가 나지는 않았으나, 지금 당장 양심전으로 돌아가 피로 젖은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옥천궁에는 단 일각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 * *

“황상, 수라가 준비되었사옵니다…….”

양심전으로 돌아와 목욕을 마치고 나자, 중반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맛이 없다.”

경명제가 반해를 바라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피를 뒤집어쓰고도 입맛이 남아 있을 사람이 어디 있는가!’

반해는 경명제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식사를 권하지 않았다.

입맛이 뚝 떨어진 경명제는 맛있게 어포를 뜯고 있는 길상을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 *

옥천궁 안.

정신을 차린 현비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경명제였다.

“황상은?”

심복 궁인 한 명이 현비 곁으로 다가왔다.

“황상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사옵니다. 지금 태의가 마마께 드릴 탕약을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현비가 복잡한 심경에 입을 움찔거리자, 입 안에 남아있는 비릿한 피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그러자 다시 속이 뒤틀리면서 결국 시뻘건 토사물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타구(*痰盂: 가래나 침을 뱉는 그릇) 안이 빨간 피로 채워진 모습에 궁인들이 모두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마마의 상태가 정말이지 예사롭지 않구나…….’

“마마, 소인이 다시 황상을 모셔오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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