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화. 망설이다
경명제는 가장 만만한 상대를 고르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황후의 양자를 정하는 일은 대사이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황자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곱째는 현비의 소생이나, 이 점은 무시해도 될 것이다. 현비가 일곱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도저히 아들을 총애하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곱째도 고려는 해볼 수 있겠구먼.’
다만, 일곱째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일곱째는 대개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궁 밖에서 자란 탓에 성격이 거칠고 제멋대로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 아들이었다.
경명제는 상왕 쪽으로 마음이 조금 더 기울었다.
그의 고민은 날을 넘기고, 다음 날 조조까지 이어졌다.
‘일곱째? 아니면 여덟째? 도대체 누굴 택해야 하지?’
군신들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있는 경명제를 보며 눈치를 보느라, 저잣거리처럼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며 토론하는 일은 벌이지 않았다. 하여, 조조는 평소보다 일찍 끝이 났다.
그 모습을 보며 경명제는 속으로 매일 이렇게 얼굴 표정을 굳히고 있으면 오늘처럼 순탄히 지나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조조는 순탄히 끝났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황후가 남긴 과제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계속 이런 상태일 것이 분명했다.
그는 깊은 생각을 끝내고, 반해에게 연왕과 상왕을 부르라고 지시했다.
* * *
황자들의 왕부는 모두 인접하여 있고, 연왕과 상왕이 길을 나선 시간이 비슷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황문 앞에서 딱 마주쳤다.
“칠형님, 어째 여기서 다 만납니다.”
상왕은 모든 기대를 제왕에게 걸고 있기에 자연히 욱근을 적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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