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화. 잃을 것이 없을까
“물론 오형님께서 이우를 데려오신 것은 맞으나, 어찌 되었든 내가 이우의 주인이니, 팔제가 원치 않는다면 이우와 함께 먼저 돌아가 보겠네.”
조용히 있던 욱근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욱근에게로 시선을 돌린 상왕의 눈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저 놈한테 따지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순순히 보낼 수는 없지.’
상왕은 들끓는 분노를 있는 힘껏 억누르고, 간신히 미소를 내걸었다.
“칠형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이 아우가 너무 면구스럽습니다. 이처럼 발걸음 해주셨는데, 제가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우는…….”
“이 아우가 너무 놀라 그런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네.”
욱근이 여명처럼 밝은 미소를 짓자, 온 방안이 환해지는 듯 했다.
그 모습을 눈꼴사납게 보던 제왕이 얼른 끼어들었다.
“이렇게 형제들끼리 모이는 것도 오랜만인데, 팔제를 위로하는 뜻에서 다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십시다.”
“사형님, 편애가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이 아우가 군왕으로 강등되었을 때는 소식도 없으시더니…….”
노왕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미운 소리를 뱉었다.
제왕은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
상왕은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그는 노왕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줄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어쩜 저리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할까! 그렇지 않아도 생각날 때마다 화가 치미는데, 왜 자꾸 군왕으로 강등된 일을 입에 올리는 거야?’
‘아픈 곳만 골라서 찌를 작정이지?’
상왕의 신색이 붉으락푸르락 변모하는 모습에 노왕은 통쾌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당연히 아픈 곳을 찌르기 위해 온 것이지! 군왕으로 강등되던 날, 주변의 비웃는 시선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었는데……. 드디어 이 고통을 함께할 동료가 생긴 것이 아닌가?’
“자, 다들 이야기는 그만 하고, 어서 술들이나 마시자고!”
진왕이 적절한 순간에 나서서 분위기를 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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